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드컵 우승 시상대에 오르자 뉴저지의 관중석은 야유로 뒤덮였다.
스페인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연장 1-0으로 꺾었다. 페란 토레스가 106분 결승골을 넣어 16년 만의 우승을 완성했다.
경기 뒤 마련된 시상식에는 트럼프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함께 등장했다. 두 사람이 그라운드로 걸어 나오자 관중석 곳곳에서 야유와 휘파람이 터졌다. 경기장 음악이 소리를 덮지 못할 정도로 반응은 선명했다.

트럼프는 헬리콥터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해 인판티노와 나란히 VIP석에서 결승전을 지켜봤다. 시상식에서는 스페인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메달을 건넸다. 메달 수여가 이어지면서 야유는 잦아들었지만 어색한 장면은 트로피 전달 뒤까지 계속됐다.
트럼프는 주장 로드리에게 우승컵이 넘어간 뒤에도 단상 중앙을 떠나지 않았다. 스페인 선수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모여들었는데도 인판티노 곁에 서 있었다. 로드리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직전에야 진행 요원의 안내를 받고 옆으로 물러났다.

트럼프의 월드컵 개입은 결승전 하루만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조별리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 퇴장당한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판정을 다시 살펴보라며 인판티노에게 직접 전화했다고 공개했다.
발로건에게 내려졌던 한 경기 출전 정지 징계는 이후 보류됐다. 그는 벨기에와 16강전에 출전했고 미국은 1-4로 패했다. FIFA는 사법 기구가 독립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개최국 대통령이 특정 선수의 징계에 개입한 모양새는 대회 내내 논란을 불렀다.
결승전은 트럼프의 존재를 전제로 삼은 행사처럼 흘렀다. 경호를 위해 출입 절차가 강화됐고 시상식에서도 그의 동선이 길게 잡혔다. 스페인의 16년 만의 우승을 축하해야 할 순간에 관중의 첫 반응은 환호가 아닌 야유였다.
인판티노와 트럼프의 가까운 관계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FIFA 수장이 개최국 정상과 함께 경기를 보는 것 자체는 낯선 일이 아니지만 선수 징계와 시상식 무대까지 대통령의 존재가 이어지면서 축구 행정과 정치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비판이 커졌다.

로드리는 마침내 우승컵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붉은 유니폼과 금빛 색종이가 단상을 채웠고 트럼프는 사진 대열 바깥으로 빠졌다. 그러나 스페인의 두 번째 월드컵이 완성되기 직전 울려 퍼진 야유는 결승전의 또 다른 소리로 남았다.
경기 전부터 보안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결승전은 미국의 국가 특별안보행사로 지정됐고 비밀경호국이 출입 검사를 맡았다. 관중과 취재진의 입장이 늦어졌고 경기장 주변에는 긴 대기 줄이 생겼다. 트럼프의 방문이 결승전 운영 전체를 바꿔놓았다.
VIP석에는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을 비롯한 각국 인사들이 자리했다. 그러나 카메라는 트럼프와 인판티노를 거듭 비췄다. 개최국 대통령과 FIFA 회장이 나란히 앉은 장면은 경기 중에도 반복됐고 시상식에서는 두 사람이 직접 무대 중앙을 차지했다.
스페인 선수들은 미국 스포츠식 챔피언 반지도 받았다. 월드컵을 북미식 스포츠 행사로 바꾸려는 FIFA의 시도와 정치인의 강한 존재감이 한 장면에 겹쳤다. 축구 선수들이 만든 우승 무대였지만 마지막까지 가장 오래 화면에 잡힌 외부 인사는 트럼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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