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부터 북극까지, 외딴 섬도 '메시vs야말' 지켜본다...세계 곳곳의 월드컵 결승 응원전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7.19 16: 55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스포츠 경기인 월드컵 결승은 대도시의 광장과 술집에서만 열리지 않는다. 남극의 연구기지와 대서양의 화산섬, 북극권 마을과 태평양의 작은 환초에서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ESPN'은 18일(한국시간) "세계에서 가장 외딴 곳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결승 단체 관람 행사"를 소개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은 약 15억 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뉴저지주에서 열리는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은 이 수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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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과 파리,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축구 열기가 뜨거운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집과 술집, 야외 상영장에 모여 결승전을 지켜볼 예정이다.
축구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곳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월드컵 결승을 기다리고 있다.
남극의 로테라 연구기지는 고립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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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48만 제곱마일에 이르는 남극 지역에는 1000명도 되지 않는 사람이 생활한다. 로테라 기지에서 겨울을 나는 인원은 26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수개월 동안 해가 뜨지 않는 극야 속에서 지낸다.
월드컵은 긴 겨울을 보내는 연구원들에게 중요한 활력소가 됐다.
기지 구성원들은 프로젝터와 TV 앞에 모여 경기를 본다. 일부는 이번 대회의 거의 모든 경기를 시청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경기가 있는 날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영국남극조사단의 마틴 키블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경기를 빠짐없이 보러 오는 열성적인 축구 팬은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그들이 함께 분위기를 만들면 영국의 술집을 이곳에 다시 만들어놓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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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블은 대회 기간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월드컵은 외로움을 이겨내고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는 "잉글랜드 경기가 끝나면 두 아들이 영상통화를 한다. 이겼을 때는 집에서 아이들과 직접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축구는 이곳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데 정말 좋은 역할을 한다. 모두를 하나로 묶는 가장 확실한 일상의 중심이었다"라고 전했다.
로테라 기지에서 생활하는 스코틀랜드 팬 스콧 켈리에게 이번 월드컵은 특별하면서도 씁쓸했다.
스코틀랜드가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기 때문이다. 켈리는 "다음에 스코틀랜드가 월드컵에 나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현장에 가겠다고 말해왔다. 내가 이 일을 제안받았을 때는 아직 스코틀랜드의 본선 진출이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경험을 놓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가족과 미래의 아이들에게 내가 이곳에서 월드컵을 봤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기지에는 5대5 축구 경기를 할 수 있는 항공기 격납고도 있다. 잉글랜드가 멕시코를 꺾은 뒤에는 깊은 눈밭 위에서 즉석 축구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켈리는 "겨울철에는 날씨가 너무 나빠 숙소 건물 안에 갇혀 지낼 때도 있다. 월드컵은 공동 공간으로 나가 경기를 보고 하루를 이야기할 이유를 만들어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철 우울감을 이겨내는 데 아주 좋은 치료제"라고 표현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로테라 기지에서는 특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키블은 "한 동료가 3D 프린터로 월드컵 트로피 모형을 만들었다. 장식도 걸었고 전통적인 영국식 술집 음식도 준비할 예정이다. 진짜 특별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서양의 어센션섬에서도 결승전 단체 관람이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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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션섬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에 놓인 작은 화산섬이다. 북동쪽 라이베리아 해안에서 약 1600km 떨어져 있으며 서쪽 브라질까지의 거리는 이보다 더 멀다.
영국 공군기지가 자리한 이 섬은 황량한 붉은 화산 지형 때문에 ‘중부 대서양의 화성’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주민은 약 800명에서 1000명 정도다. 그중 한 명인 아스날 팬 트리스탄 허드슨은 현지 축구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하는 축구 팬이다. 허드슨은 "BBC와 ITV 방송을 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TV로 경기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주민은 술집이나 영국 해군·육군·공군복지시설인 NAAFI 복합공간에 모여 경기를 본다.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브라질 등 다양한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간단한 영국 음식과 간식을 구매할 수 있는 NAAFI 복합공간에서는 월드컵 결승 생중계가 열릴 예정이다.
결승전이 열리는 뉴저지에서 8000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외딴 월드컵 결승 단체 관람 장소 중 하나지만 가장 먼 곳은 아니다.
어센션섬에서 남쪽으로 약 3700km 떨어진 곳에는 트리스탄다쿠냐가 있다.
영국령 해외영토인 트리스탄다쿠냐는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 유인 군도로 꼽힌다.
비행장이 없어 배로만 들어갈 수 있다. 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아오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약 2800km를 일주일 동안 항해해야 한다.
기상 상황에 따라 배가 섬에 접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주민은 200명이 조금 넘는다. 섬의 유일한 술집인 알바트로스 바가 오후 9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주민 대부분은 집에서 월드컵을 시청했다. 많은 경기가 술집 영업이 끝난 뒤 시작됐기 때문이다.
유일한 마을의 이름은 '일곱 바다의 에든버러'지만 잉글랜드를 향한 지지가 강하다.
현지 주민 리언 글래스는 "대부분 잉글랜드를 응원했다. 스코틀랜드와 브라질, 네덜란드 팬도 있다. 이탈리아가 본선에 진출했다면 이탈리아 팬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알바트로스 바에 모여 결승전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최근 섬에 허리케인급 강풍을 동반한 폭풍이 몰아쳐 큰 피해가 발생했고 복구 작업이 필요했다. 영국군방송서비스의 중계 신호가 결정적인 순간 끊길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트리스탄다쿠냐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약 400km 상공을 지나가는 우주비행사일 때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월드컵을 보는 일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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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북단에 가까운 지역에서도 결승전 단체 관람이 열린다.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롱이어비엔은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정착지 중 하나다.
스발바르는 지구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작물을 다시 재배할 수 있도록 종자를 보관하는 국제종자저장고로 유명하다.
북극곰이 자주 출몰하기 때문에 섬을 이동할 때 총기를 휴대해야 할 정도로 환경이 거칠다.
이곳에서도 월드컵 열기는 뜨거웠다. 노르웨이가 8강까지 진출하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롱이어비엔의 음식점 티오 몬초스는 대회 경기를 상영했고 노르웨이가 잉글랜드에 패한 경기에는 약 400명이 모였다.
가게 주인 안드레아스 스튀르셀은 "롱이어비엔은 매우 국제적인 공동체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축구를 보면서 특별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는 모두가 서로를 안다. 상업적인 행사라기보다 친구들과 축구를 보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르웨이가 이긴 뒤 벌어진 축하는 잊을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 온 주민들도 노르웨이를 자신의 팀처럼 응원했다. 월드컵이 모두를 하나로 묶었다"라고 전했다.
노르웨이는 탈락했지만 티오 몬초스는 결승전을 상영한다. 스튀르셀은 "스발바르에서 가장 큰 화면으로 결승을 보여줄 예정"이라며 "지역 전체를 위한 마지막 축구 축제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 공개 관람 행사가 될 것이다.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중부 태평양의 키리바시에서도 월드컵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다. 키리바시는 사람이 거주하는 21개의 섬과 환초로 구성된 나라다.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적게 찾는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해수면 상승과 극심한 조수 현상으로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등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키리바시는 FIFA 회원국이 아니다. 오세아니아축구연맹에는 준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월드컵 예선 출전 자격은 없지만 축구 열기는 뜨겁다. 4년마다 열리는 종합 스포츠 행사 '테 룬가 게임'에서는 각 환초를 대표하는 축구팀들이 모여 경쟁한다.
키리바시제도축구연맹 회장 에리아티 리보는 “모두 휴대전화로 월드컵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스타링크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외딴 환초에 사는 사람도 월드컵을 시청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5년 스타링크 서비스가 도입된 뒤 키리바시 주민들이 월드컵을 접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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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시청뿐 아니라 함께 경기를 보는 문화도 만들어지고 있다. 리보 회장은 "키리바시제도축구연맹과 체육부는 8강부터 타라와의 베티오 스포츠 복합단지 대형 화면을 통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해당 장소는 키리바시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있다.
리보 회장은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국가대표팀 가운데 키리바시 대표팀과 경기하고 싶은 팀이 있다면 우리는 준비돼 있다"라며 웃었다.
남극의 영국 연구기지와 대서양의 외딴 화산섬, 북극권 마을과 태평양의 작은 환초까지. 경기장과의 거리는 수천km에 달하지만 월드컵 결승을 기다리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장소에서도 사람들은 화면 앞에 모인다. 축구는 그곳에서 단순한 경기를 넘어 외로움을 덜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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