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가을야구 희망이 살아있지만 불씨가 점점 꺼져가고 있다.
롯데는 지난 19일 사직 키움전에서 3-6으로 패했다. 최하위 키움에 덜미를 잡혔는데 경기 내용이 더 아쉬웠다. 6회까지 3-2로 앞섰지만 7회 구원투수 최준용이 이주형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맞았다. 9회에는 마무리투수 김원중이 3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다.
불펜 싸움에서 패한 경기. 지난 9일과 15일 부상으로 나란히 엔트리 말소된 필승조 김상수(허벅지), 구승민(어깨) 공백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두 투수 공백을 메워주던 진승현마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20일자로 1군 엔트리 제외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승현과 함께 중심타자인 주장 안치홍도 감기 몸살이 겹쳐 올 시즌 처음으로 엔트리 말소됐다. 이종운 롯데 감독대행은 20일 대전 한화전이 우천 취소된 뒤 “자꾸 부상자가 나와 걱정이다. 선수들이 계속 뛰다 보니 피로 누적이 온 것 같다. 더 이상 부상자가 나오지 않게 잘 마무리해야 한다”며 걱정스러워했다.
악재는 또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발탁된 투수 박세웅과 나균안이 23일부터 잠시 팀을 떠난다. 내달 8일이 귀국 예정일인데 롯데는 두 투수 없이 보름 동안 더블헤더 포함 총 12경기를 버텨야 한다.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 팀 내 핵심 선수들이 차출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중 선발투수 2명이 한꺼번에 빠지는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가뜩이나 불펜 필승조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꾸준하게 이닝 소화력을 보여준 박세웅과 나균안이 빠져 마운드 전체가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종운 대행도 “박세웅, 나균안이 빠지면 실질적으로 선발이 외국인 투수 2명밖에 없다. 심재민도 대체 선발이고, 불펜 3명이 빠진 상황이라 중간으로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며 “누군가 또 자리를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해야 한다. 핑계가 될 순 없다. 대체 선발로는 지금 1군에 심재민도 있고, 퓨처스에 2명 정도 생각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려 한다”고 밝혔다.
19일 키움전 패배로 3연승이 끊긴 롯데는 58승65패를 마크, 5위 SSG(63승59패2무)와 격차가 5.5경기로 벌어졌다. 이종운 대행 체제에서 8승7패(승률 .533)로 분전하고 있지만 5위권과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이제 남은 시즌은 21경기. 현실적으로 5.5경기 차이를 뒤집기가 어렵지만 이종운 대행은 긍정의 힘을 믿었다. 20일 선수단과 미팅을 가진 이종운 대행은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지만 선수들에게 좋게 생각하자는 말을 했다. 그동안 기회를 못 받은 선수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제 21경기 남았는데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쉽지 않지만 아직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옆에서 푸시하는 역할을 나와 우리 코치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