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분노, 황인범·오현규 목소리 사라졌다" 재일기자, "취재 거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나"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7.17 15: 29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이 얻은 성과는 경기 결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강팀을 상대로도 흔들리지 않은 경기력에 선수들의 적극적인 소통까지 더해지면서 대표팀을 향한 관심과 열기가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일본에서 나왔다.
재일 축구전문기자 신무광 기자는 최근 '야후재팬'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번 일본 대표팀은 경기력뿐 아니라 미디어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 변화가 일본 내 월드컵 열기를 끌어올린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신 기자는 일본 스포츠 라이터 미무라 유우스케가 넘버웹과 슈에이샤 온라인 등에 기고한 내용을 인용해 일본 선수들이 과거와 달리 취재진의 질문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언론 앞에 나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6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훈련을 진행했다.대한민국은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기회를 놓쳤고, 이제는 다른 조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대한민국 오현규가 훈련을 하고 있다. 2026.06.26 /sunday@osen.co.kr

나가토모 유토는 "벽을 넘으면 엄청난 경치가 기다리고 있다"라며 팬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우에다 아야세와 다나카 아오, 주장 이타쿠라 고 역시 경기 전후로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선수들의 발언은 기사와 영상으로 제작됐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피치 위 경기력과 피치 밖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일본 전역의 월드컵 분위기도 더욱 뜨거워졌다.
신 기자는 "선수들의 말이 팬들의 감정을 움직였고, 그 열기가 다시 대표팀을 밀어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고 진단했다. 국민적 관심이 가장 높아지는 월드컵 기간에 오히려 팬들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스스로 좁혔다는 지적이다.
발단은 대회 개막 전 훈련장에서 벌어진 언론 논란이었다. 당시 일부 취재진이 손흥민의 병역특례와 관련해 조롱성 발언을 했고 해당 음성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특례 대상이 됐으며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기초군사훈련도 마쳤다.
신 기자는 "선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이었다. 손흥민이 분노하고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후 대응에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짚었다. 손흥민 개인과 일부 취재진의 갈등이 대표팀 전체의 취재 거부로 확대되면서 선수들의 목소리가 팬들에게 전달될 기회까지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체코전에서 동점골을 기록한 황인범의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 오현규도 인터뷰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상당 기간 언론과 거리를 뒀다.
신 기자는 "주장을 향한 연대의 의미였을 수 있다"면서도 "기자단 대표가 선수단 앞에서 직접 사과했고 문제를 일으킨 기자도 공개 사과와 함께 취재를 중단했지만 취재 거부는 계속됐다"라고 지적했다.
현장을 직접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 안팎에 불필요한 긴장감이 이어졌다고도 전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 사이에서도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라며 취재 거부가 선수단 전체의 일치된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신 기자는 월드컵이 선수들만의 무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월드컵은 팬과 국민, 미디어가 함께 만들어가는 대회"라며 "선수 인터뷰는 단순한 기사거리가 아니라 대표팀의 이야기를 국민과 나누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황인범과 오현규처럼 월드컵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노력과 감정을 국민에게 직접 전할 수 있는 평생 한 번뿐일 수도 있는 기회였다고 바라봤다.
신 기자는 오현규, 황인범을 언급하며 "골을 넣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누구에게 승리를 전하고 싶었는지, 어떤 각오로 경기에 나섰는지를 국민은 듣고 싶어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대표팀의 열기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 본인은 세계적인 스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기회가 많다. 반면 다른 선수들에게 월드컵은 생애 가장 큰 무대일 수 있다. 그 소중한 기회가 대표팀 전체의 침묵 속에서 사라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언론과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지도부의 책임도 함께 언급했다.
문제를 일으킨 취재진의 잘못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대한축구협회의 위기관리 능력과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지도부의 대응 역시 적절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언론에 책임을 묻는 것과 팬들에게 선수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은 동시에 가능했다고 봤다.
신 기자는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에게 강하게 항의하면서도 팬들과의 소통은 이어갈 수 있었다. 대표팀 주장은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시점에서는 갈등을 정리하고 대표팀이 다시 국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드는 선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취재 거부는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는지, 결과적으로 한국 대표팀에 도움이 됐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침묵은 팬들을 향한 침묵이 되기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도 다시 강조했다. 신 기자는 "일본 선수들은 억울함과 기쁨, 각오를 모두 자신의 언어로 전달했다. 그 말이 팬들의 감정을 움직였고 대표팀을 '우리 팀'으로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국민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갈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라고 짚었다.
 12일 (한국시간) 멕시코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렸다.대표팀은 체코전을 시작으로 19일 개최국 멕시코와 같은 장소에서 격돌한 뒤, 25일 몬테레이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최종전을 치른다.후반 오현규가 역전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2026.06.12 /sunday@osen.co.kr
그는 "월드컵은 피치 위 경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수의 말과 팬의 감정, 언론의 보도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한국 축구도 앞으로 미디어와 어떻게 마주하고 팬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글을 맺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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