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뒤 리오넬 메시(39, 인터 마이애미)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눈앞에서는 스페인 선수들이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고 있었다.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은 그렇게 끝났다.
아르헨티나는 20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스페인에 0-1로 패했다.
스페인은 연장 후반 1분 터진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을 지키며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다시 세계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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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는 월드컵 2연패가 걸린 경기였다. 메시에게는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월드컵 무대였다.
경기 내용은 이름값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준결승까지 19골을 터뜨렸다. 32강에서 카보베르데에 3골, 16강 이집트전에서 3골, 8강 스위스전에서 3골을 넣었다. 준결승에서는 잉글랜드를 상대로도 2골을 뽑아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메시와 훌리안 알바레스를 앞세워 대회 내내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결승전에서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시작부터 자기 진영으로 내려앉았다. 스페인이 높은 위치에서 공을 소유하자 메시까지 수비 진영으로 내려왔다. 공을 빼앗은 뒤에도 앞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스페인은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10명 대부분을 중앙선 위에 배치했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의 압박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공을 걷어내는 데 급급했다.
메시는 경기 시작 후 20분 동안 공을 단 두 차례만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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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공격수에게 공이 전달되지 않았다. 중원에서는 전진 패스가 나오지 않았고 양쪽 측면도 스페인 수비를 밀어내지 못했다. 알바레스는 전방에서 고립됐고 메시도 공을 받기 위해 계속해서 뒤로 내려와야 했다.
전반 45분 동안 아르헨티나가 기록한 슈팅은 0개였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공 터치도 없었다.
후반에도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스칼로니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니코 곤살레스를 빼고 레안드로 파레데스를 투입했다. 중원 숫자와 힘을 늘려 스페인의 점유율을 끊겠다는 선택이었다.
공격보다 수비와 몸싸움에 초점이 맞춰진 교체였다. 파레데스는 투입 직후 로드리를 뒤에서 밀치며 경고를 받았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13분 곤살로 몬티엘을 나우엘 몰리나로 바꿨고 이후 부상당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로드리고 데 폴 대신 파쿤도 메디나, 줄리아노 시메오네를 넣었다.
스페인은 페란 토레스와 페드리, 니코 윌리암스, 미켈 메리노를 연이어 투입하며 공격 강도를 높였다. 아르헨티나는 선발 센터백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로메로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수비진을 다시 꾸리는 데 교체 카드를 사용해야 했다.
스페인의 슈팅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았다. 아르헨티나가 슈팅을 하나도 시도하지 못하는 동안 마르티네스 골키퍼는 10개의 슈팅을 막아냈다.
아르헨티나는 정규시간 90분 동안 슈팅 0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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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록 집계가 시작된 1966년 이후 월드컵 결승전에서 한 팀이 정규시간 동안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아르헨티나가 처음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실점하지 않는 데만 집중했다. 스페인의 공세를 견딘 뒤 승부차기에서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선방에 기대려는 의도가 읽혔다.
계획은 후반 추가시간 엔소 페르난데스가 퇴장당하면서 더 어려워졌다.
이미 경고 한 장을 받았던 페르난데스는 흘러나온 공을 향해 달려들다 파우 쿠바르시에게 위험한 태클을 가했다. 두 번째 경고가 나왔고 아르헨티나는 연장전 30분을 10명으로 치르게 됐다.
마르티네스 골키퍼가 연장 전반에도 니코 윌리암스의 헤더를 막아냈다. 메리노의 반칙으로 윌리암스의 득점까지 취소되면서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를 바라볼 수 있었다.
연장 후반 시작 37초 만에 버티기가 끝났다. 페드로 포로가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윌리암스가 머리로 공을 떨어뜨렸다. 토레스가 왼발 슈팅으로 골문 위쪽을 뚫었다. 스페인의 20번째 슈팅이 결승골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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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실점한 뒤에야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센터백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최전방으로 올라갔다. 메시를 향해 공을 몰아줬고 측면에서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크로스를 시도했다. 연장 후반 막판에는 스페인 페널티박스 안에서 연이어 혼전 상황을 만들었다.
영국 'BBC' 중계진은 아르헨티나의 뒤늦은 공격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가이 모브레이 BBC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가 공을 돌리며 공격에 나서자 "보라, 아르헨티나도 축구를 할 줄 안다(Lo and behold, Argentina can play)"라고 말했다.
실점하기 전까지 공격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았던 아르헨티나를 향한 조롱이었다.
BBC는 "아르헨티나는 마지막 5~10분 동안 정규시간 90분 전체보다 더 많은 축구를 했다"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에 골을 내준 뒤에야 위험을 감수했다. 이미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한 명이 퇴장당했고 교체 카드도 모두 사용한 상태였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 아르헨티나에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메시의 코너킥이 가까운 쪽에서 한 차례 굴절된 뒤 시메오네에게 연결됐다. 시메오네는 골문 앞에서 슈팅했지만 몸이 뒤로 기울어지면서 공을 골대 위로 날렸다.
BBC 해설위원 앨런 시어러는 "아르헨티나가 이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얻을 것 같지 않다"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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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스페인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서로를 끌어안았다. 반대편에서 메시는 자리에 앉은 채 주변을 바라봤다.
BBC는 "한쪽에는 기쁨의 눈물이, 다른 쪽에는 실망의 눈물이 있다. 메시는 경기장에 앉아 주변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위대한 선수를 세계 무대에서 보는 마지막 순간이었을까. 시간이 알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메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36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회 최우수선수인 골든볼까지 차지하며 자신의 유일한 빈칸을 채웠다.
4년 뒤에도 결승에 올랐다. 해피엔딩은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준결승까지 19골을 몰아쳤지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정규시간 슈팅 하나조차 만들지 못했다. 메시에게 공을 전달하지 못했고 실점하기 전까지 공격할 용기도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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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로니 감독의 수비적인 선택은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의 선방 덕분에 105분 동안 버텼다. 우승으로 이어졌다면 영리한 현실적인 운영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한 골을 내준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아르헨티나는 그제야 축구를 시작했다. 너무 늦었다.
메시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월드컵은 스페인의 우승 세리머니를 그라운드에 앉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났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