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제2의 박찬욱? 제자라서 들으면 기분 좋다"[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8.24 08: 05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4)에 한국 대표 작품으로 출품된 가운데, 엄태화 감독이 그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작품 속 의미를 설명했다.
엄태화 감독은 23일 방송된 KBS2 시사교양 ‘더 라이브’에 출연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전반적으로 어둡지 않은 코믹한 영화다. 웃긴데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가 연출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공동제작 BH엔터테인먼트,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

이날 엄태화 감독은 ‘제2의 박찬욱’이라는 칭찬에 “제가 박찬욱 감독님의 제자라서 그런 말을 듣기 좋다”며 “박찬욱·봉준호는 한국영화가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드신 감독님들이다. 저를 비롯해 제 나이또래 감독들은 그분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제2의 박찬욱’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24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할 한국영화로 최근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선정했다. 아카데미 측이 외국어영화상(=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를 발표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국내에서는 벌써부터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엄태화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출품된 것과 관련, “외국 사람이 보기에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거 같다. 이 영화는 주거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지만 깊이 들어가면 의식주 위주의 삶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자는 가치관이 부딪힌다”며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간다’는 게 저희 영화의 중요한 정서인데 신발을 신고 집에서 생활하는 외국 사람들은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블랙코미디라고 정의한 엄 감독은 “한국 사람이라면 재난 속에서도 춤을 추고 노래하는 걸 멈추지 않을 거 같아서 그런 장면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파트라는 소재를 가져오면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게 한국적 디테일이다. 관객들이 ‘오늘 저녁에 우리 아파트에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하고 싶어서 미술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아파트를 세트로 지었다”며 “재개발 단지에 가서 (못쓰는)현관문이나 난간, 창살, 나무 등을 가져오기도 했다. 디테일하게 채워서 실제 아파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배우들의 대사에도 현실을 반영했다. 그래서 보신 관객들이 현실적으로 느끼시는 거 같다”고 밝혔다.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쓰리, 몬스터’(2004)의 조연출이었던 시절 이병헌과 인연을 맺었던 바. 그는 19년 만에 자신의 연출작에서 감독과 배우로 다시 만났다.
이날 엄 감독은 “이병헌은 아직까지도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다. 제가 ‘쓰리, 몬스터’의 연출부 막내 시절 그는 주연배우였다. 이번에 연출자와 배우로 만나 감회가 새롭다”며 “제게 어려운 선배님인데 저를 항상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의 의견을 말할 때도 제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현실성 가득한 인간 군상과 그것을 표현해낸 배우들의 열연으로 재난 영화의 신세계라는 호평을 받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이달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어제(23일)까지 누적 관객수 295만 2326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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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더 라이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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