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km-155km-153km-153km…도파민 터지는 롯데판 구속 혁명, 상동에서 대체 무슨 일이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5.05.18 09: 10

설레발이라고 하더라도, 가슴이 뛰고 도파민이 샘솟을 수밖에 없다. 2군이 머무는 상동에서 올라온 롯데 자이언츠 영건들이 '구속 혁명’에 제대로 동참했다. 
이제 150km를 던지는 투수들을 보는 게 흔해진 프로야구다. 바이오메커닉을 기반으로 구속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투구폼을 연구하고 또 그런 트레이닝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투수들의 구속이 빨라졌다. 140km 중반대만 뿌려도 강속구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롯데는 이러한 구속 혁명에서 다소 뒤처져 있었다. 150km를 던지는 투수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꾸준함이 아닌, ‘찍먹’ 수준이었다. 간신히 150km를 찍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150km를 꾸준히 뿌려대는 파이어볼러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사직이 술렁대고 롯데 팬들의 도파민을 터뜨리게 만드는 일들이 연신 벌어지고 있는 것. 공통점은 모두 롯데의 2군, 상동에서 머물다가 온 젊은 선수들이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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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1군에서 대체 선발로 등판해 희망적인 투구 내용을 이어가고 있는 이민석(22)이 대표적이다. 2022년 1차지명 선수로 150km대 구속을 찍는 강속구 유망주는 맞았다. 그러나 제구와 운영 능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템포와 패턴에서 한끗 차이로 어긋나면 성장의 경험치를 제대로 쌓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150km대의 공을 뿌리면서 제구를 잡고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춰서 1군에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SSG전 패전 투수가 됐지만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도 김태형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11일 KT전 6이닝 5피안타 2볼넷 1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인생투를 펼쳤다. 최고 155km, 평균 150km대 초반의 구속을 꾸준히 던졌다. 비록 17일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 4⅓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희망을 거두기에는 이르다. 이날 이민석은 최고 154km, 평균 150km의 패스트볼 구속이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우측 어깨 견관절 수술을 받고 17일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 등판해 349일 만의 1군 복귀전을 치른 불펜 필승조 최준용(24)도 150km대 구속을 되찾아서 돌아왔다. 앞서 약 3년 여를 괴롭혔던 통증의 근원을 제거하니 강속구를 되찾았다. 되려 부상 이전보다 더 빠른 공을 뿌렸다. 이날 6회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 무실점 1삼진을 기록했다. 선두타자 김재성에게 148km 패스트볼을 던진 뒤 이후 5개의 패스트볼 구속이 모두 150km를 넘었다. 최고 153km, 평균 151km를 기록했다. 
사실 가장 놀라운 점은 전력 외로 생각했던 유망주 투수들까지 이제 1군에서 강속구를 뿌리게 된 점이다. 특히 롯데의 ‘아픈 손가락’인 2017년 1차지명 투수인 윤성빈(26)은 비로소 강속구를 뿌리며 1군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2군 선발 등판 경기들에서 150km 중반대의 구속을 연거푸 뿌리면서 삼진 퍼레이드를 펼쳤다. 2군 21⅓이닝 40탈삼진, 9이닝 당 탈삼진이 무려 16.9개다. 볼넷 역시 19개, 9이닝 당 볼넷 8개를 상회하지만 수치들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최근 허리 부상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14일 KT와의 2군 경기에서 3이닝 6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이날 최고 156km, 평균 154km를 기록했다. 이제 윤성빈은 1군 임시 선발 한 자리를 위해 준비한다. 아직 1군 등록은 안 됐지만 17일에는 더그아웃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윤성빈만큼 놀라운 투수는 2020년 2차 1라운더 좌완 홍민기(24)다. 올해 2군 성적은 6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12.66(10⅔이닝 15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올해 2군 첫 경기에서 3월 14일 KT전 3⅓이닝 13실점(11자책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7⅓이닝 4자책점이다. 당장 불펜 투수로 2군에서 던지고 있었고 지난 17일 더블헤더 특별엔트리로 1군에 올라왔다. 그런데 0-5로 뒤진 6회 올라와 최고 153km, 평균 151km의 패스트볼을 연달아 던지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좌완 파이어볼러 유형의 선수이긴 했지만 구속 자체가 더 빨라진 듯 했다. 결과도 좋았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며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고 패스트볼 제구도 좋지 않았지만 슬라이더로 상대를 현혹시며 1이닝 무실점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결국 0-5로 뒤진 상황에서 홍민기가 무실점으로 극복하면서 7-5 역전극의 서막을 알렸다.
2군 상동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강속구를 던지고 있다. 올해 2군에 새로 부임한 김상진 코치의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두산 시절부터 정철원을 비롯해 최지강 이병헌 등을 1군에 연착륙시킨 투수 조련사로 각광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들을 모두 파이어볼러로 탈바꿈 시킨 역량에 주목했다. 롯데에서도 벌써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 젊은 투수들 외에도 베테랑 박진형, 박시영 등도 김상진 코치의 덕을 보며 밸런스와 구속을 되찾으면서 1군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또한 재활 선수들이 있는 잔류군에서도 임경완-김현욱 코치 체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홍민기 최준용 등 모두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선수들이었다. 최준용은 실제로 “김상진 코치님도 좋았지만 잔류군에서 임경완 김현욱 코치님이 잘 챙겨주셨다”며 “김현욱 코치님이 ‘수술 전에는 힘이 분산되는 동작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편해 보인다고 하시더라. 힘 쓰는 구간이 정말 좋아졌다. 통증만 없으면 될 것 같다’고 하셨다”며 “관리 잘 받으면서 보강 운동만 잘 하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롯데에 당장 강속구 투수들이 많아지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다. 공 빠른 투수들을 좀 더 선호하는 김태형 감독의 스타일에도 맞다. 현재 2군 상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속혁명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일단 희망을 보고 도파민을 터지게 했다. 이제 이들이 1군에서 제대로 연착륙해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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