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축구협회 홈페이지가 분노한 축구팬들의 비판으로 뒤덮였다. 서강일 전라북도축구협회장의 막말 인터뷰가 낳은 파장이다.
16일 KBS 보도에 따르면 서 회장은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들을 두고 충격적인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자진 사임한 가운데 국회까지 나서서 협회를 조사하는 현 상황에 불만을 드러낸 것.
지난해 1월 취임한 서 회장은 "박지성, 이영표가 축구로서는 국가대표였지. 지네가 인생을 얼마나 살았고, 법을 얼마나 알고, 뭐를 안다고 지네들이 거기 들어와서 말을 함부로 해대고"라며 "차라리 회장 출마를 해라. 그렇게 비판만 하지 말고 직접 선거를 나오라"고 주장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각각 공동위원장과 위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도해 출범한 K-축구 혁신위를 이끌고 있다. 이는 정몽규 전 회장 체제에서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 등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한국 축구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막말로 혁신위를 깎아내린 서 회장. 물론 한국 축구의 전설들이 해설위원으로 말을 얹기보다는 협회 요직을 맡아 내부에서 개혁을 이끌어 가라는 비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을 많이 살지 않아서, 법을 잘 몰라서 혁신을 주도할 수 없다는 논리는 반박할 가치조차 없다.
서 회장의 약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축구인 출신은커녕 축구와 아예 연이 없는 기업인이었다. 그러나 전주시축구협회 부회장과 완주군체육회 부회장을 거쳐 전북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에게 자격을 운운할 처지가 아닌 셈.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 회장은 박지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장 직선제 전환 움직임에도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이게 어떻게 체육관 선건가. 축구계는 (선거인단)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파벌이 많이 생긴다"며 "60일 안에 보궐선거를 해 놓은 다음에 정관대로 움직여야지 왜 정관을 뜯어고치려고 하느냔 얘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로도 서 회장의 여론과 180도 다른 소신발언은 계속됐다. 그는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스스로 물러난 정몽규 전 회장에 대해 "하나님 빼고는 우리가 살면서 시행착오가 다 있다. 이 정도까지 비판받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몽규 회장을 향해 13년 천하라고 하는 데 난 13년 희생이라고 생각한다"고 적극 옹호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승부조작 축구인에 관한 견해였다. 정몽규 전 회장은 3년 전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을 졸속으로 처리하려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서 회장은 이에 대해 "때로는 잘못을 용서도 해주고 이해도 해주라는 얘기"라며 "그러나 그런 것들이 그 때 당시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좀 서둘렀던 면이 있는 것 같다"고 감싸안았다.
마치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서 회장의 이번 인터뷰는 축구계 고위직 인물과 일반 팬들의 시선 차이가 얼마나 거대한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현재 한국 축구는 정몽규 전 회장에 이어 홍명보 감독까지 북중미 월드컵의 실패를 책임 지고 물러난 초유의 사태다. 여기에 협회 운영을 둘러싼 여러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대혼돈을 맞은 상황.
그런 가운데 기득권층 중 한 명인 서 회장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 터지면서 대대적인 개혁의 필요성만 부각되고 있다. 이를 본 팬들의 분노도 일파만파 커지는 중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일했던 서 회장이 갑자기 축구계에 뛰어든 뒤 정몽규 전 회장을 비호하는 건 모종의 커넥션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 여파로 전북축구협회 홈페이지도 아수라장이 됐다. 격노한 축구팬들이 몰려들어 "참 부끄럽습니다", "나이만 많으면 다요?", "사퇴해라" 등의 서 회장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남기면서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전북축구협회 게시판에는 벌써 100여 개의 비판글이 올라온 것으로 파악된다.
/finekosh@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북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