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 가능했다면…노스윙 이후 홈런 허용, 삼성 역전패는 운도 없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4.06 10: 09

수년째 프로야구 현장에서 나오는 논란의 장면에는 꼭 체크 스윙이 있다. 인간의 눈으로 찰나의 순간을 정확하게 다 볼 순 없지만 때로는 배트 끝이 완전히 돌았는데 노스윙 판정이 나면 현장은 그야말로 속이 뒤집어진다. 
올 시즌 첫 문제의 체크 스윙은 지난 5일 대구 한화-삼성전에 나왔다.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삼성 투수 임창민은 한화 타자 문현빈에게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6구째 직구를 바깥쪽 높게 던졌다. 문현빈의 배트가 나오다 멈췄고, 추평호 3루심은 두 팔을 펴며 노스윙을 선언했다. 하지만 TV 중계 리플레이 영상에는 문현빈의 배트가 돌아간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이 노스윙이 경기 흐름을 바꿨다. 삼진 아웃으로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에서 문현빈은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중월 솔로 홈런을 쳤다. 이어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2루타, 이진영의 투런 홈런이 터지며 한화가 4-5로 따라붙었다.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 문현빈이 8회초 2사 우중월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025.04.05 / foto0307@osen.co.kr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삼성 라이온즈 임창민이 역투하고 있다. 2025.04.05 / foto0307@osen.co.kr

침묵을 깨고 불이 붙은 한화 타선은 9회 2사 후 1,2루 찬스를 잡았고, 문현빈이 역전 스리런 홈런을 폭발했다. 한화의 7-6 역전승. 결과론이지만 미묘한 흐름에 좌우되는 야구 특성상 삼성으로선 8회초 문현빈 타석 노스윙 판정이 뼈아팠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확인이 가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9회말 한화 이글스 김서현이 피치컴고장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다. 2025.04.05 / foto0307@osen.co.kr
지난 몇 년간 KBO리그 현장에선 이런 체크 스윙 논란이 잊을 만하면 계속 반복됐다. 지난해 7월 올스타전 때 감독자 회의를 통해 체크 스윙도 비디오 판독 대상에 넣자는 요청이 KBO에 전달되기도 했다. 모든 체크 스윙이 아닌 삼진이 결정되는 상황에 한해 체크 스윙을 비디오 판독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KBO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당장 1군에 도입하지 않고 퓨처스리그에서 시험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부터 테스트를 진행한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은 올해 퓨처스리그 일부 구장에 판독 카메라를 1,3루 덕아웃 인근 상단에 설치해 영상 판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 심판이 특정 장소에서 모니터를 보고 판정한다. 
판독 기회는 2회 부여되고, 연장전에서 판독 기회가 1회 추가된다. 판정 번복시 기회 차감 없이 횟수가 유지된다. KBO는 퓨처스리그에서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한 뒤 1군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다. 
7회초 2사 1루 삼성 박병호가 배트를 내다 멈추고 있다. 노스윙 판정을 받은 박병호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2024.06.27 /cej@osen.co.kr
KBO가 곧장 1군 도입을 결정하지 못한 건 체크 스윙 관련 규정이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도 명문화되지 않고 심판 재량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KBO리그 심판들은 타자 몸통 기준으로 배트 헤드가 90도를 넘었는지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두고 판정하지만 사람의 눈으로 모든 걸 정확하게 볼 순 없다. 박병호(삼성)처럼 힘이 좋은 타자는 90도를 넘었는데 배트를 빠르게 거둬 들이니 순간적으로 심판이 놓쳐도 탓할 수 없다. 
TV 중계 영상도 카메라 위치에 따라 각도가 다르게 보일 수 있어 불완전하다. 방송 영상은 스윙인데 KBO 카메라는 노스윙으로 비쳐질 수 있다. 5일 문현빈의 체크 스윙도 TV 중계 영상에선 배트 끝이 돌았지만 KBO 자체 카메라에선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적 차이는 오히려 더 큰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KBO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해 애리조나 가을리그 때 위치추적 장비 ‘호크아이’를 통해 측면이 아닌 위에서 아래로 찍어 체크 스윙을 판독했다. 가장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설치 및 운영 비용 문제로 지금 당장 KBO리그에서 전면 도입이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장의 지속적인 요청에 KBO도 퓨처스리그에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을 시범 도입하며 규정을 명문화했고, 제도와 장비를 갖추며 1군 도입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다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고, 그때까진 심판들이 두 눈 부릅 뜨고 잘 보는 수밖에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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