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 토트넘)은 좋은 형이자 훌륭한 주장이었다.
손흥민(32, 토트넘)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브레넌 존슨과 손흥민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올린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15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토트넘은 15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에서 아스날에 0-1로 패배했다.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는 추가시간까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득점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침묵과 함께 토트넘도 홈에서 2연패를 당했다.
이번 아스날전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도미닉 솔란케가 중앙 공격수로 복귀했지만, 손흥민과의 호흡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손흥민은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결정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브레넌 존슨은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템포를 죽이는 패스를 내주었다. 손흥민은 바로 슈팅할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특히 후반전 결정적인 상황에서 존슨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으나, 득점에 실패했다. 이는 토트넘이 잡은 가장 좋은 골 기회였다. 페드로 포로 역시 더 나은 위치에 있던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않고 직접 슈팅을 시도해 기회를 날려버렸다.
경기 후 화가 난 토트넘 팬들은 존슨의 소셜 미디어에 몰려가 악성 댓글을 남겼다.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양의 비난이 쏟아졌고, 그 강도도 매우 높았다. 존슨의 부모를 욕하며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국, 존슨은 자신의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팬들의 반응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아스날전을 마친 후 손흥민은 "마지막 구역에서는 득점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옳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은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존슨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을 격려했다.
뒤이어 19일 치른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 3라운드 코번트리와 경기에서 손흥민과 존슨은 모두 벤치에서 시작했다. 다만 존슨은 전반 18분 윌손 오도베르가 부상으로 쓰러져 일찍 교체 투입됐다.
이 경기 존슨은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토트넘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존슨은 기뻐하지 않았다. 별다른 세리머니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돌아섰다. 가장 먼저 다가온 손흥민과 두 손뼉을 마주치는 정도가 기쁨을 표시한 전부였다.
존슨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표정을 풀지 않았다. 손흥민이 어깨동무를 하며 원정 팬들 앞으로 존슨을 이끌었다. 그리고 손흥민이 등을 밀어 팬들을 향하게 했다. 팬들의 애정을 직접 느끼고 동시에 팬들도 존슨에 대한 애정을 더 표현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존슨은 박수를 치며 팬들을 향해 한 두 걸음 내딛더니 곧바로 몸을 돌려 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침을 뱉은 뒤 팬들을 외면한 채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크게 상처받은 모습이었다.
이에 손흥민이 움직였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함께 찍힌 사진을 게시하며 토트넘을 상징하는 하얀 하트를 남긴 것. 손흥민은 24시간 후 없어지는 '스토리' 기능 이외에 사라지지 않는 게시물로도 해당 사진을 남겼다.
이에 토트넘 공식 계정은 하얀 하트 세 개로 댓글 남겼고 토트넘 팬들은 "존슨을 향한 사랑과 응원, 정말 훌륭한, 멋진 남자"라고 썻다. 또 다른 팬은 "최고의 주장"이라며 손흥민을 칭찬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