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를 각오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무려 23년이 지났다. 방송인 홍석천이 커밍아웃 후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홍석천은 26일 SNS를 통해 장문의 심경글을 게재했다. 그는 23년 전인 지난 2000년 9월 26일, 커밍아웃했던 날을 기념했다.
"제 나이 서른,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커밍아웃을 했다"라고 운을 뗀 홍석천은 "사람들이 그러더라. 연예인 돼서 성공하고 돈 많이 벌고 잘 살고 있는데 왜 커밍아웃을 하냐고. 모든 걸 잃을 수 있는데"라며 당시 주위 반응을 전했다. 그는 "저는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거짓말 하고 싶지 않았고, 가진 걸 잃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여서 아까울 거 없다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홍석천은 "정말 많이 욕 먹고 죽이겠다 협박받고, 하고 있던 방송에서 쫓겨나고, 집 밖에 나가기 무서워 한 달 동안 못 나오고. 부모님 가족들 다 매일 같이 울고불고. 정말 세상에서 나만 없어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 같았던 그 시간들"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지나고 나니 허허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의 시간이 돼버렸다"라며 "지금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도망치고 싶어도 긍정 에너지로 버텨 이겨내면 좋은 날이 올 거다. 기운 내자"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23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가 작은 불씨가 됐다면 그거로 만족한다"라며 "모두 행복하게 살자"라고 덧붙였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가 출신의 홍석천은 지난 1994년 리포터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고, 1995년 KBS 대학개그제 동상을 수상하고 1996년 MBC 공채 탤런트가 되며 배우로 활약했다. 당당한 민머리 캐릭터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주목받은 그는 다양한 시트콤,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디자이너 역할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0년 9월 26일 커밍아웃을 하며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그는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2003년 방송된 드라마 '완전한 사랑'으로 본격적으로 연기에 복귀해 연예계 활동을 이어왔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과 성공은 그런 홍석천의 연예계 생활 터닝포인트이기도 했다. '마녀사냥'을 20대 청춘남녀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게이 형, 오빠로 사랑받게 됐고 이는 커밍아웃으로 고통받았던 홍석천의 연예계 생활에 유쾌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또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쟁쟁한 셰프들 사이에서 승수를 쌓아가며 활약한 그의 모습은 성공한 요식업 사업가이자 미식에 대한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게 해줬다.
최근에는 '제 2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에 참석해 생애 첫 시상식 참석으로 감격을 표현하기도 했던 홍석천. 커밍아웃 후 꿋꿋하고 당당하게 활동해온 23년. 어떤 면에선 개인의 인고이고 어떤 면에선 세상의 변화를 담았던 결코 잛지 않은 시간. 이를 딛고 홍석천은 여전히 활동 중이다. 기다림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다음은 홍석천의 심경글 전문이다.
이런 이런 오늘이 23년 전 2000년 9월 26일 제가 커밍아웃한 날이군요
제 나이 서른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연예인 돼서 성공하고 돈 많이 벌고 잘 살고 있는데 왜 커밍아웃을 하냐고 모든 걸 잃을 수 있는데 ㅠㅠ
전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거짓말 하고 싶지 않았고
가진 걸 잃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여서 아까울 거 없다 생각했네요
정말 많이 욕 먹고 죽이겠다 협박받고 하고있던 방송에서 쫒겨나고
집 밖에 나가기 무서워 한 달 동안 못나오고 부모님 가족들 다 매일같이 울고불고 ㅠ
정말 세상에서 나만 없어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 같았던 그 시간들
지나고 나니 허허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의 시간이 돼버리네여
여러분도 지금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도망치고 싶어도 긍정 에너지로 버텨 이겨내면 좋은 날이 올거예요 기운내죠 우리 ㅎㅎ
지난 23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제가 작은 불씨가 됐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모두 행복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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