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황정민→정우성·김성균, 두 마리 토끼 다잡았다 [Oh!쎈 이슈]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11.13 08: 38

 10·26 사건으로 박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고 이 틈을 타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은 전임 대통령을 이어받아 자리를 꿰차고 싶은 야욕을 품는다.
권력 찬탈을 꿈꾸는 전두광의 계획을 눈치 챈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은 노태건(박해준 분)과 전두광이 이끄는 반란군에 대항하고 수도 서울을 사수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담았다.

“19살 때 집에서 돌연 총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호기심을 갖게 된 김성수 감독은 30대 중반이 돼서 그날의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에 김 감독은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지나온 과거와 역사적 사실, 견해를 한데 겹쳐두고 회상해본다.
다만 역사를 다큐멘터리처럼 있는 그대로 풀어낸 것은 아니고, 겉으로 들어난 사실에 한 명의 창작자로서의 무한한 상상력을 더했다. 우리가 그때 그 시절 정확한 역사를 알고 싶다면 역사 연구의 자료가 되는 서적이나 문서를 찾아보는 게 나을 터.
그러나 ‘서울의 봄’은 인간의 죄 의식에 대한 김 감독만의 시각과 연출 방식, 고독하고 차가운 액션을 기둥 삼아 황정민·정우성·이성민·박해준·김성균·정만식·정해인 등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케미스트리를 유려하게 펼쳐낸다.
무엇보다 전두광과 이태신의 심리 대결을 통해 한층 더 연륜이 쌓이고 감정이 깊어진 황정민, 정우성의 연기 대결을 만나 볼 수 있다. 악마가 아닌 한 인간의 욕망이 속삭일 때 봄이 오려는 듯한 기운은 다시 얼어붙기 시작한다.
‘서울의 봄’을 지배하는 인물은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이다. 이 캐릭터는 실존 인물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삼았다. 그동안 전 前 대통령과 외적으로 닮은 배우들이 소화했기에, 비주얼이 전혀 다른 황정민이 연기한다는 것에 있어서 기대감이 낮았던 게 사실. 하지만 머리카락의 반이 사라진 대머리 가발을 쓰고 욕망을 드러내는 얼굴은 싱크로율 100% 이상이다.
그의 대척점에는 시민들과 국가의 보위를 지키려는 이태신 역의 정우성, 육군본부 헌병감 김준엽 역의 김성균 등이 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원칙과 소신을 따르는 모습을 의지있게 보여주며 공감대를 쌓는다.
유쾌할 리 없는 정치극을 한층 경쾌하게 만드는 건 이처럼 인간 군상의 대조가 명확한 캐릭터 구도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독재 정권 시기를 배경으로 했거나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서울의 봄’이 본 적 없었던 것처럼 새롭고 신선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웰메이드 정치 스릴러 누아르다. 11월 22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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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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