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그녀'의 우아진(김희선 분)이 현실에 나타났다. 배우 김희선이 생애 첫 아트 전시회 '아름다운 선물 展'에서 콘텐츠 디렉터로 변신했다.
김희선은 26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아트 프로젝트 '아름다운 선물 展'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강형구, 김강용, 박석원, 이이남 작가와 함께 작품과 전시회를 소개했다.
'아름다운 선물 展’은 세계적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주목받는 초상화의 거장 강형구, 50년간 벽돌회화를 이룩한 극사실 화가 김강용, 추상 미술의 대가 박서보, 추상 조각의 거장 박석원, 모노화의 창시자이자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 미디어아트의 세계적 작가로 인정받는 제2의 백남준 이이남이 참여한 아트 프로젝트다. 첫번째 프로젝트의 테마는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들 - 만남을 찾아서'로 원화, 미디어아트, 아트콜라보 등 현대 미술 거장 6인의 130여 작품 전시를 통해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배우 김희선이 콘텐츠 디렉터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 6인의 특별한 전시 기획에 참여했다. 이에 기자간담회에는 콘텐츠 디렉터 김희선을 비롯해 강형구, 김강용, 박석원, 이이남이 참석해 국내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임했다.
1993년 CF스타로 데뷔해 30년 넘게 배우로 사랑받은 김희선이다. '아름다운 선물 展'은 그런 김희선의 첫 번째 아트 프로젝트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 우아진 역을 맡으며 미술 전시와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콘텐츠 디렉터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희선은 "그동안 연기만 했던 나에게 또 다른 김희선으로서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 동안 전시를 준비한 그는 국내외로 다니며 참여 작가를 직접 섭외하고 300평이 넘는 전시 공간도 직접 기획했다. 그는 "배우 이외의 분야에서 무엇인가 집중해서 하나 하나 만들어간다는 것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30주년에 대한 의미가 특별해진 것 같다. 전시를 기획하는 모든 순간이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희선은 전시회 곳곳에 마치 영화, 드라마 메이킹 필름처럼 전시회 기획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해 남겨놨다. 그는 직접 만난 작가들을 인기 영화의 캐릭터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석원 작가에 대해서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이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호' 속 로빈 윌리엄스와 같다"라고 비교했을 정도.
한 명 한 명 섭외 과정도 쉽지 않았단다. 경기도 양평, 광주광역식, 일본을 넘나들며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작가들을 만나온 김희선은 직접 작가들을 만나 섭외를 진행했다. 그는 특히 이우환 작가와 만난 순간에 대해 "'한 번 와봐라'라고 전화를 주신 날 바로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 일본 가마쿠라로 날아갔다. 거기서 선생님을 직접 뵙고 선생님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라고 하시는 한 방에서 만나뵀다. 그 곳의 벽이 다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벽을 다 페인트로 칠하고 그 위에 작품을 그리셨더라. 창문 한 칸을 열 때마다 한 벽면이 선생님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라며 감격을 표했다. 또한 "선생님 둘째 따님이 드라마 '토마토'를 보고 한국어를 배우셨다고 팬이라고 해주셨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장에 참석한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과 만나는 소감도 밝혔다. 김강용 작가는 "제 그림을 저도 계속 연구하지만 한 마디로 축약하긴 힘들다. 그런데 김희선 씨가 캡션을 너무 잘 썼더라. 아주 함축적으로. 간단히 요약하면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작가이고 추상회화와 구상회화 경계를 넘어뜨린 작가라고 해줬다. 제가 추그하는 것과 비슷한 표현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벽돌' 시리즈에 대해 "2차원 한계를 넘어 발전시키기 위해 옆면을 그리면서 '벽돌' 시리즈를 선보이게 됐다. 저는 이 작품을 다시점이라고 한다. 관객이 시점을 정하는 작품이다. 움직이면서 그림을 보게 될 것"이라며 김희선의 큐레이팅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점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형국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라이브로 작품을 그리는 순간까지 공개하며 대중과 만난다. 그는 "예술가와 감상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제작자만 예술자고 감상자는 그냥 감상자라고 생각하겠지만. 감상하는 사람도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불성실한 작가보다 성실한 감상자들이 더 예술가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전시를 위해 김희선의 얼굴을 그린 그는 "김희선 씨가 배우이지만 '김희선'이라는 인성을 그리려고 했다. 오드리 햅번의 훌륭한 인품이 있듯이 김희선도 충분한 가치와 동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많은 미인을 그렸는데 동양의 미인을 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 역시도 새로운 공부를 했다"라고 밝혔다.
이이남 작가는 "현대미술이 다양성도 있지만 새로운 작품의 계기도 된다. 이번은 그동안 해온 패턴의 전시와 다르다고 봤다. 콘텐츠 디렉터라는 분야가 생소한데 현대미술이 또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준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김희선 배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신뢰가 쌓여서 큰 고민하지 않고 좋은 전시를 해줘 고맙다는 생각으로 임하게 됐다"라고 했다.
더불어 김희선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좋은 작가 분들이 많은데 더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흔쾌히 여섯 분의 선생님이 작품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했다. 여러 작가들을 한 번에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들을 골랐다.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까지 한 전시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모든 작가들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기왕이면 선생님들을 만나는 과정부터 전시까지 전부 다. 물론 저 혼자 한 건 아니고 촬영도 병행했다. 선생님 작품에도 숟가락만 얹었는데 지금도 배우면서 임하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그는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다. 창작은 정말 뼈와 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깎는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저는 디렉터로 나서게 된 것 만으로도 너무 좋다. 다른 사람들이 제가 선생님을 보는 눈이 '엄마 미소'라고 하더라. 제 기획을 승락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다 모시기 힘들었고 아무나 안 만나주셔서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희선은 예술가들을 관통하며 느낀 키워드에 대해 "순수함"을 꼽기도 했다. 그는 "다들 그림 외에 다른 생각을 안 한다. 우리는 살면서 쇼핑도 하고, 문화생활도 하고, 쉬면서 놀기도 하지 않나. 그런데 이 분들은 365일 그림 생각만 하신다.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 생각을 하시는 식으로"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데뷔 30주년을 맞아 전시회를 선보이며 "기념일을 따지다 보니 10년, 20년 하지 않나. 23년이 아니라. 그런데 제가 10년, 20년에 뭘 했나 생각해보니 쉴 새 없이 일만 했다. 30년이 되니 나 스르로를 기념할 뭔가를 찾고 싶다는 여유도 생기고 주위를 돌아볼 수도 있게 됐다. 마침 선생님들이 승낙을 해주셔서 이번 전시도 급격하게 진행이 됐다. 40주년은 또 그렇고 30주년 딱 좋지 않나. 일생의 3분의 2를 이 일을 했다는 것을 자축하는 느낌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시작된 '아름다운 선물 展’은 오는 10월 15일까지 더현대 서울 ALT.1에서 진행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이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