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돌풍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강력한 선발야구만큼 불펜의 지키는 힘도 갈수록 대단하다. 1점차 승부에 강세를 이어가며 강팀의 면모를 풍기기 시작했다.
한화는 지난 29일 대전 LG전을 3-2로 승리했다. 4회 이진영과 심우준의 솔로 홈런으로 역전하며 만든 3-2 스코어를 9회 끝까지 지켰다. 선발 라이언 와이스가 6이닝 2실점으로 막아낸 뒤 7회 박상원, 8회 한승혁, 9회 김서현으로 이어진 불펜이 나란히 1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1점차 승리를 합작했다.
7회 LG 상위 타선을 맞아 박상원이 불펜 스타트를 잘 끊었다. 첫 타자 박동원을 3루 땅볼로 처리한 뒤 홍창기를 5구째 몸쪽 낮게 들어간 시속 148km 직구로 루킹 삼진 잡았다. 하이 패스트볼을 요구한 듯 살짝 일어선 자세였던 포수 이재원이 앉으면서 포구했다. 이어 김현수도 포크볼로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시즌 4홀드째.

8회에는 최근 폼이 가장 좋은 셋업맨 한승혁의 몫이었다. 오스틴 딘을 상대로 초구 직구, 2구째 커브로 투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3구째 슬라이더를 존 밖으로 하나 밖으로 뺐다. 이어 4구째 시속 120km 커브를 몸쪽으로 넣어 루킹 삼진 아웃시켰다. 오스틴의 허를 제대로 찌른 볼 배합이었다.
이어 문보경을 3구째 시속 153km 직구로 투수 땅볼 처리한 한승혁은 오지환에게 우측 2루타를 맞았지만 문성주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득점권 위기를 넘겼다. 시즌 6홀드째. 지난 6일 대구 삼성전부터 최근 12경기 10⅓이닝 무자책점 행진을 펼치며 평균자책점을 2.45로 낮췄다.
9회는 마무리투수 김서현 타임이었다. 첫 타자 박해민을 5구째 시속 154km 하이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 처리한 뒤 대타 송찬의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박동원을 유격수 땅볼 유도했다. 6-4-3 병살타로 경기 종료. 공 11개로 1이닝을 삭제한 김서현은 시즌 8세이브째 거두며 이 부문 공동 2위 올라섰다.

이로써 한화는 지난 26~27일 대전 KT전에 이어 최근 3경기 연속 1점차로 이겼다. 올해 1점차 승리만 7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1점차 승부에서 전체 성적도 7승4패, 승률 6할대(.636)로 높다. 지난해에는 1점차 승부에서 13승19패로 승률 4할대(.406)에 그쳤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1점차를 이겨야 강팀이 되는 것이다”고 늘 강조했는데 접전 상황에서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팀이 됐다. 1점차 세이브만 5개나 되는 김서현도 “1점차에 많이 나가다 보니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1점차 박빙으로 이기는 것이 짜릿하긴 하지만 운영적인 면에선 여유 있는 스코어로 이기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타선에 기복이 있는 한화가 매번 넉넉한 점수를 빼내긴 어렵다. 투수들이 실점을 최소화하고, 수비로 틀어막으며 지키는 야구를 하는 게 올 시즌 한화 팀컬러인데 1점차 승부에 강한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강력한 불펜이 있어 가능한 지키는 야구다. 선발 평균자책점 2위(3.38)로 선발진이 워낙 좋은 한화이지만 구원 평균자책점도 3위(3.45)로 경쟁력 있다. 7회까지 앞선 15경기에서 전부 다 이겼다. 8~9회가 그만큼 안정적인 것이다. 8회를 책임지는 셋업맨 한승혁과 9회 철벽 마무리로 자리잡은 김서현의 힘이 크다.
한승혁, 김서현 앞에서 막아줄 7회가 중요한데 지난해 후반기 1점대(1.99)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한 박상원이 해줘야 한다. 올 시즌 초반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29일 LG전 삼자범퇴로 안정을 찾은 게 한화로선 고무적이다. 올 시즌 16경기 2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 중인 박상원은 13⅓이닝 13탈삼진으로 구위는 여전히 좋다.
지난 27일 대전 KT전에서 9회 2사 1,2루 상황에 나와 장준원을 3루 땅볼 처리하며 세이브를 거둔 좌완 김범수도 구위가 살아나고 있다. 신인 파이어볼러 정우주, 2년차 좌완 조동욱도 준필승조로 투입되고 있어 양적으로도 한화 불펜은 풍족하다. 특정 투수에게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 구성이라 한화의 지키는 야구가 지금 반짝 하고 끝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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