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 관련 인종차별 문제에는 대처가 늦었던 토트넘이 이번엔 상당히 빠르게 움직였다.
토트넘은 30일(한국시간) 성명서를 통해 "구단은 오늘 올드 트래포드에서 일부 원정 서포터들이 혐오스러운 동성애 혐오성 구호를 외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매우 모욕적인 행위로, 팀을 응원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어 토트넘은 "구단은 경찰 및 경기 직원들과 긴밀하게 협력, 구호를 선동하거나 동참한 사람을 식별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제재 및 출입금지 정책에 따라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트넘은 이날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원정경기에서 브레넌 존슨, 데얀 쿨루셉스키, 도미닉 솔랑케의 연속골을 앞세워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2연승을 달린 토트넘은 시즌 첫 원정 경기 승리까지 챙겼다. 2-1로 이긴 코번트리 시티와 리그컵, 카라바흐와 유로파리그까지 포함하면 최근 4연승 상승 무드다. 순위도 8위(승점 10)까지 끌어올렸다. 선두 리버풀(승점 15)과는 5점 차.
하지만 이날 토트넘의 승리도 원정 팬들의 혐오 구호에 기쁨이 반감된 모습이다. 원정에 나선 토트넘 팬들이 맨유 선수단을 향해 동성애 혐오 구호를 외쳤기 때문이다.
이에 토트넘 구단은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맨유와 원정 경기가 끝난 지 2시간 만에 공식 발표로 동성애 혐오 구호를 외친 팬들을 색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토트넘은 "오늘 경기에 참석한 서포터들은 목격하거나 들은 내용을 이메일로 비밀리에 신고할 수 있다"면서 팬들의 협조를 구했다. 또 "우리는 성소수자(LGBTQ+) 서포터 협회 '프라우드 릴리화이츠'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모든 팬들을 위한 환영받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우리는 홈과 원정에서 보여주는 우리의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응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하지만 우리 모두는 토트넘의 홍보대사로서 행동할 책임이 있으며, 어떤 형태의 차별도 우리 클럽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토트넘의 이런 발 빠른 대처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난 6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팀 동료 손흥민에게 가한 인종차별에 대한 대처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벤탄쿠르는 자국 우루과이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진행자로부터 "그 한국인의 유니폼을 구해줄 수 있나"라는 요청을 받았다. 토트넘 주장이자 한국 선수인 손흥민의 유니폼 부탁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어 확인한 뒤 "쏘니의 다른 친척 유니폼을 줄게.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이는 아시아인 모두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고 인정하면서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다"라고 변명하며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그럼에도 토트넘 구단은 조용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면서 "벤탄쿠르는 실수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벤탄쿠르가 내게 사과했다"고 용서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토트넘도 뒤늦게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고 인종차별 피해자 손흥민이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한 뒤였다.
이 같은 구단의 상반된 대응 방식은 결국 팬들로부터 '이중잣대'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든 팬이든 모든 형태의 차별에 대해 일관되고 신속한 대응이 구단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 손흥민은 앞선 카라바흐와 경기에서 당한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손흥민이 빠진 경기였다는 점에서 잘했지만 아쉬웠던 구단의 대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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