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티스타트 장인’ 고영표(32·KT 위즈)가 결국 퀄리티스타트 기록에서 일을 냈다. 레전드로 꼽히는 정민태, 다니엘 리오스도 못한 3년 연속 퀄리티스타트 20회를 달성하며 이 부문 최초의 사나이가 됐다.
고영표는 지난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과의 시즌 15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20번째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2021시즌부터 2시즌 연속 21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고영표는 KBO리그에서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집계한 이래 최초로 3년 연속 퀄리티스타트 20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 동안 정민태, 다니엘 리오스, 양현종, 메릴 켈리, 헥터 노에시, 더스틴 니퍼트, 조시 린드블럼,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 데이비드 뷰캐넌, 라울 알칸타라 등 수많은 레전드급 투수들이 해당 기록에 도전했지만 모두 2년 연속에서 20퀄리티스타트 행진이 멈췄다.
20일 수원에서 만난 고영표는 “3년 연속 퀄리티스타트 20개가 최초인 줄 몰랐다.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라며 “목표로 했던 20개를 달성해서 개인적으로 뿌듯하고, 한 시즌 동안 꾸준히 선발투수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이 좋다”라고 대기록 달성 소감을 전했다.
3년 연속 퀄리티스타트 20회보다 더 기쁜 건 ‘최초’라는 타이틀이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외국인투수들을 넘어 KBO리그 퀄리티스타트 부문의 새 역사가 됐다.
고영표는 “최초라는 건 굉장한 걸 해냈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퀄리티스타트 개념이 없었지만 야구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6이닝을 끌어주는 게 중요하다. 3년 동안 꾸준히 20개를 한 나 자신에게 큰 점수를 주고 싶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기록 달성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는 공격적인 투구를 꼽았다. 고영표는 “이닝 당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가져가야 6회까지 던질 수 있다. 또 3점 이내로 막아야 하니 출루를 허용하더라도 적은 개수로 공격적으로 피칭하는 게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늘 그런 마음으로 마운드에서 승부하다보니 6~7이닝을 자주 던질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퀄리티스타트라는 기록에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내기도 한다. ‘6이닝 3자책점을 달성한 투수가 진정 뛰어난 투수인가’라는 의문이 회의론의 시발점이다. 6이닝 3자책점을 평균자책점으로 환산하면 4.50이기 때문. 통상적으로 평균자책점 4점대 투수를 보고 좋은 투수라는 평가를 내리진 않는다.
고영표는 이에 대해 “물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좋은 투수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6이닝을 계속 던져야 한다. 5이닝 무실점도 퀄리티스타트가 아니다. 선발투수가 6이닝을 책임지면 제 몫을 충분히 했고, 승리 확률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또 매번 3실점하는 게 아니고 2실점도 있고 무실점도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올해 KT가 승리하는 경기를 보면 선발투수 6~7이닝에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으로 이어지는 깔끔한 경기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벤자민, 쿠에바스, 배제성 모두 그런 투구를 해준다”라며 “난 2017년부터 선발투수를 했는데 그 때부터 목표가 6이닝 3자책점 이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내 목표는 항상 6이닝 3자책점 이내로 던지는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레전드 출신인 KT 이강철 감독도 에이스 고영표의 대기록 달성에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타고투저 시대에 긴 이닝을 소화하며 잘 버텼다고 볼 수 있다. 고영표는 이제 최소 6이닝 3실점을 기대할 수 있는 이른바 믿고 쓰는 선발투수가 됐다. 기록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진행 중인 고영표를 향해 새로운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제 20승을 3년 연속 해봐라”라며 웃었고, 고영표는 이에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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