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저질러도 기회줘야 한다".
이브닝스탠다드는 13일(이하 한국시간) 15일 아스날과의 2024-2025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가진 사전기자회견서 토트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인종차별에 따른 벤탄쿠르 징계 가능성에 대해 “벤탄쿠르는 이미 사과했다.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우리는 그에게 속죄할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BBC등 영국 언론은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손흥민을 인종차별한 벤탄쿠르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FA는 인종, 출신국가,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FA 규칙 3조1항을 어겼기에 최대 12경기 출전금지까지 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종차별 논란을 낳은 상황은 이러했다. 6월 15일 우루과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벤탄쿠르는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부탁받았다.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 유니폼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벤탄쿠르도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행자는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아시아인 모두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다.
논란이 일자 벤탄쿠르는 6월 15일 1차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면서 ‘진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토트넘도 가만히 손 놓고 있었다. 구단의 공식 입장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인종 차별에 대해 빠르게 성명문을 발표했던 과거 사례와는 다른 대처였다.
결국 손흥민이 나섰다. 그는 6월 20일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벤탄쿠르의 사과, 손흥민의 사과 수용과 관계없이 FA에서 벤탄쿠르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징계 가능성이 나오자마자 벤탄쿠르는 재차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6월 22일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언급했던 것에 대해 난 그와 대화를 나눴고 우린 깊은 우정을 바탕으로 이 일이 단지 불행한 오해였다는 것을 서로 이해했다"라며 "모든 것은 명확해졌고, 해결됐다. 내 발언으로 기분 나빴던 분들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는 정확히 했다. 벤탄쿠르는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난 손흥민만 언급했을 뿐 다른 누구도 언급한 적 없다. 누구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모욕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모두에게 큰 존경을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뒤늦게 "구단 내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늦은 사과였지만 구단이 고민하는 동안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는 FA가 이 사건을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제는 그 절차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벤탄쿠르는 패널의 결정과 그 결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라고 말한 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그 사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선수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 벤탄쿠르는 이미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사과했고 손흥민도 자신의 동료이자 가까운 사람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받아들였다”라고 벤탄쿠르를 감쌌다.
또 그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항상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이 사건이 단순히 처벌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해하고 배우는 기회로 봐야 한다. 만약 우리가 이해하고 관용적인 사회를 원한다면,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그런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벤탄쿠르는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우리가 그에게 속죄할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