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 있지 않아"…'천박사' 강동원, 한층 자유로워졌다(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9.21 15: 50

 “‘천박사’는 재미만을 위해 만든 영화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도록 호러부터 액션까지 다양하게 담았다. 보면 지루하진 않으실 거 같다.”
강동원은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김성식 감독님이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의) 조감독 출신이어서 그런지 현장 진행 상황이 빠르다. 계획한 당일 촬영 분량을 그날 안에 찍지 못하면 엄청 답답하게 생각하셨다. 그만큼 계획한 대로 빠르게 흘러갔고 유연한 현장이었다”라고 다시 한 번 신인 감독과 완성한 작품에 대해 이 같은 소감을 남겼다.
강동원은 스타 감독의 연출작이 아니어도,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에 출연해 온 경향이 짙다. 이날 ‘흥행 여부도 고려하겠지만 꼭 대작만 선택하는 거 같진 않다. 스스로의 감을 100% 믿느냐’는 물음에 강동원은 “제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을 해보는데 ‘이건 되게 재밌겠다’ 싶으면 그냥 한다”고 답했다.

‘천박사’를 연출한 김성식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조감독 출신으로 이번 상업 장편작을 통해 감독 데뷔했다.
새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제공배급 CJ ENM, 제작 외유내강)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천박사 역의 강동원은 “이전에 봤던 느낌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물론 제가 했었던 역할들이고 제가 하는 거라 완전히 (내 모습을) 배제할 수 없지만. ‘천박사’가 ‘전우치’, ‘검사외전’의 중간쯤 되는 인물이라 최대한 비슷한 모습이 나오지 않도록 배제했다”고 차별화한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캐릭터에) 세월이 잘 묻어난 느낌이 들었다. 배우가 자신의 얼굴이 (잘생기게) 잘 나오면 좋은 것이지만.(웃음) 예전에 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게 나오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제 나이로 보이는 거 같아 좋다. 이젠 아저씨 같은 느낌도 있더라.(웃음)”고 스크린 속 얼굴을 자평했다.
출연을 결정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글을 읽으면서 이건 재밌겠다 싶으면 하는 편이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봐서 재미있을 거 같으면 하는데, ‘쉽지 않겠다’ 싶은 작품들도 있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쉽지 않겠다 싶었던 건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웃음) ‘가려진 시간’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서 했는데 (결과가) 조금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강동원은 엄태화 감독의 연출을 칭찬하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확실히 더 재밌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보실 수 있도록 저희가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면서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제가 극장에 가면 사람들이 못 알아보신다. 마스크를 쓰고 가니까. 저도 요즘엔 밖에 잘 돌아다닌다. 예전과 달리 집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일상을 들려줬다.
배우 허준호가 희대의 악귀 범천 역을 맡아 강동원과 대립한다. 이날 강동원은 허준호에 대해 “선배님이 미국 스타일이다. 후배들에게 친구처럼 대해주신다. 되게 순수하다”라고 함께 하며 받은 느낌을 전했다. 그러면서 “선배님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촬영장에서 재미있게 지냈다. (쉬는 시간에) 같이 짜장면을 배달해 먹기도 했고.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가기도 했다”고 훈훈했던 현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한편 배우 이동휘가 퇴마 연구소에서 일하는 부사장 인배 역을 맡아 천박사 역의 강동원과 티키타카 호흡을 맞췄다. 이동휘의 코믹한 얼굴이 인배에게 그대로 묻어나 두 사람이 나올 때마다 웃음이 배가됐다.
강동원은 이동휘를 놓고 “워낙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며 “코믹함부터 진지함까지 얼굴에 다 있다. 덕분에 같이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고 그가 출연한 디즈니+ 드라마 ‘카지노’를 재미있게 시청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카메오 출연한 배우 박정민과 블랙핑크 멤버 겸 배우 지수와의 촬영기를 떠올렸다. 선녀 무당 역을 맡은 박정민에 대해 “짧지만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더라. (본인의 촬영 당일) 저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서 저의 굿 신도 챙겨봤다고 한다. 제가 눈을 뒤집는 걸 보고 ‘재밌다’고 했다더라. 이동휘한테 전해들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웃음) 그만큼 캐치가 빠른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어 강동원은 “박정민이 블랙핑크 지수의 팬이다. 그래서 자신의 부채에 지수의 사인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강동원과 박정민은 넷플릭스 새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의 촬영을 진행 중이다. “요즘 도련님을 잘 모시고 있다. 도련님을 못 뵌 지 거의 두 달이 넘어서 빨리 보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 란’에서 박정민은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 역을, 강동원은 그의 몸종 천영 역을 맡아 캐스팅 단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강동원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그간의 궤적에 대해 그는 “신인 때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고 점점 그런 배우가 되어가고 있는 거 같다. 데뷔 전 연기 준비를 3년 정도 했어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물론 지금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20년 넘게 하다 보니 어릴 때보다는 자유로워진 느낌이 든다”고 소회를 전했다.
햇수로 데뷔 21년 차에 접어든 강동원은 “이젠 어떤 신이 와도 긴장하지 않게 됐고, 어떤 디렉션이 들어와도 고민 없이 하게 됐다. 자신감과 경험이 쌓여서 그런 듯하다”면서 “스무 작품 넘게 찍으며 다양한 캐릭터를 맡다 보니 그렇게 마인드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현장에 사람이 많으면, 아무리 스태프여도, 위축됐었다. 제가 외향적 성격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하는 거 같다”고 돌아봤다.
강동원은 영화와 함께 드라마 출연도 할 의향이 있다면서 “언제나 열려 있다. 장르물뿐만 아니라 멜로도 좋아한다. 근데 멜로물이 진짜 힘든 게 현실에 닿아있지 않은 게 많은 듯하다. 좋은 시나리오가 제게 온다면 언제든 하고 싶다”며 “예전에 장준환 감독님과 (멜로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었다. 근데 시나리오를 준비하다가 잘 안 됐다”고 밝혔다.
강동원은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유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 또래 PD나 감독님들을 만나서 하는 얘기가 있다. 감정 표현을 하는 부분도 극단적이든, 절제하든,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바꿀 수 있게 됐다. 0부터 10까지 표현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 갈수록 현장이 너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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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A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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