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오프 42초 만에 스위스 프로축구 마수걸이 골을 넣은 장신 공격수 이영준(21, 그라스호퍼)이 구단 자체 선정 ‘8월의 선수’로 뽑혔다.
그라스호퍼는 9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영준이 8월의 선수로 선정됐다"라고 전했다.
7월 30일 그라스호퍼 유니폼을 입은 이영준은 지난 달 24일 열린 2024-2025시즌 스위스 슈퍼리그 5라운드 시옹과 홈 경기(3-1 승)에서 경기 시작 42초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입단 후 출전 1경기 만에 골맛을 본 것.
그는 앞에 수비수가 있었지만 회심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 활약으로 8월의 선수로 선정됐다.
한편 이영준은 환영 속 그라스호퍼 유니폼을 입었다. 일찍 데뷔골을 넣으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구단은 그의 입단을 발표하면서 "수원FC의 중앙 공격수 이영준 영입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 그는 2028년까지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어서오세요 Young-jun Lee"라고 한국어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이어 "이영준은 최근 김천상무 임대를 통해 K리그1에서 그의 실력을 보여줬다. 또한 그는 한국 19세 이하(U-19), 20세 이하(U-20), 23세 이하(U-23) 국가대표팀을 거치며 이미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다. 이영준은 큰 키와 체격으로 신체적인 존재감도 지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테판 슈바르츠 그라스호퍼 스포츠 디렉터는 "이영준은 우리 팀에 완벽히 들어맞는다. 그는 경기에 추가적인 면을 가져다 준다. 잠재력도 크지만, 이미 기량도 검증된 젊은 선수다. 그가 우리 클럽을 선택해 기쁘다"라고 환영했다.
이영준은 입단 인터뷰를 통해 "취리히에 오게 돼 매우 기쁘다. 내게는 유럽에서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팀과 시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영준은 2003년생 공격수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장신 공격수다. 그는 193cm의 키를 앞세워 공중볼 싸움에서도 강하지만, 준수한 속도와 연계 능력, 마무리까지 발밑 능력 역시 뛰어나다. 오른발잡이지만, 왼발도 곧잘 사용한다.
2021년 수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었던 이영준은 만 17세의 나이로 K리그1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1월에는 김천에 입대하며 일찌감치 병역을 해결했다.
연령별 대표팀 경험도 많다. 이영준은 그간 김은중 감독 체제에서 U-20 대표팀에 꾸준히 승선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두 골을 터트리며 차세대 국가대표 공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이영준은 지난 5월엔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그는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3골을 뽑아내며 대회 득점 랭킹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인도네시아와 8강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뒤 퇴장당하며 팀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도 무산됐다.
그라스호퍼는 과거 또 다른 한국인 공격수 정상빈이 뛰었던 팀이기도 하다. 정상빈은 수원삼성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2022년 울버햄튼 원더러스에 입단했고, 곧바로 위성구단인 그라스호퍼로 임대됐다.
다만 정상빈은 그라스호퍼에서 부상 등으로 제대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윙백 포지션을 소화해야 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그라스호퍼와 계약을 해지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이영준은 그라스호퍼가 직접 영입한 선수라는 점에서 정상빈과는 차이점이 있다. 특히 슈바르츠 디렉터가 이영준의 실력에 주목하면서 21세 이하 선수로서는 최고 수준의 이적료와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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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그라스호퍼 클럽 취리히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