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 HK+ 사업단이 『야스이 솟켄의 ‘변망’ 역주』(안양대 HK+ 동서교류문헌총서 16)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일본 도쿠가와 시대 말기에 활약한 학자 야스이 솟켄(安井息軒)의 반그리스도교 서적인 ‘변망(辨妄)’을 번역하고 주해한 것으로, 안양대 HK+ 사업단의 최정섭 HK+ 연구교수의 작업으로 출간됐다.
19세기 중엽 미국의 페리 제독에 의해 강제로 일본이 개항된 후 서양 열강의 정치세력과 함께 그리스도교가 되돌아와 활발히 선교활동을 벌이자, 위기를 느낀 일본의 사상계는 활발한 반그리스도교 활동을 벌였다.
‘변망’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그리스도교 금지가 철폐된 해인 1873년에 지어져 많은 환영을 받았다. 동시에, 그 의도와 달리 그리스도교계에서도 주목을 끌고 심지어 영어와 독일어로 번역되기까지 했다.
이는 당시 일본의 지성계에서 큰 학문적 명망을 누리던 야스이 솟켄이 중국에서 전해져온 한문성서를 직접 읽고 그 내용을 인용해가면서 그 부당함을 반박하려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반그리스도교론들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편, 야스이 솟켄은 ‘변망’에서 그리스도교를 공화주의/민주주의와 한몸인 것으로 파악하며, 상식을 벗어나는 성서 속 이야기들만이 아니라, 군주정이 아닌 공화주의/민주주의를 그리스도교가 전파한다는 데 분노를 표했다.
이런 점에서 ‘변망’은 반그리스도교론에 기댄 반공화주의론/반민주주의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야스이 솟켄의 ‘변망’은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조선후기 위정척사론자들에게도 이론적 근거의 하나로 사용되었으며, 근대 초기 동아시아 세계의 지성사에서 반그리스도교론의 전개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변망’의 번역소개는 우리에게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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