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28, 페예노르트)이 홍명보호와 딸을 위한 축포를 쏠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을 치른다.
첫 승리에 도전하는 홍명보호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상대는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이었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훼손된 잔디도 도와주지 않았으나 한국의 결정력과 경기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반 막판 손흥민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아쉬워 할 틈도 없었다. 오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대표팀은 15시간에 달하는 고된 여정 끝에 현지 시각으로 7일 오후 12시경 오만 땅을 밟았다. 그리고 숙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알 시브 스타디움으로 이동해 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누구보다 피곤할 선수들이지만, 다 같이 웃음꽃을 피우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대표팀은 8일 오후에도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오만전을 대비한 담금질에 나섰다. 훈련을 앞두고 대표팀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이 취재진 앞에 섰다. 팔레스타인전에서도 선발로 나선 그는 구슬땀을 흘리며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오만 출국을 앞두고 아빠가 된 황인범은 딸 이야기가 나오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팔레스타인전 다음날 새벽에 아내가 출산했다. 다행히도 짧았지만, 딸을 보고 올 수 있었다. 인생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느낌이었다"라며 밝게 웃었다.
이어 황인범은 "아이가 생기기 전 막연히 첫째는 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는 그냥 건강하게만 낳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딸인 걸 알게 되니 내심 또 좋긴 하더라"라며 "아내의 진통부터 딸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까지 보면서 '정말 새로운 나의 삶이 시작되는구나'라고 느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황인범은 마음가짐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열심히 해왔지만, 아내와 딸을 위해 축구선수로서 역할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남편, 아빠가 되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황인범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고백했다. 아이 탯줄도 직접 잘랐다는 그는 "사실 지인들이 아기가 태어나면 울 것 같냐고 많이 물어봤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들 우는데 나만 안 울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안 울 수가 없더라. 그냥 (진통) 소리 들릴 때부터 아기가 나오는 순간까지 계속 바보같이 울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딸을 위한 골 세레머니도 생각해 둔 황인범이다. 만약 그가 오만전에서 한국의 첫 골을 넣는다면 홍명보호 1호 골이자 아이를 위한 축포를 쏘게 된다. 황인범은 "감사하게도 득점을 하게 된다면 10달 동안 고생해 준 아내와 예쁘게 태어나준 딸을 위해 (배에 공을 넣는) 흔한 세레머니를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미소 지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득점이 아닌 팀 승리다. 황인범은 "다만 득점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던 적은 없다. 아무래도 포지션도 포지션이고 하다 보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생각하는 게 먼저다"라며 승리에만 초점을 맞추겠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홍명보 감독은 과감한 패스와 움직임을 주문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전을 되돌아보며 "전반에는 다들 공을 받으러 내려오다 보니까 전방 숫자가 부족했다. 선수들이 공을 소유하는 가장 큰 목적이 뭔지 알면 좋겠다. 바로 우리가 얼만큼 원하는 형태의 경기를 하느냐, 얼마나 의도대로 만들어 가느냐"라며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기만 해서는 밀집 수비를 깨기 힘들다. 이런 경기를 많이 해봐서 안다. 빠른 반대 전환 없이는 뚫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황인범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가 중원을 오가며 흐름을 잘 조율해 줘야만 공격 템포가 살아날 수 있다. 홍명보 감독도 8일 훈련에서 황인범을 따로 불러 무언가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오만전의 키를 쥔 조타수는 황인범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황인범 역시 공격적인 움직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경기를 하면서도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야 상대 수비가 열리고 찬스도 많이 생길 텐데'라고 생각했다. 포지셔닝이 겹치기도 했고, 하프 스페이스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하프타임 피드백을 통해 조금은 좋아졌다"라며 "결정 짓진 못했지만, 좋은 장면들을 나름 만들었다. 다음 경기에선 그 횟수를 늘려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오만전 승리로 팔레스타인전의 아쉬움을 씻어내야 하는 대표팀이다. 황인범은 "선수들이 더 피드백을 주고받고 대화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잘 채워나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원정 경기는 늘 어렵다. 잘 준비해서 실망하신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다시 한번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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