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에 새겨진 사자 문신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자처럼 두려움 없는 전사의 마음으로 마운드를 지배하겠다는 다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은 그 각오를 품고 대구에 왔다. 목표는 단 하나,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지난 15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페덱은 "음식도 입맛에 아주 잘 맞고 동료들도 정말 따뜻하게 맞아줬다"며 "후반기를 잘 보내 우승 반지를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의 무더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더운 도시지만 텍사스 출신인 그에게 낯선 환경은 아니었다.

페덱은 "텍사스와 날씨가 비슷하다. 다만 여기는 습도가 더 높아 땀을 많이 흘릴 것 같다"며 웃은 뒤 "첫 등판 때는 유니폼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함께 뛰었던 김하성(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KT 위즈 외국인 투수 로건 앨런에게서 한국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페덱은 "원래는 한국 야구에 대해 응원 문화 정도만 알고 있었다"며 "김하성과 한국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로건도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좋고, 무엇보다 팬들이 정말 열정적'이라고 이야기해줬다"고 전했다.
새 팀에도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그는 최근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에게 직접 다가가 드릴 훈련에 대해 물어봤다.
페덱은 "원태인이 열심히 훈련하길래 먼저 물어봤다. 거의 모든 드릴 훈련을 섭렵한 느낌이었다"며 "배운 뒤 캐치볼을 해보니 모든 구종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들어갔다. 좋은 팁을 많이 얻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삼성 팬들의 응원 문화 역시 하루빨리 경험하고 싶은 부분이다. 그는 "미국은 주말 경기 정도만 매진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평일에도 거의 매진이라고 들었다"며 "삼성 팬들은 정말 충성도가 높다고 하더라. 팬들로 가득 찬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빨리 던져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타자 친화형 구장으로 유명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페덱은 "투수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이야기지만 홈런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볼배합 등을 연구해야 한다"며 "야구장을 둘러봤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 모두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KBO리그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에 대한 적응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제 장점은 원하는 코스에 정확하게 던지는 제구력"이라며 "경기 초반 스트라이크존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본 뒤 코칭스태프, 동료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빠르게 적응하면 충분히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터뷰 말미, 왼팔의 사자 문신을 가리킨 페덱은 환하게 웃었다. "사자는 밀림의 왕자다. 저도 사자처럼 두려움 없는 전사의 마음가짐으로 던지고 싶어서 새겼다. 팬들이 문신을 물어볼 때마다 '삼성 화이팅!'이라고 말한다".
늘 쓰고 다니는 카우보이 모자에도 이유가 있었다. 그는 "텍사스 문화를 알리고 싶어서다. 선발 등판하는 날에는 카우보이 모자는 물론 슈트와 부츠까지 모두 갖춰 입고 경기장에 올 계획이다. 어릴 때부터 중요한 날에는 가장 멋지게 차려입어야 한다고 배웠다"고 웃었다.

한편 1996년생인 페덱은 키 196㎝, 몸무게 98㎏의 우완 투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미네소타 트윈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마이애미 말린스,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쳤다.
메이저리그 통산 132경기에 등판해 32승 43패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했으며, 다양한 구종과 안정된 제구력을 앞세워 삼성의 후반기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탤 새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