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나 혼자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면, 배우는 사람들과 같이 해낸다는 느낌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가수 겸 배우 비비(본명 김형서)는 10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연기를 할 땐) 무언가 다시 찾는 느낌이 들어서 새롭다. 가수를 할 땐 당당한 태도로 저를 발산한다면, 배우를 할 땐 저의 감정들을 적당하게 억누르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두 분야에서 활동하며 다르게 든 생각을 이 같이 비교했다.
지난 2017년 가수로 데뷔한 비비는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2021), ‘유령’(2023)과 드라마 ‘최악의 악’(2023) 등을 통해 연기 활동도 겸업하고 있다.
내일(11일) 개봉하는 새 헌국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사나이픽처스, 공동제작 ㈜하이스토리·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로, 김형서는 연규의 동생 하얀 역을 맡았다.
이날 비비는 ‘화란’에 출연한 계기는 오디션이었다고 밝혔다. “사나이픽처스가 제작하는 다른 작품의 오디션을 보러 제작사에 갔었다. 그날 제가 ‘화란’이라는 영화의 오디션도 같이 보게 되면서 두 작품의 출연을 확정하게 됐다”고 출연 과정을 전했다.
이 영화는 5월 열린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으며, 비비를 비롯해 송중기와 김창훈 감독, 그리고 신예 홍사빈까지 모두가 생애 첫 칸 진출로 기쁨의 순간을 누렸다.
이에 비비는 “칸영화제에서는 한국의 문화를 좋아해 주셨다면, 부산영화제에서는 특정 배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봤다”며 “외국에서 시사 오신 분들 대부분이 K콘텐츠를 좋아해 주시는 거 같더라”고 비교했다.
칸 진출에 대해 “제가 잘해서 갔다기보다 영화가 작품성, 예술성을 인정받은 느낌이다. 제가 운이 좋게 숟가락만 잘 얹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연규와 가족이 된 하얀 캐릭터에 대해 김형서는 “처음엔 양아치 같은 아이로 해석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시더라.(웃음) 그래서 착한 느낌으로 풀어가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닌 거 같다고 하셔서 고등학교 때 느낌으로 갔다”고 감독, 배우들과 만들어나간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난 선배 송중기에 대해 김형서는 “송중기 선배님이 되게 멋있다. 단호할 땐 단호한데 ‘강강약약’ 스타일이다. 촬영할 때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주셨다. 저와 연기 호흡을 많이 맞췄던 건 아닌데 현장에 자주 오셨다”며 “선배가 촬영 분량이 없는 날에도 저희들에게 밥을 사주러 오셨을 때도 있었고. ‘화란’ 팀은 정말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애정과 존경심을 드러냈다.
‘주변에서 연기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어떠냐’는 물음에 “주변에서 ‘원석이다. 잘 다듬으면 더 좋은 배우가 될 거 같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예술은 세상에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해서 사랑한다. 제가 (아티스트로서) 사회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화란’에서 부모의 사랑와 보살핌을 받지 못한 하얀과 연규를 보며 깊게 공감했다는 비비는 자신의 실제 할머니,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의 기억을 전하며 인터뷰 도중 갑자기 눈물을 쏟기도 했다.
‘화란’을 촬영하면서 디즈니+ 시리즈 ‘최악의 악’도 동시에 찍었다는 김형서는 “그 시기에 제가 디렉팅하는 새 앨범까지 준비할 때라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 앨범의 콘셉트도 어두운 분위기였다는 점이다. 만약에 앨범이 밝은 분위기였다면 촬영장과 녹음실에서 다른 느낌을 내야 해서 아마 힘들었을 거 같다. 당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비비는 “작품을 촬영할 땐 소개하는 시간이 아직 없으니까, 팬들은 제가 무슨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지 모르실 거다. 그때 앨범 전체를 제가 프로듀싱까지 하면서 힘에 부쳤었는데 그래도 하니까 되더라. 비타민을 열심히 챙겨 먹으면서 했다”고 돌아봤다.
앞서 지난해 7월 비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피로감을 호소하며 갑작스럽게 눈물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하루에 잠을 3~4시간 잤고, 3일 동안 못 먹었다. 다이어트를 했기 때문이다. 못 자고 못 먹으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 정신이 나가서 (눈물이) 터졌던 거 같다. 사람들에게 (하소연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았으면 제가 죽었을지도 모르겠다.(웃음) 제가 당시 제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었던 터라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김형서는 “제게 양아치, 직업여성, 조폭 등 그런 류의 캐릭터만 많이 들어온다.(웃음) 얼굴이 그렇게 생겼나? 저는 평범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근데 그게 제일 어렵다고 하더라. 그리고 로맨스 장르도 해보고 싶다”고 향후 도전하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에 대해 밝혔다.
김형서는 “저는 ‘한철 장사’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제가 한탕을 하면 앞으로 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사람들에게 ‘쉬는 게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느껴 보고 싶다. 그래도 한탕은 그렇고 한두 탕은 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나중에 집을 3채 정도 산다면, 저는 한 집에 살고 다른 집은 (세를 놓고)건물주로서 살고 싶다”고 솔직한 바람을 전해 웃음을 안겼다.
“경제적 자유를 찾으면 여행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김형서는 “그게 저의 목표다. 남편과 같이 클라이밍을 하거나, 남편과 아이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게 인생 최종 목표”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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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필굿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