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장된 성공을 마다하고 해외에서 도전한 젊음은 더 절실하고 강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3일 오후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일본과 2차 평가전에서 84-69로 완승을 거뒀다. 한때 20점 이상 앞섰던 한국은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며 대승을 완성했다.
한국은 일본과 1차전도 91-77로 승리하며 두 번 모두 이겼다. 비록 일본이 귀화선수 조쉬 호킨슨과 혼혈선수 아키라 제이콥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1군이 아니었지만 안방에서 2승은 의미가 크다.
해외파 이현중(25, 일라와라)과 여준석(23, 시애틀대)이 가세한 한국은 강했다. 최준용, 송교창, 양홍석 등 국내파 장신포워드의 공백을 우려하는 팬들이 많았다. 2미터 포워드 이현중과 여준석은 한차원 다른 수준의 농구를 선보이면서 한국을 이끈 투톱이었다.

1차전에서 이현중은 3점슛 8개 중 4개를 꽂으며 팀내최다 25점을 쏟아냈다. 여준석 역시 4쿼터 막판 승리의 투핸드 덩크슛을 포함해 18점, 6리바운드를 거들었다.
2차전도 두 선수가 가장 빛났다. 이현중은 전반전 위주로 22분 18초만 뛰고 3점슛 5/6을 포함해 19점을 쏟아냈다. 리바운드도 가장 많은 12개를 잡았고 4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을 곁들였다.
여준석은 15점, 9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을 보탰다. 리바운드 경합이 좋아졌고 자신에게 몰린 수비를 역이용하는 센스까지 돋보였다. 2미터 장신포워드 두 명이 동시에 뛰는 한국은 너무나 든든했다.
이현중과 여준석은 아마추어시절부터 국내서 적수가 없었다. 두 선수 모두 각각 U19 월드컵 미국전에서 대패를 당하면서 오히려 해외진출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호주 NBA 글로벌 아카데미에서 함께 유학했다. 이현중은 스테판 커리의 데이비슨대학에 진학했다. 여준석은 곤자가대를 거쳐 시애틀대로 전학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7/14/202507140217771041_6873eb22626e7.jpg)
우물 안 한국은 너무 좁다! 해외리그 도전을 선택한 도전자
해외파 두 선수는 한국선수가 하지 않는 유형의 플레이를 많이 보여줬다. 한국농구는 최대한 몸싸움을 피하고 골밑에서 접촉없이 슛하는 농구를 추구한다. 피지컬이 약하고 마인드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현중은 달랐다. 스크린을 받아서 앞선 두 명 사이를 찢고 들어가 골밑의 빅맨 둘 사이로 올려놓는 레이업슛은 인상적이었다. 몸싸움을 미리 예상하고 들어가는 강인함, 상대와 접촉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균형감각과 강한 신체, 골을 넣고 추가파울까지 얻겠다는 공격성이 더해졌다.
여준석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한국선수들은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도 림을 보지 않고 외곽으로 빼주기 바쁘다. 여준석은 전투적으로 리바운드를 잡아 어떻게든 몸싸움을 이겨내며 슈팅을 노렸다. 두 명이 둘러싸도 이겨내고 슛을 올라갈 수 있는 피지컬과 운동능력이 돋보였다.
해외에서 수준높은 선수들과 대결하면서 얻은 자신감은 가장 큰 무기다. 이현중은 NBA를 노리는 선수답게 수비가 없을 때 곧바로 딥3를 꽂았다. 여준석 역시 1차전 막판 속공에서 투핸드 덩크슛을 때려넣었다. NCAA 디비전1이나 호주리그에 비하면 일본대표선수들도 한 수 아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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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하는 선수가 가장 절실했다
둘의 가장 큰 강점은 정신력이다. 한국에서 보장된 성공을 마다하고 십대시절부터 해외리그에서 생활한 선수들이다. 더 많은 돈을 포기하고 수준 높은 선수들과 대결을 원했다. 둘은 농구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고 정신력의 수준이 남달랐다.
1차전 승부처에서 이현중은 적극적으로 스틸을 노리며 코트에 몸을 던졌다. 아쉽게 공을 빼앗기며 넘어졌다. 아쉬워할 틈도 없었다. 이현중은 곧바로 일어서서 반대코트로 뛰어갔고 공을 가로챘다. 엄청난 허슬플레이와 정신력이었다. KBL 챔프전 7차전 정도는 돼야 볼 수 있는 플레이였다.
이현중은 “농구선수라면 코트안에서 쉬면 안된다. (공을) 살려서 레이업슛을 넣을 수 있었는데 놓쳐서 무조건 공격권을 가져가려고 아무 생각없이 달려가서 뺏었다”고 답했다.
여준석도 마찬가지였다. 공격권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고 뛰었다. 미국에서 많은 출전시간을 갖지 못한 한을 제대로 풀었다. 3년 만에 돌아온 대표팀이지만 자신이 에이스라는 자만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현중과 여준석이 대표팀의 에너지를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다른 선수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목소리를 내는 리더&에이스
한국농구 문제점 중 하나로 소통부재를 꼽는다. 선수는 감독과 코치가 시키는대로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간 선배가 지시하고 후배는 따르는 일방통행이 많았다. 나이보다 기량으로 서열을 정하는 미국과는 다른 점이다.
이제 한국도 많이 바뀌었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 선수들이 많이 모이면서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자신이 스타라고 잘난체하는 선수가 없고 다들 열심히 했다.
1차전 전반전 한국은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42-45로 뒤졌다. 이현중은 “전반에 로테이션이 안됐다. 하프타임에 제가 라커룸에서 목소리를 냈다. 김종규, 이승현 형들이 후배들 목소리를 들어주신다. 감독님도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도록 해주신다. 잘 맞춰서 후반에 잘됐다. 다들 오픈마인드라 너무 좋다”고 밝혔다.
나이는 어리지만 기량으로 보면 당연히 이현중이 에이스다. 팀에서 에이스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최고참 김종규, 이승현도 후배 목소리를 무시하는 ‘꼰대’가 아니었다. 이현중은 작전시간에도 선수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전 대표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장면이다.
2002년생 여준석은 대표팀에서 막내다. 예전 같으면 아무리 잘해도 막내는 많이 못 뛴다. 지금은 다르다. 누구도 여준석이 많이 뛰는 것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 기량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돈보다 꿈을 쫓는 도전, 계속된다
이현중과 여준석은 이미 KBL 최고선수들을 뛰어넘는 실력을 선보였다.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국내최고 연봉과 명예, 인기가 보장돼 있다. 병역문제까지 걸려있어 이들의 해외도전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팬들과 관계자들이 “이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어떠냐?”고 달콤한 제안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아직까지 최고수준에서 경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NBA 서머리그를 마다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이현중은 “미국도전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어디든 열려있다. 현재 대표팀에 집중하다보면 좋은 오퍼가 올 거라 생각한다”며 도전을 이어갔다.

시애틀대에 4학년으로 편입한 여준석은 “(시애틀대) 감독님이 저에게 역할을 많이 주시는 느낌을 받았다. 제가 잘하면 올 시즌 출전시간이 많을 것”이라며 차기 시즌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현중과 여준석은 18일과 20일 안양에서 이어지는 카타르와 평가전에 이어서 출격한다. 남자농구대표팀은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최되는 FIBA 아시아컵 2025에 출전한다. 카타르, 호주, 레바논과 함께 A조에 속한 한국은 4강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드릭 로슨이 귀화한 레바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다.

결국 국제경쟁력을 갖춘 이현중과 여준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