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10경기 만에 10위 추락.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다시 익숙한 그 자리로 내려앉았다. 심각한 타선 침체 속에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28)이 무기력의 끝을 보여줬다.
한화는 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벌어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를 2-4로 패했다. 1선발 코디 폰세가 나온 날이었지만 또 타선 침묵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야구가 됐다.
7이닝 5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2실점. 폰세는 1선발다운 투구로 제 몫을 다했다. 최고 시속 155km, 평균 153km 직구(46개) 중심으로 슬라이더(26개), 투심, 체인지업(이상 9개), 커브(6개)를 다양하게 구사하며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이전 2경기와 달리 슬라이더 비중을 크게 높이며 투구의 다양성을 뽐냈다.
그러나 이날도 한화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7안타 5사사구로 12번이나 출루했지만 2득점으로 끝났다. 잔루만 10개로 극심한 변비 야구가 계속 됐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9회말 마지막 공격. 2-4로 뒤진 상황에서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기회를 잡았다. 1사 후 이재원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심우준이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며 동점 주자가 나갔다. 이어 황영묵의 투수 땅볼 때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진루하며 2사 2,3루로 찬스를 이어갔다.
안타 한 방이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 김원중은 안치홍 상대로 신중하게 승부했다. 1~3구 연속 존을 크게 벗어나는 볼이 됐고, 결국 자동 고의4구로 1루를 채웠다. 안치홍을 거르며 외국인 타자 플로리얼과 승부를 택한 것이다.
투아웃에 앞타자를 고의4구로 거르고 외국인 타자와 승부하는 건 흔치 않다. 안치홍이 이날 3타수 무안타이긴 했지만 외야 뜬공과 직선타로 잡힌 타구의 질은 괜찮았다는 점에서 롯데로선 굳이 승부를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같은 3타수 무안타였지만 삼진 2개에 땅볼 1개인 플로리얼이 조금 더 쉬운 상대였다.

롯데의 선택은 적중했다. 김원중의 초구 포크볼이 바깥쪽으로 벗어났지만 2구째 포크볼은 낮은 쪽으로 존에 들어왔다. 플로리얼이 배트를 돌렸지만 완전히 빗맞은 타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투수 앞으로 굴러갔고, 이를 잡은 김원중이 1루로 침착하게 던지면서 경기를 끝냈다. 플로리얼은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큰 스윙을 돌렸지만 맥 빠지는 ‘투땅’이 나왔고, 1루로 전력 질주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였다.
한화 타선이 집단 부진에 빠져있지만 그 중에서도 플로리얼의 부진이 심각하다. 팀이 이렇게 안 맞을 때 외국인 타자가 활로를 뚫어줘야 하지만 3번 타순에서 답답한 모습으 이어지고 있다. 개막 후 20타석 17타수 연속 무안타로 시작한 플로리얼은 첫 안타가 터진 뒤 4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감을 잡는가 싶었다.
그러나 2~3일 롯데전에서 연이틀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다시 침묵했다. 개막 10경기 성적은 타율 1할1푼1리(36타수 4안타) 무홈런 7타점 6볼넷 11삼진 출루율 .238 장타율 .167 OPS .405. 아직 시즌 초반이고, 표본이 많은 건 아니지만 외국인 타자로서 상대에 위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앞타자 고의4구 굴욕에 ‘투땅’으로 끝났으니 상대팀들에 더더욱 만만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시즌 첫 연승이 끝난 뒤 3연패를 당한 한화는 개막 10경기 3승7패를 마크, 결국 10위로 추락했다. 공동 8위였던 KIA와 두산이 이날 나란히 승리하면서 한화가 단독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개막 10경기를 했을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타선 부진이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9회 2사 만루 찬스를 날린 플로리얼의 마지막 타석이 한화를 깊은 고민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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