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다움이란"…'괴물' 고레에다 감독, 무의식적으로 상처받는 LGBTQ 소년들 (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11.22 18: 27

 “저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적인’ ‘남자가 그래서 되겠니?’ ‘남자다움’라는 표현이 (사람들의 입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2일 오후 서울 이촌동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새 영화 ‘괴물’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그 말을 듣는 소년들은 억압적으로 느낄 수 있다”라며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부분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한국과 일본 간 화상연결을 통해 진행됐다.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수입 ㈜미디어캐슬, 배급 NEW)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주연을 맡은 아역배우 쿠로카와 소야(미나토 역), 히이라기 히나타(요리 역)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인다.
아역 배우에 대한 연기 지도에 대해 “전작 ‘아무도 모른다’를 촬영할 때와 전혀 달랐다. 아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입으로 설명, 전달한다. 즉흥적으로 연기를 하게 하는 거다. 아이들이 (영화 속) 장소에 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끼게 전달한다”고 자신만의 연출 방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사를 전달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디션 단계부터 아이들에게 대본을 준다는 것을 전제로 삼았다. 오디션 결과 단연 이 두 명의 소년들의 연기가 뛰어났다”고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저는 만난 첫 순간에 ‘이 아이다!’라고 느끼게 되어 캐스팅을 할 때가 많았다. 저는 지금껏 만난 순간에 바로 느껴왔다”며 “가령 히이라기를 봤을 때 ‘요리가 여기있네!’ 싶더라. 두 소년의 조합으로 오디션장에서 연기를 시켜봤는데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고 칭찬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촬영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들에게 물어보니 ‘대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다른 영화처럼 리딩을 진행했다. 또한 성교육을 포함해 LGBTQ를 지원하는 선생님도 모셔와서 그것에 대한 교육을 받는 시간도 가졌다. 물론 그들의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고 교육했다. 단계를 하나하나 밟으며 새로운 시도를 해봤는데 저 역시 굉장히 좋았다는 생각”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초등학생 성 소수자(LGBTQ)를 다룬 것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정치적, 사회적인 면에서 매우 좁게 인정한다. 다만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일본의 결혼 제도를 비판할 마음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감독은 “말하는 사람이 가해를 하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듣는 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해와 피해가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유일하게 그들이 그들답게 있을 수 있는 장소로 기차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스틸사진
한편 ‘괴물’의 각본은 ‘마더’, ‘최고의 이혼’, ‘콰르텟’,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며 일본 최고의 각본가로 자리매김한 사카모토 유지가 맡았다.
이에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 유지 작가는 엄청난 분이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님과 함께 3년 동안 캐치볼을 하듯, 여러 가지로 디테일을 조절했다. 공동 작업을 많이 하긴 했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터져서 준비 기간 중 제작이 멈췄다. 각본가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3장으로 걸쳐 진행되는데 처음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몰랐다. 비로소 3장에 가서야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가 왜 나한테 연출을 부탁했는지 알게 됐다. 캐치볼을 던지듯 풀어나갔다.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완성된 각본을 받았던 게 아니라, 사카모토 유지와 3년 간 같이 써 나갔다. 제가 쓴 각본으로 영화를 찍으면 현장에서 고민이 많아지는데 이번엔 각본가님이 처음부터 설정한 게 있어서 고민할 게 적었고, 편집할 때도 좋았다. 이때까지 찍었던 영화들 중 답이 가장 명료하게 보였다.”
영화 스틸사진
열린 결말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각본을 여러 번 고쳐쓰면서 다양한 버전을 고민했었다”며 “어떤 버전에서 꿈 같이 끝났는데 아이들이 기차를 타고 있었고, 또 다른 버전에서는 부모님들이 나타나 아이들을 구하는 것도 있었다”고 고민한 흔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감독은 “저는 그들을 구원한다는 의미에서 볼 때 반드시 아이들이 부모님을 만나 품에 안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게 최고의 해피엔딩이자, 스스로를 구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야기의 결말이 무엇을 향해가는가?’라는 질문보다 (인간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버전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11월 29일(수) 극장 개봉한다.
/ purplish@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스틸사진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