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가문의영광' 20만 못넘었다..추석영화 왜 외면받았나 [Oh!쎈 이슈]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3.10.01 12: 00

올해 여름 한국영화 텐트폴 빅4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밀수' 단 한 편뿐이었다. 이번 추석영화 빅3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9월 27일 추석 연휴를 겨냥한 한국영화 세 작품이 출격했다.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 하정우·임시완 주연의 '1947 보스톤'이 주인공이다. 6일간 지속되는 황금연휴를 맞아 극장가 관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한만큼 관객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빅3보다 일주일 앞서 11년 만에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도 개봉했지만, '1차원적인 코미디'라는 혹평 속에서 누적 14만 명을 겨우 넘겼다. '명절 연휴=코미디 작품'이라는 영화계 오랜 흥행 공식을 믿고 내놨지만, 이마저도 처참히 깨지면서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은 100만 명이다.
현재 추석 극장가는 전체적으로 관객들이 저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수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로 5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가장 독보적인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다. 
'천박사'의 순 제작비는 113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약 250만 명으로 알려졌다. 개봉 첫 주 우위를 선점했기에 이 같은 추세라면 제작비를 회수하고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거미집' '1947 보스톤' 등은 작품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다소 부진하다. 
'1947 보스톤'은 추석 빅3 중 유일하게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하정우, 임시완, 배성우 등이 열연했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만든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 이후 8년 만에 연출한 신작이다.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 손기정, 서윤복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다. 
추석 연휴 4일간 채 50만 명을 동원하지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음주운전 논란을 일으킨 배성우가 출연했지만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총 제작비는 21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450만 명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송강호가 출연한 '거미집'은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작품성으로 글로벌 영화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기 때문.
하지만 추석 시즌에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많다는 통계가 있는데, '거미집'은 온 가족이 보고 즐기는 추석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천박사'와 '보스톤'이 웃음, 감동 코드 등 상업적인 오락성을 내세울 때 '거미집'은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를 풍자한 블랙코미디가 중심이다. 취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오늘(1일)까지 19만을 모은 '거미집'의 순 제작비는 96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200만 명이다. 빅3 중에선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관객 동원력을 보면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지만, 관객들의 영화 소비 패턴이 바뀌고, OTT의 급성장, 그리고 비싼 티켓값 등으로 한국 영화계는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 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