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붙여준 “천의 얼굴 윤계상”은 god일 때도, 배우일때도 유효하다. 본인은 아직도 ‘천의 얼굴’이 ‘1000가지의 얼굴’인지, ‘하늘 천(天)’인지 헷갈린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50살을 앞둔 지금도 윤계상은 ‘천의 얼굴’로 가요 팬들과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룹 god로 데뷔해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을 맞이하는 윤계상. 배우로 데뷔한 지는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그가 ‘유괴의 날’을 통해 또 한 번 날개를 달았다. 그간의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었던 모습과는 달리 2% 부족한 어설프고 마음 약한 유괴범으로 극과 극을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유괴의 날’은 어설픈 유괴범과 11살 천재 소녀의 세상 특별한 공조를 담은 코믹 버디 스릴러다. 지난달 13일 첫 방송된 ‘유괴의 날’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3%를 돌파했다. 지난 5일 방송된 7화는 시청률 3.9%를 나타내며 첫 방송 시청률(1.8%)보다 2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첫 방송 후 1%대 시청률을 성적표로 받아든 윤계상의 날씨는 ‘흐림’ 그 자체였다. 그는 “좌절했다”라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시청률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다시 보게 된다는 그는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결방 때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윤계상의 ‘흐림’ 날씨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시청률이 2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맑음’으로 바뀐 것. 윤계상은 “너무 감사하다.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한 일이다. 너무 행복하다”고 현재의 기분을 전했다.
윤계상은 극 중 어설프로 마음 약한 유괴범 김명준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범죄도시’ 장첸 등 다수의 작품에서 강렬한 역할로 신선한 충격과 큰 임팩트를 선사해왔던 윤계상은 유쾌한 얼굴로 변신을 선택, 능청스러운 연기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천의 얼굴 윤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윤계상은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작품에 임하는 사람 중 한명인데, 김명준은 외모적으로 순박하게 다가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울 보면서 ‘지금 명준스러운데’라는 느낌을 받았다. 4kg 정도 밖에 증량을 하지 않았다. 쉬는 타이밍이 오면 마음대로 먹고 작품 들어가면 빼는데, 들어간 시기가 살이 살짝 오른 상태에서 먹으니까 금방 쪘다”며 “진짜 편하게 연기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김명준의 역할이 고민이 많았다. 2% 부족한 걸 어떻게 표현하나 싶었는데 지식적으로 낮은 사람이 아니라 조금 순박하고 순수한 설정을 가지고 오려고 했다. 내게도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를 극대화시켰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어느 자리나 조금 진중하고 조심스럽지만 나이가 들어도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걸 좀 더 자연스럽게 보여드린 것 같다. 어른이지만 어른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벼운 코믹적인 역할은 배우의 완벽한 믿음이 있지 않는 이상은 어긋나고 떠보이는 것 같다.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쭉 가면 통하는 것 같다. 의심 속에서 배우 생활을 꽤 해서 꿋꿋하게 밀고 가는 편이다. 청춘의 어떤 모습은 약간 진중하지 않고 흔들리는 것에서 시작해서 흐릿한데, 그걸 쭉 이어가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보는 분들도 인정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범죄도시’ 장첸이 지금까지의 윤계상을 대표하는 캐릭터였기에, ‘유괴의 날’ 김명준은 사뭇 다른 변신이었다. 윤계상은 “반응을 보면 내 이름은 없는 것 같다. 보시는 분들이 웃긴 장첸이라고 해주신다. 장첸이라고도 불러주시고, god 윤계상으로도 불러주시는데 김명준으로도 불린다면 새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윤계상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김명준 역할은 많이 들어오지 않는 캐릭터라서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게 됐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며 “시작은 범죄다. 안 좋은 일로 시작했지만 주인공 호감도는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질은 그렇지 않은 걸 부각시키기 위해서 순수한 면을 많이 가져왔다. 다들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특히 윤계상은 어설픔이 많은 김명준에 대해 “액션 같은 경우에는 원래 대본에 조금 멋있게 쓰여 있었다. 하지만 김명준과 맞지 않다고 느껴서 굉장히 많이 틀었다. 자유롭게, 허당스럽게 보여주려고 했다. 그렇게 해야지만 김명준스럽게 보일 것 같았다. 각 잡고 하는 액션은 주인공이 멋있음이 주제인 것 같다. 김명준은 그런 것보다는 ‘어떻게 이긴거야?’라는 상황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보여주기 위해 많은 분들이 고생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유괴의 날’로 장첸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윤계상은 ‘부성애’ 가득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또 한 번의 새로운 경험을 했다. 윤계상은 “나이가 드니까 부모님 마음도 느껴지고, 자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프다고 상상하니 어렸을 때보다는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부성애의 완성은 배우 유나와 호흡이었다. 극 중 최로희 역을 맡은 유나와 호흡에 대해 윤계상은 “부모님이 시킨 스타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역은 부모님의 꿈을 대신해주는 부분이 꽤 있는데 유나는 스스로 먼저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접근하는 게 조금 더 다른 것 같다. 빨리 알고 싶어하고 잘 하고 싶어한다. 흡수하는 것들이 굉장히 빠르다. 매니저에게 이야기했지만 만나본 상대 배우 중에 가장 순수하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너무 재밌었다.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효자손으로 때리는 것도 애드리브였고, 유괴범인 거 알고 도망가고 잡는 것도 애드리브였다. 움직임이 많은 건 거의 모두 애드리브였다. 이 작품을 통해 밝음을 전해주고 싶은데 방법은 케미스트리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작업 방식이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40대 중반으로 곧 50살이 된다는 윤계상. ‘국민 아이돌’이자 ‘배우’로서 걸어가고 있는 윤계상은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 일으키지 말고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나이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처럼 많은 생각을 하진 않는 것 같다. 결혼도 했고, 내 스스로가 문제를 크게 일으키는 성향이 아니라서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아가야겠다 싶다”고 말했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이벤트도 윤계상을 더 새롭게 했다. 그는 “와이프가 있으니까 와이프 인생도 챙기게 되는 것 같다. 더 조심스러워졌다. 든든한 동반자가 생기니까 힘이 난다. 연예인이고 공인이니까 피해를 보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와이프가 사업도 하니까 서로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가 생긴다면 연예인을 시키겠냐는 질문에는 “고민해봐야할 것 같지만 재능이 있다면 말리진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천의 얼굴’ 윤계상이 활약하는 ‘유괴의 날’은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두고 있다. 윤계상은 “본방송을 좀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며 “엄청난 것들이 남아있다. 후반부에서 김신록과 유나의 포텐이 터진다. 그 분들에게 집중해주셨으면 한다. 아주 살벌한 연기들을 하신다”고 전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