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노정열(강하늘 분)은 공부는 잘하지만 자격지심이 깊은 찌질한 남자다. 변호사 준비생 시절, 금수저로 자란 홍나라(정소민 분)와 결혼해 행복이 시작되는 줄 알았으나 두 사람은 연애 시절 보지 못했던 서로의 단점을 지적하며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다.
‘30일’은 그동안 봐왔던 로맨스 코미디처럼 예상이 가면서도 의외의 곳에서 웃음이 빵 터지는 대사와 장면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강하늘이 자신만의 유쾌한 제스처와 에너지로 또 한 번 달달한 얼굴을 그려냈다.
강하늘(33)은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부부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저희 엄마, 아빠가 결혼을 빨리 하라고 채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근데 이모는 ‘빨리 결혼을 하라’고 하셔서 못 보여드릴 거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작품이 얼마나 잘될까보다 조금씩 소박해지는 거 같다”라고 영화를 내놓는 소감을 전했다.
신작 ‘30일’(감독 남대중, 제공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영화사울림, 공동제작 티에이치스토리)은 드디어 D-30,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 분)과 나라(정소민 분)의 코미디 로맨스로 오는 10월 3일 극장 개봉한다.
노정열을 연기한 강하늘은 “한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대본은 선택하게 되는 거 같다. 남대중 감독님의 전작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던 게 이 대본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흥망을 따져서 한다기보다, 그냥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미있으면 제가 생각한 대로 한다”고 ‘30일’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결혼과 관련해선 “제가 야망이 있어서 일을 더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운명의 상대를 못 만나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아직 못 한 거 같다”라고 전했다.
정열 역의 강하늘은 홍나라를 연기한 정소민(34)과 두 번째 만남이다. 앞서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2015)에서 한 차례 연기 호흡을 맞췄던 바.
이날 강하늘은 “소민이가 한다고 했을 때 너무 좋았다. ‘스물’을 찍었을 때도 저희가 너무 즐겁게 촬영을 했었는데, 이번에 만나서 편안하게 찍었다”며 “소민이가 배우로서 전보다 한층 성숙해진 거 같다”고 재회한 소감을 털어놨다.
강하늘은 ‘스물’을 비롯해 영화 ‘청년경찰’(2017),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2019)에서 로맨스와 코믹 장르에 장기를 드러냈다.
“이번에 이런 모습을 보여드렸으니, 다음엔 저런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제가 기본적으로 못한다. 전략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캐릭터가 겹친다는 생각을 못 한다. 물론 매 작품 다르게,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작품 선택 기준은 대본이다.”
그러면서도 코믹한 대사와 상황을 살리는 자신만의 연기 비법에 대해 “제가 준비해가는 것보다 현장에서 감독님에게 물어보면서 만들어간다”면서 “현장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표정을 푸는 것도 있다”고 밝히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윤경호 배우가 짐 캐리 같다고 칭찬했다’는 말에 “제가 동생이니까 놀리려고 그렇게 말해주신 거 같다”며 “조민수 선배님도 저한테 ‘강하늘 선생님’이라고 불렀다고 하지만 저한테 무조건 선배님이다.(웃음) 현장에서 불편하지 않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신 부분이 크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강하늘은 “어두운 작품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 웃을 일이 거의 없는데 ‘30일’처럼 웃을 작품을 하다 보면 NG가 나도 다 같이 웃을 수 있다. 저는 그런 분위기가 좋다. 물론 진중한 작품의 분위기도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남대중 감독은 전작 ‘위대한 소원’(2016), ‘기방도령’(2019)으로 코믹 장르에 장기를 드러냈다.
이날 강하늘은 남 감독에 대해 “감독님과 너무 편안했다. 감독님은 자신을 가리켜 ‘형’이라고 부르니까.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 즐거운 현장이었다”고 촬영기를 돌아봤다.
드라마 ‘미생’부터 ‘동백꽃 필 무렵’까지 흥행작을 터뜨린 강하늘. 이에 그는 “저는 진짜 운이 좋은 케이스 같다. 운 좋게 좋은 작품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좋은 작품을 잘해내려고 노력했다. 그렇다 보니 잘된 게 있었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좀 별로다. 제 성향 자체가 센터로 들어가는 걸 안 좋아한다. 선천적 ‘아싸’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역할처럼 보이는 배우가 멋있다”는 강하늘은 “여러 작품들을 볼 때 캐릭터처럼 보이는 배우가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저도 망가지는 것에 대한 생각을 거의 안 했던 거 같다. 내가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어떻게 하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강하늘은 현재 새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의 촬영을 진행 중이며,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2’(극본연출 황동혁)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대작인 것은 알고 있었고 제가 이 작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저한테 있어서 이변이다. 근데 ‘30일’과 ‘오징어 게임2’, 현재 찍고 있는 영화 ‘야당’ 등 작품들이 지닌 무게감은 제게 다르지 않다. 제가 해야 할 작품의 연장선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게 같을 수 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다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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