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차'가 그런 뜻이었다고?". 유행한다고 덜컥 따라했다가 낯이 뜨거워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1년 만에 본 조카에게 유행하는 단어로 말 좀 붙이려다가 얼굴 붉히기 십상인 요즘 '밈', 한 두개가 아니다.
밈(meme)은 온라인 상에서 퍼져나가는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 모방을 의미하거나 혹은 그러한 창작물을 총칭한다. 보통 유행어와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밈은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비롯해 현실에서도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는 밈을 볼 수 있다. 추석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대별 다양한 밈이 나오기도 하고, 시대별 유행어를 알 기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밈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
괜히 MZ를 따라가려다가 잘못 쓴 밈 하나 때문에 가족 전체가 얼굴을 붉힐 일도 빈번하다. 요즘 밈은 단어 자체로 보면 문제가 없지만, 그 안에 뜻을 알아보면 아주 낯 뜨거울 내용이 많기 때문. 최근 유행한 밈 가운데 그 뜻을 알아보고 쓰면 좋을 만한 것들을 살펴봤다.
◼︎ 살아있네~
이미 사회 전반에서 쓰고 있는 ‘살아있네’의 경우 하정우의 명대사인 건 알아도, 어떤 상황에 쓰였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해당 밈의 시작은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대사로부터 이뤄졌다.
“살아있네”는 극 중 최형배 역의 하정우가 서빙을 나온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며 최초로 사용됐다. 이후 최민식, 조진웅 등 여러 조연이 다른 상황에서 ‘살아있네’라고 대사를 하지만, 베드신이나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등 영화 속 19금의 뉘앙스로 사용된 용어였다.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대사에 인터넷을 비롯한 방송가에서 ‘살아있네’를 각양각색 요소로 사용하고 있지만, 밈의 원천을 알고 있다면 아무 데서나 사용할 수 없는 단어임은 분명하다.
◼︎ 홍박사님을 아세요?
최근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틱톡 등을 통해 유행하고 있는 ‘홍박사님을 아세요?’ 챌린지는 SNS를 통해 8만 명 이상이 따라 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수 임영웅이 ‘홍박사님을 아세요?’라며 라이브를 통해 한 소절을 따라 부르는 것은 물론, 다나카, 엄지윤, 예린까지 실제 챌린지에 참여하기도 했다. ‘홍박사님을 아세요? 홍~홍~홍’이라는 가사에 쉬운 안무를 넣으면서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하지만 화제성과 비례하는 호불호 반응도 심상치 않다. ‘홍박사 챌린지’는 유튜브 채널 ‘The 면상’에서 개그맨 조훈의 부캐 ‘조주봉’이 발매한 노래 ‘홍박사님을 아세요?’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이 부캐의 이미지와 노래 가사다.
조주봉의 캐릭터 설정은 49금 춘담으로 전국팔도 여인들을 울리고 웃긴 꽃중년으로 해석되지만, 실제로는 외설스러운 음담패설로 콩트가 이어진다. ‘홍박사님을 아세요?’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옛날에 한 처녀가 살았는데 가슴이 작은 게 콤플렉스였어요”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곡은 가슴이 작은 게 콤플렉스였던 여성이 이 분야로 유명한 홍박사를 찾아가 가슴이 커지는 운동이라면서 어깨를 흔드는 운동을 알려주고, 이후 버스정류장에서 가슴이 커지는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어깨를 치면서 ‘홍박사님을 아세요?’라는 말을 한다. 이 여성이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홍박사님을 아세요?’라며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며 끝을 맺는다.
해당 챌린지 역시 호불호 갈리는 반응과 함께 여론이 좋지 않다. 뮤직비디오도 싫어요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음악 유튜브 채널 ‘잇츠라이브’에서도 지난 23일 개그맨 조훈이 출연해 해당 곡을 불렀으나, 싸늘한 여론에 영상이 비공개 처리됐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홍박사님을 아세요?’라고 했다가 아주 혼쭐이 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알아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 영차, 좋았어!
올해 최고의 밈으로 떠오르는 ‘영차, 좋았어!’는 2015년 개봉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장면을 지칭한다. 당시 극 중 술집 여종업원을 불러놓고 접대를 받으며 술을 마시던 중 역을 맡은 이경영이 전라 상태로 폭탄주를 제조하는 장면에서 생긴 밈이다.
해당 장면은 최근 유튜브 채널 ‘경영자들’에서 다뤄지며 하나의 밈이 됐다. ‘영차샷’, ‘X탄주’라고 불리며 유튜브 숏츠와 인스타 릴스 등으로 따라하기 열풍이 이어졌던 장면은 개그맨 권혁수, 황제성, 곽범 등이 웃음 소재로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퍼져갔다.
이를 연기했던 이경영 역시 ‘내부자들’ 영차 밈에 대해 “영화 속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그려진 장면이라 처음에 삼경영(황제성, 권혁수, 곽범)이 흉내 냈을 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걔들이 너무 즐겁게 하고 있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하라’고 부탁했다. 그 이후 ‘영차’가 점점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성접대 장면에서 하나의 긍정적인 밈이 된 ‘영차, 좋았어’지만, 이 역시 청불 영화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해당 밈을 ‘런닝맨’에서 하하가 따라 했다가 누리꾼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대부분 누리꾼은 “주말 지상파 예능에서 나올만한 장면은 아니었다”, “어린아이들이 주로 챙겨보는 예능인데 과한 느낌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2021년 방송인 김민아가 유튜브 예능 콘텐츠에서 ‘영차, 좋았어’는 아니지만 이경영의 영화 속 동작을 흉내 냈다가 여론의 매서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해당 예능에서 김민아는 하차했다.
이처럼 단순히 유행한다고, MZ세대 사이에서 흥하는 밈이라고 따라 했다가 낯 뜨거워질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19금 밈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조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혹여나 명절에 가족끼리 모였다가 이 ‘밈’ 하나 때문에 얼굴 붉힐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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