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맞아, 슈퍼볼이야?” 결승 휴식 25분+미국 국가+우승 반지…FIFA가 바꾼 월드컵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6.07.18 19: 48

월드컵 결승이 축구 경기보다 미국식 거대 쇼에 가까워졌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는 20일(한국시간) 오전 4시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유럽 챔피언과 남미 챔피언의 맞대결이지만 킥오프 전부터 두 팀보다 개최국 미국이 더 짙게 보인다.
결승전에서는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국가에 이어 대진과 관계없는 미국 국가까지 연주된다. 공동 개최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의 국가를 연주한다는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월드컵 결승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는 국가의 국가가 울려 퍼지는 낯선 장면이다.

전반이 끝나면 변화는 더 선명해진다. FIFA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전 하프타임 공연을 마련했다. 공연 자체가 11분이고 무대 설치와 철거에 각각 약 7분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까지 최소 25분 안팎이 걸릴 수 있다.
공연 규모도 월드컵 폐막 행사 수준을 넘어선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기획에 참여했고 마돈나와 저스틴 비버, 샤키라, 방탄소년단(BTS)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후반전을 준비하는 동안 전 세계 시청자의 화면은 축구가 아닌 대형 콘서트로 채워진다.
축구 경기 규칙을 만드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하프타임이 15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FIFA의 이번 대회 규정에는 선수들이 15분의 하프타임을 갖는다고만 적혀 있다. 로이터 통신은 18일 방송 관계자들을 인용해 결승전 휴식 시간이 15분을 넘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FIFA는 규정 적용에 관한 질의에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감독의 짧은 전술 지시와 선수들의 수분 보충으로 끝날 시간이다. 이번에는 대형 무대가 들어오고 공연자들이 그라운드를 채운다. 무대를 걷어낸 뒤 잔디 상태까지 확인해야 후반전을 시작할 수 있다. 몸이 식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하는 선수들보다 공연 진행표가 먼저 움직이는 셈이다.
미국 프로스포츠의 문법은 시상식에도 들어왔다. 우승팀에는 트로피와 금메달에 더해 NFL과 NBA에서 익숙한 챔피언 반지가 주어진다. FIFA는 대회 연도에 맞춰 반지 2026개를 제작한다. 우승팀 몫은 30개다. 나머지 1996개는 팬들에게 판매한다.
결승 직후에는 주장과 감독이 임시 반지를 받고, 선수단용 반지는 우승팀 고유 문양을 반영해 다시 제작된다. 한쪽에는 월드컵 트로피가 새겨진다. 우승의 상징마저 미국 프로스포츠 상품과 닮은꼴로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경기장을 찾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승 트로피 전달을 위해 결승전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가와 하프타임 공연, 챔피언 반지, 대통령의 시상까지 한날한시에 겹친다.
선수 보호를 이유로 도입된 전·후반 수분 보충 시간도 이번 대회 내내 사실상의 쿼터 구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결승전의 25분짜리 휴식까지 더해졌다. 90분 축구의 마지막 무대가 끝내 슈퍼볼의 옷을 입었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는 낯선 시험이다. 평소보다 10분 이상 길어진 휴식 동안 근육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공연 장비가 지나간 잔디 위에서 후반전을 시작해야 한다. 월드컵 우승팀을 가르는 변수 목록에 전술과 체력뿐 아니라 무대 설치 시간까지 들어갔다.
/mcadoo@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