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폐지해라" 피프티 사태, 대중을 계몽하겠다는 오만함 [Oh!쎈 이슈]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3.08.24 12: 30

"팩트체크도 안하고 그대로 다 방송하나".'그것이 알고 싶다'가 피프티피프티 사태에 대한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폐지청원까지 등장했다. 여론이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가운데 대중을 계몽하려는 듯한 제작진의 오만함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약칭 '그알')에 대한 폐지 청원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지난 19일 방송된 '그알' 1365회에서 제작진이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다루며 편파적인 내용을 구성했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원인은 "SBS는 걸그룹한테 갚아야 하는 빚이 있는 것처럼 수차례 표현해서 마치 소속사는 포주고 걸그룹은 빚을 포주한테 빌린 것처럼 만들어 소속사한테 갈취당하는 피해자처럼 묘사했다"라며 "걸그룹은 전속계약이 해지되면 그동안의 모든 비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 이 부분이 바로 피프티피프티 4명이 전속계약을 깨려고 하는 핵심적인 이유인데 SBS는 이 부분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고 피프티피프티 4명에게 영원히 따라 다니는 빚이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SBS는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다고 팩트 체크도 안하고 부모들 주장을 그대로 다 방송하나"라며 "이런 식으로 작정하고 어트랙트 대표를 악덕 사장으로 묘사한 이유가 뭔가. 공영방송이면서 편파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를 폐지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해당 글은 하루 만인 24일 오전 3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 밖에도 '그것이 앞고 싶다' 폐지를 촉구하는 또 다른 청원글이 등장했고 1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호응을 얻는 상황. 포주, 화류계 등 자극적인 표현이 청원인의 분노를 짐작케 하고 있지만 핵심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송 내용을 보고 "가짜 뉴스", "작정한 편파 방송"이라는 표현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피프티피프티 사태 방송에 비일비재하게 따라붙고 있다는 것이다. 1992년부터 방송을 시작해 31년 동안 SBS 간판 사회 고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그것이 알고 싶다'가 가짜 뉴스 취급을 받을 정도로 해당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거센 것이다. 
문제는 이를 되돌리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나 방송사 차원의 대응이 어떤 것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 이후 줄곧 비판이 제기되고 논란으로까지 비화됐으나, SBS나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침묵을 고수했다. 방송 나흘째 만인 지난 23일 "현재 입장을 정리 중이다"라는 귀띔이 있었으나 24일 오전까지 별도의 발표는 없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되나, 대중의 반발심이나 실망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중이 분노한 것은 연예계에 대한 겉핥기 식의 취재로 기계적 중립을 표방한 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전에 이미 피프티피프티 사태는 일찌감치 논란이 돼왔고, 해당 방송의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K팝 팬덤, 한국 연예계에 관심 있는 대중의 상당수가 사태를 주목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피프티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나아가 템퍼링 의혹을 받은 더 기버스와의 관계와 진실공방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은 더 기버스에 대한 의혹은 자세히 다루지 않았고, 사안을 피프티피프티와 어트랙트의 진실공방으로 축소시켰다. 그로 인해 이전까지 사태에 관심을 갖던 사람들이 알고 있던 정보보다 어트랙트 측의 주장은 축소됐고, 피프티피프티 측의 주장은 인터뷰를 통해 확대됐다.
물론 사안이 현재 법원의 강제조정 혹은 재판 진행을 거칠 만큼 예민한 만큼 방송 제작 과정에서의 객관성과 중립성 요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전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송 구성을 고려한다면, 아무리 후하게 봐도 피프티피프티 사태에 대한 제작진의 접근이 다소 기계적이고 편향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30년 넘게 SBS 간판 사회 고발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은 데에는 사태에 대한 끈질긴 취재력과 더불어 어떤 외압이나 시선을 떠나 자유롭게 논조를 강조하던 용기에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피프티피프티 사태에 대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시각은 기계적 중립을 표방한 오만한 감성팔이에 지나지 않게 된다. 대중문화산업이나 걸그룹 제작 과정에 대한 몰이해 속에 미성년자의 노동, 미래와 꿈 같은 거시적인 감성 코드를 가져온 데다,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방송인 양 대중의 판단을 계몽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힘든 것이다.
정보 편향성이 심해지며 우리 사회에서 논쟁적인 사안에 결론을 내려놓고 반론을 취급도 안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일면 사실이긴 하다. 불확실한 정보와 불명확한 가치 판단이 기준이 되는 연예계나 문화 콘텐츠 사업에서 대중의 시선은 때로는 열려 있다. 특히 전속계약 분쟁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소속사 보다 아티스트의 입장이 우세해왔던 이전 사례들을 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프티피프티 측에서 돌아선 여론의 이유도 다뤄봄직 했다. 이를 배제한 '그것이 알고 싶다'의 구성에 사안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내렸던 다수의 시청자들이 무시당했다는 인식마저 드는 상황. 카메라만 들면, 혹은 알려진 정보와 다른 이야기를 조금만 들으면 이를 몰랐거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이야기가 우매한 게 되냐는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네티즌 일각의 비판만이 아니라 KBS 고국진 PD,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현재 국내 연예계 관계자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 콧대 높았던 사회 고발 프로그램의 선민의식과 계몽주의,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던 오만함이 벽에 부딪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SBS가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피프티피프티 사태와 더불어 인기 프로그램의 운명이 이 마무리에 달렸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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