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변희봉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18일 연예계에 따르면 변희봉이 이날 별세했다. 완치 판정을 받았던 췌장암이 재발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변희봉의 투병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2018년이었다. 당시 tvN 예능프로그램 ‘나이거참’에 출연한 변희동은 ‘미스터 션샤인’ 섭외를 받고 건강검진을 했다가 췌장암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미스터 션샤인’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될 수 없었다”고 고마워 했다. 하지만 이후 최근 재발됐고, 투병 끝에 끝내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극단 산하에서 연극 배우로 활동하던 변희봉은 1965년 MBC 성우 공채 2기로 연예계 데뷔했다. 이어 1970년 MBC TV 반공드라마 ‘홍콩 101번지’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한 그는 ‘수사반장’ 속 사이비 교주 역 등 주로 악역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 왔다. 이후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 유자광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찬란한 여명’ 흥선 대원군, ‘허준’ 창녕 성대감 등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비추며 활약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00년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해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는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등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여러차례 함께하며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미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 했지만 다음이 기대되고, 감독으로서 점점 더 캐내고 싶게 만든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괴물’을 통해 제27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2017년 ‘옥자’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꿈을 갖지도 않았다”며 “벼락 맞은 사람 같다.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칸 진출이 배우 인생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준 계기가 됐다고 밝힌 그는 “이제 다 저물었는데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니냐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힘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며 “좌우간 이 다음에 뭘 또 하려는지 기대해 달라. 열심히 하겠다. 죽는 날까지 하겠다”고 열정을 드러내 취재진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2017년 췌장암 진단 이후 치료에 전념했던 변희봉은 완치 후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트랩’, 영화 ‘양자물리학’ 등에 출연하며 2019년까지도 왕성한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2020년에는 제11회대중문화예술상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마지막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변희봉의 비보에 영화계는 큰 슬픔에 빠졌다. 고인과 ‘살인의 추억’, ‘괴물’ 등에서 함께했던 송강호는 이날 ‘거미집’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조금 전에 소식을 듣고 정신이 없다. 자주 뵙진 못했지만 연락을 드리고 했었다. 봉준호 감독을 통해 투병 중인 소식을 간간이 전해들었다”며 연신 “너무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다. 정확한 장례 절차는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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