관객, 시청자는 알고 있다. 제목 뒤에 붙은 ‘2’, ‘3’ 숫자의 식상함을…전편이 조금만 사랑받았다 하면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따라붙는 속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속편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 본편의 후광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전작과 한 발 떨어져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판을 버릴지, 키울지.
속편은 ‘이걸 왜 또 하느냐?’라는 질문에 모두가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만큼 명확한 주제의식과 방향성을 띠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속편이 나왔을 때, 관객들은 전편이 어땠는지 기억력 테스트를 하게 되고, 예고편만 봐도 관심이 가서 복습까지 하고 보러 간다. 그게 속편의 몫이다.
하지만 전편과 서사와 인물이 완전히 달라 과연 속편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든 작품이 있었고, 어떤 작품은 판만 키운 듯 그대로 가져와서 말할 것도 없이 예술성과 질적인 면에서 급이 떨어졌다.
1편보다 못한 평가를 받았거나, 호된 혹평을 받아 1편의 가치도 강등시킨 작품을 보면 실패 요인은 뻔하다. 전작의 인기에 무임승차한 것.
속편이 성공하려면 만든 감독이 같거나, 그렇지 못하게 됐다면 극의 주인공이 같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연출력을 갖춘 감독만의 스타일이 속편에 살아나지 못한 게 실패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범죄도시’, ‘공조’ 시리즈 등 성공한 속편들의 공통점은 바로 같은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감독보다 배우들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배우들은 맡은 캐릭터로 몰입해 다른 배우가 캐스팅되어도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는 이들은 그렇지 않다.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빠진 ‘해리포터’ 시리즈는 상상도 안 해봤다. 주연은 물론이고 주요 인물들까지도 연결이 돼야 한다.
‘범죄도시’의 마동석, ‘공조’의 현빈과 유해진은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로서 작품을 상징한다. 이 속편들은 더 강하게, 더 크게, 더 빠르게 반복했다. 그래서 성공한 것이다.
물론 같은 배우가 나오더라도 흥행에 실패할 수는 있을 테지만 1편보다 이야기가 신선해 흡인력이 강하다든지, 호기심을 자극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든지, 아니면 웃음이라도 주든지 전편보다 한층 더 센 인상을 남겨야 한다. 전작 인기에 무임승차한 감독과 제작사 탓에 투자자들은 손해를 본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OSEN에 “속편이라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독자적인 재미와 완성도를 보장해야 한다. 잘만들고 재미있으면 성공하는 것”이라며 “본편의 명성과 스타 배우들의 인기에 기대어 단순히 규모만 키운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자적인 완성도가 담보돼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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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