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선임 불법 확인 안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서울 종로구의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KFA) 관련 감사 결과 중간 브리핑을 실시했다.
지난 7월 문체부는 KFA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점을 발견해 감사로 전환한 다음 관련 의혹들을 파헤치고 있다.
문체부는 "KFA는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면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불공정하게 이뤄지는 등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홍 감독을 선임한 절차인 이사회 서면 결의는 감독 내정·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브리퍼로 나선 최현준 감사관은 "홍명보 감독을 선임 위해 불법을 조장한 건 감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홍 감독의 감독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면서 "물론 문제에 대해 묵과하기는 어렵다.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란다. 절차적인 흠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은 KFA에서 판단해야 한다. 저희가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규정상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의 추천, 면접 과정을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홍 감독을 향한 특혜 의혹 등은 밝혀진 게 없다고 했다. 자신을 1순위로 두고 감독직을 제안한 KFA 뜻을 받아들였을 뿐 부당하게 개입한 것 등은 전혀 없다는 의미다.
특히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10차 회의 직후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엣 감독을 최종 후보 1~3순위에 올리고 정 회장에게 보고했으나 정 회장이 외국인 후보자 대면 면접을 진행한 것을 언급했다.
또 정해성 전 위원장이 “역할의 한계를 느꼈다”고 사임 의사를 표명한 뒤 이임생 이사가 선임 작업을 넘겨받아 홍 감독을 선임하면서 정당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최 감사관은 “본인(정해성)의 말에 따르면 (정 회장이 외국인 지도자를) 다시 면접하고 유럽에 가서 더 검토하라고 해서 역할의 한계를 느껴 사임했다고 한다. 추천이 마무리 됐다면 KFA가 협상하면 되는데 그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1순위였던 홍 감독부터 협상을 진행하라고 (정 회장이) 지시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홍 감독 내정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최 감사관은 “KFA의 독립성은 존중받아야 한다. 전문적인 분야다.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 관점에서 판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감사관의 이야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19조 회원 협회의 독립성을 기준으로 한다. 19조 1항에는 '각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제3자가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제3자는 정부, 의회, 정당 등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을 총망라한다. 제3자가 개입하면 징계받을 수 있다.
최현준 감사관은 "10차 회의 결과에 따라 협상을 선임했다면 이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다. 추천을 했지만 다른 후보자를 대면 면접을 하라고 이야기 했다. 만약 당시 추천 절차가 마무리 됐다면 협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추천이 생겼다. 이임생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라면서 "사후 승인한 것은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임생 이사는 면접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석 달 가까이 축구계를 흔든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첫 번째 원인으로 '정몽규 회장이 정 위원장에게 외국인 후보자들을 만나고 오라고 지시한 것'을 꼽았다.
최현준 감사관은 “KFA가 기준에 부합하게 스스로 절차적 흠을 바로 잡으라는 의미다. 특정한 조치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한편 KFA 관계자는 2일 "FIFA으로부터 공문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축구에 정치가 개입하자 FIFA가 '경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FIFA 정관 제14조엔 "각국 축구협회는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으며 15조에는 "어떠한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KFA 관계자는 "해당 공문은 월요일(9월 30일) 받았다. 내용은 관련 사항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내용이며 FIFA 규정과 KFA의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KFA는 2일 오후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전강위 업무가 종료된 후 후보자와 면담 및 협상을 진행했으며, 감독 추천 권한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문체부가 '정식 회의'라고 결론 내린 '11차 회의'에 대해 "임시 온라인 회의는 전력강화위원회의 정식 회의가 아니며, 감독 추천 권한 위임이 가능한 회의가 아니다"라며 문체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외국인 후보들과의 면담 방식과 홍명보 감독과의 면담 방식이 달랐지만, 이는 후보들의 상황 차이로 인해 발생한 차이일 뿐 특혜는 아니다"라며 홍 감독이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