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안은진이 오매불망하던 꿈속의 사내는 바로 남궁민이었다.
12일 방영한 MBC 금토드라마 ‘연인’(기획 홍석우/연출 김성용 천수진/극본 황진영) 8화에서는 심양으로 볼모가 되어 끌려 간 소현세자(김무준 분) 내외와 신하들, 그리고 표언겸(양현민 분)의 제안에 함께 심양으로 떠나게 된 이장현(남궁민 분)과 그에 대한 마음을 다잡지 못한 유길채(안은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유길채는 이장현과의 입맞춤을 잊지 못했다. 여름빛이 사위어 갈 시절이었다. 이장현은 “아직 날 연모하지 않는 걸 안다. 낭자의 마음이 여전히 연준 도령의 것임을 잘 안다. 하나 날 연모하지는 않아도 날 잊지는 마시오”라며 간곡히 말했다. 그래서 유길채는 소현세자 행렬에 따라 붙었다.
자칫 오랑캐들의 표적이 될 뻔한 유길채를 구한 건 이장현이었다. 이장현은 “왜 낭자는 항시 멋대로지? 그러다 끌려가기라도 하면”라며 화를 냈으나 유길채는 “내가 할 말이다. 멋대로 내 입술을 훔쳐 가고, 뭐, 심양? 썸인지 쌈인지 멋대로 하는 거랍니까?”라며 적반하장으로 굴었다.
이장현은 “갑자기 왜 이러지? 갑자기 없던 관심이라도 생겼소? 수일 전에도 연준 도령 때문에 울고불고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더니. 아, 나와 입맞춤을 하니 내게 반했나?”라며 반쯤 농담했다. 유길채는 진지하게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이장현은 그가 여전히 연준 도령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 “만약 연준 도령을 더 생각 안 한다면, 지금이라도 심양 가는 길을 아니 가리라. 말로만이라도 말해준다면”라고 말하며 유길채의 말을 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이장현이 오해한 게 있다면, 유길채에게 남연준(이학주 분)는 어떤 기억이자 추억이었다. 단칼에 잘라지는 게 아니었다. 유길채는 “연준 도령은 그렇게 쉽게 지울 수 있는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그 말에 이장현은 유길채의 고운 얼굴을 소중히 감쌌다. 눈물이 스미듯 스치듯 이장현의 얼굴에 어리었다.
이장현은 “정말 밉군. 도대체 연준 도령에게는 있고, 내게는 없는 게 뭐요?”라고 말한 후 돌아섰다.
소현세자 일행은 청국에서 말 못 할 수모를 당했다. 일국의 세자, 그것도 적장자로 태어나 정통성이며 지체가 남다른 소현세자로서는 눈만 뜨면 모욕이요, 숨만 쉬어도 박대를 당하니 살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신하들 앞에서 눈물을 쏟아 조선 땅 조정 대신들까지 울렸다.
인조는 남연준의 기개를 믿고 청나라 황제에게 직접 가서 한 마디를 하라고 시켰으나 그것은 죽을 자리를 골라 보내는 격이었다. 남연준은 임금의 명을 거절한 죄로 옥에 갇히고, 남연준의 재산은 모두 몰수당했다. 그렇게 가난하게 몰린 유길채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 왔다. 심양에 간 이장현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이장현이 잡힌 것은 사실이었다. 정명수가 조선의 조공을 착복한다는 사실을 조선의 대신인 정뇌명이 알아 이를 고발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명수는 용골대의 심복이었다. 소현세자는 “쥐새끼처럼 양국에서 착복을 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느냐”라고 분노했으나 이장현은 “그 쥐새끼 같은 자가 은과 홍시를 빼돌려 누구와 나누었겠습니까? 그 자를 가까이서 두고 쓰는 자가 누구이옵니까?”라며 차분하게 소현세자의 안목을 키웠다.
그러나 일은 이미 커졌다. 용골대는 못마땅하게 여겼던 이장현을 그대로 잡아 가두었다. 그렇게 죽을 줄 알았던 이장현인지라, 청나라 군사들은 이장현의 물품을 모아 조선으로 보냈다. 이장현은 청나라 황제에게로 잡혀 갔다.
조선 땅에서 유길채는 이장현의 유품으로 온 댕기를 보았다. 이장현이 “내 죽기 전까지 이 댕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을 작정이다"라고 말했던 댕기였다. 유길채는 “고인이 생전 입은 옷을 들고 세 번 외쳐 부르면 다시 살아돌아올 수도 있다는데”라면서 이장현이 전쟁 중에 주었던 그의 옷을 들고 산 위로 올라갔다.
상위복, 옷을 펄럭거리며 죽은 이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였다. 유길채는 “장현 도령! 돌아오시오! 돌아오면 내 다시는 매몰차게 대하지 않으리라!”라고 말하며 드디어 사무친 마음을 밝혔다. 유길채는 비로소 꿈속의 사내의 얼굴을 보았으니, 그가 바로 이장현이었던 것이다./osen_jin0310@osen.co.kr
[사진] MBC 금토드라마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