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러드 보언이 프리미어리그 대신 강등된 웨스트햄을 선택했다.
웨스트햄은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연쇄 이탈이 시작됐고 주장 보언에게도 애스턴 빌라, 에버턴,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의 시선이 향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를 위해서라도 1부 잔류가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였다.
보언의 답은 달랐다. 그는 웨스트햄 구단 채널을 통해 팀에 남아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퇴한 뒤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큰 행복으로 남을지를 고민했고, 웨스트햄을 다시 1부로 올려놓는 장면을 택했다.

마음만 앞세운 결정은 아니었다. 보언은 여름 휴식기 체코 프라하로 날아가 구단 최대 주주 다니엘 크레틴스키와 이사 이르지 스바르츠를 직접 만났다. 구단이 준비하는 재건 방향과 투자 계획을 들은 뒤 잔류 의사를 굳혔다. 그는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보언은 2020년 1월 헐시티를 떠나 웨스트햄에 합류했다. 그가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뛴 마지막 순간도 헐시티 소속이던 6년 전이다. 웨스트햄과 계약은 2030년까지 남았다. 전성기 한가운데 있는 29세 공격수가 장기 계약을 방패 삼아 강등팀을 떠나는 대신 완장을 지키기로 했다.

웨스트햄 팬들에게 보언은 단순한 주장보다 큰 이름이다. 2023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결승에서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었다. 구단에 43년 만의 메이저 트로피를 안긴 한 번의 질주로 이미 역사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승격을 위해 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강등 시즌에도 생산력은 무너지지 않았다. 보언은 리그에서 득점과 도움을 합쳐 21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홀로 공격을 버텼다. 중앙과 오른쪽을 모두 소화하고 큰 경기 경험까지 갖춘 잉글랜드 공격수가 시장에 나오자 상위권 구단들이 일제히 상황을 살폈다.
대가는 분명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보언이 챔피언십에 남으면 대표팀 경쟁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 월드컵 이후 새 판을 짜는 시기라 손해는 더 크다.
웨스트햄의 재정도 보언 혼자 지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강등 뒤 선수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마테우스 페르난데스를 토트넘에 8500만 파운드(약 1700억 원)에 넘겼다. 크리센시오 서머빌과 애런 완비사카, 장클레르 토디보도 이적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구단은 보언까지 팔아 단숨에 현금을 확보하는 선택을 접었다. 득점과 주장, 팬들의 신뢰를 한꺼번에 대체하려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이 든다. 대신 다른 주축 선수들을 정리하면서 보언을 중심으로 승격용 스쿼드를 다시 짜기로 했다.
주장이 남는다고 전력이 그대로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보언은 매주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새 공격진을 끌어야 한다. 챔피언십의 거친 일정과 대표팀 경쟁까지 함께 견뎌야 한다.
보언이 바라본 끝은 이적료나 새 유니폼이 아니었다. 웨스트햄을 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돌려놓고 런던 스타디움에서 다시 주장 완장을 차는 장면이다. 그의 계약서는 2030년까지, 승격을 위한 첫 시즌은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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