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개막 10경기 만에 10위로 추락했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새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가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은 투구로 존재감을 높였다.
폰세는 지난 3일 대전 롯데전에서 7이닝 5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위력투를 펼쳤다. 7회까지 2득점에 그친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패 없이 물러났고, 한화도 2-4로 패하며 10위(3승7패)로 순위가 내려앉았지만 폰세의 투구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시범경기에서 9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압도적 구위를 뽐내며 류현진을 제치고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폰세는 이미 다른 팀들로부터 최고 평가를 받았다. 개막전 상대였던 이강철 KT 감독은 “공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폼도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다.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2일 수원 KT전은 5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평범한 투구를 했지만 27일 KIA와의 대전 신구장 첫 경기 승리투수가 되며 진가를 드러냈다. 당시 7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첫 승을 신고했다. 최고 시속 156km 강속구에다 타자 눈높이에서 떨어지는 큰 커브,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대단했다.
그 다음날 이범호 KIA 감독은 폰세에 대해 “엄청 좋더라. 박용택 해설위원님과도 얘기를 나눴는데 지금까지 (한국에 온) 선수 중 제일 톱이지 않을까 싶다. 변화구를 잘 던진다.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에서 거의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완벽하게 던지는 걸 보니 일본에서 그런 공들을 많이 연습한 게 아닐까 싶다. 잘 던지더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3일 롯데전 폰세의 투구도 ‘역대급’ 평가가 무색하지 않았다. 최고 시속 155km, 평균 153km 직구(46개) 외에도 슬라이더(26개), 투심, 체인지업(이상 9개), 커브(6개) 등을 고르게 섞어 던지며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198cm 장신에서 내리꽂는 강속구도 좋지만 존 근처에 형성되는 완성도 높은 변화구의 제구력이 빛났다.
앞선 경기들까지는 체인지업과 커브를 주로 썼는데 이날 롯데 타선을 맞아선 슬라이더를 적극 활용한 게 눈에 띄었다. 삼진 10개 중 4개를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윤동희, 정보근, 정훈, 전민재 등 롯데 우타자들의 배트가 계속 헛돌았다. 특히 5회 전민재는 바깥쪽 낮게 꺾이는 폰세의 슬라이더 3개에 3연속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슬라이더 구속도 최고 시속 146km, 평균 143km로 매우 빨랐다. 웬만한 투수들의 직구 구속에 맞먹는 속도. 2023년 NC에서 투수 4관왕에 등극하며 KBO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돌아간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의 주무기 스위퍼처럼 위력적이었다. 물론 페디의 엄청난 스위퍼 각에 미치진 못하지만 스피드는 폰세가 빠르다.

위아래로 움직임이 큰 커브, 좌타자 바깥으로 떨어뜨리는 체인지업, 우타자 바깥으로 휘는 슬라이더까지. 폰세는 상하좌우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변화구들이 있다. 일정 수준 이상 제구가 되기 때문에 타자들이 노림수를 갖고 들어오기 어렵다. 여기에 공까지 빠르니 더더욱 어렵다. 가끔 가운데 몰리는 공들이 맞아나가지만 위기 관리 능력도 뛰어나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개막 3경기(19이닝) 1승 평균자책점 2.84 탈삼진 22개. WHIP 1.21 피안타율 2할7푼1리로 기록만 보면 엄청 대단한 건 아니지만 공 자체가 주는 위압감과 투구 완성도가 상당하다. 부상만 없다면 진짜로 페디 못지않은 역대급 외국인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경기 연속 퀄리티 플러스 투구로 ‘역대급’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폰세가 있어 타선 침체 속 10위로 추락한 한화도 위안을 받는다. 절망적인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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