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평균자책점 1점대 특급 필승조로 우뚝 선 함덕주(28·LG)가 또 다시 부상 낙마했다. 2년 전 자신을 괴롭힌 팔꿈치 부상이 재발하며 뒤늦게 시작한 트레이드 성공기 집필을 접게 됐다.
LG 염경엽 감독은 지난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좌완 필승조 요원 함덕주의 시즌 아웃이라는 비보를 전했다.
염 감독은 “아직 팔꿈치 염증이 심하게 남아 있어 정규시즌은 힘들다. 무리를 안 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물이 차고 염증이 남아있어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라며 “시즌 끝나고 포스트시즌 출전을 위해 공도 잡지 말라고 했다. 정규시즌 남은 경기를 쉬게 할 것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함덕주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건 지난 8월 29일. 부상이 아닌 부상 예방 차원에서 말소가 결정됐지만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왼쪽 팔꿈치 상태가 악화됐다. 이달 초 염 감독은 “닷새 쉰 뒤 캐치볼을 했는데 팔꿈치가 조금 불편하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열흘 휴식 후 1군 등록 플랜이 무산됐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며 19일 병원으로 향해 정밀 검진을 받았는데 팔꿈치 염증이 발견됐다. 시즌 아웃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6개월 전 함덕주는 KBO리그를 뜨겁게 달군 빅딜의 주인공이었다. 2021년 3월 LG 차명석 단장이 1루수가 필요한 두산에 양석환을 선 제시한 뒤 반대급부로 함덕주를 요구하는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양 팀은 양석환-함덕주 맞교환에 채지선, 남호 등 어린 투수들을 더해 최종 2대2 대형 트레이드를 완성시켰다. 함덕주는 그렇게 정든 두산을 떠나 라이벌 LG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에서 한때 27세이브를 올리며 왕조 마무리로 활약한 함덕주는 LG 이적 후 부상에 시달렸다. 팔꿈치 부상으로 LG에서의 첫 시즌을 16경기(21이닝)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로 마쳤고, 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22시즌 또한 큰 반전은 없었다. 13경기(12⅔이닝) 평균자책점 2.13을 남긴 뒤 5월 초 2군에 내려가 선발 준비를 하다가 잔부상으로 4개월을 쉬었다. 9월 중순 퓨처스리그에서 등판했지만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함덕주는 트레이드 이후 3번째 시즌 만에 마침내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 57경기에 등판해 4승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62의 안정감을 뽐내며 2점대 평균자책점에 27세이브를 올린 2018시즌을 재현했다. 5월 평균자책점 0, 6월 0.71, 8월 0.90의 호투 속 LG의 정규시즌 1위 도약에 큰 힘을 보탰다. 50경기 이상 구원 등판한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는 함덕주가 유일하다.
그러나 2023년 정규시즌의 결말은 다시 새드엔딩이었다. 2020시즌 55⅓이닝을 소화한 뒤 2021시즌 21이닝, 2022시즌 12⅔이닝 이후 3시즌 만에 50이닝을 돌파했지만 팔꿈치가 피로 누적을 버티지 못했다. 염 감독도 “몇 년 동안 안 던지다가 던져서 그런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렇다면 함덕주의 반대급부인 양석환의 3년 간 성적은 어떨까. 양석환은 이적과 함께 두산의 5번 1루수를 맡아 2021시즌 ‘트레이드 복덩이’로 거듭났다. 133경기서 타율 2할7푼3리 28홈런 96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루수 고민을 지움과 동시에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첫해와 달리 2년차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고질적인 내복사근 부상이 재발했고, 5월 복귀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107경기 타율 2할4푼4리 20홈런 51타점의 저조한 성적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양석환과 더불어 김재환, 정수빈 등 주축 선수들이 동반 부진을 겪은 두산은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었다.
양석환은 올 시즌 거포 본능을 되찾았다. 119경기 타율 2할7푼7리 19홈런 76타점 OPS .785의 활약과 함께 홈런 부문 공동 4위에서 3년 연속 20홈런을 바라보고 있다. 부진한 4번타자 김재환의 공백을 메우며 두산의 가을 미라클에 큰 힘을 보태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함덕주와 양석환 모두 202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다. 시장에 나올 경우 통산 성적을 종합해 가치가 매겨지겠지만 트레이드 이후의 임팩트는 양석환이 여전히 우위에 있는 게 현실. 함덕주가 올 시즌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쓰려던 찰나 내구성에서 또 다시 약점을 보이며 지난 2년의 아쉬움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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