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해 뛰었지만, 단 한 번 기회를 놓쳤다는 탓으로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콜롬비아 국가대표 공격수 하민톤 캄파스(26, 로사리오 센트랄)가 귀국 비행기에도 오르지 않은 채 잠적을 택했다.
캐나다 'CBC'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캄파스는 밴쿠버에서 열린 콜롬비아의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놓쳤다. 이제 그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콜롬비아가 탈락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대표팀 핵심 선수 중 한 명인 캄파스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 대표팀은 지난 8일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스위스와 월드컵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배하며 여정을 마쳤다.

팽팽한 승부를 펼치던 양 팀의 운명은 연장전에서 엇갈릴 수도 있었다. 연장 후반 5분 교체 투입됐던 캄파스가 결정적 선제골 기회를 잡았기 때문. 스위스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의 치명적인 패스미스를 가로채면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그러나 캄파스의 슈팅은 너무 힘이 실리면서 골문 위로 높이 솟구치고 말았다.

결국 콜롬비아는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다빈손 산체스와 후안 에르난데스가 실축하면서 8강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그러자 분노한 콜롬비아 팬들은 모든 책임을 캄파스에게 돌렸다. 심지어 캄파스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에게도 살해 협박 메시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도를 넘은 욕설은 예사일 정도였다.
충격을 받은 캄파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침착함을 호소했다. 그는 "나의 콜롬비아여, 우리는 절대로 존중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고 좌절과 슬픔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열정도 증오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캄파스는 "우리가 모두 바라던 기쁨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하지만 헌신과 책임감, 이 유니폼을 향한 사랑만큼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난 경기장에서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조국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다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콜롬비아축구연맹(FCF)도 수습에 나섰다. FCF는 공식 성명을 내고 캄파스와 그의 가족에게 가해진 위협을 단호히 규탄하며 "축구는 단결과 존중, 그리고 희망의 공간이어야 하며, 결코 증오와 협박, 폭력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맹은 "우리는 모든 콜롬비아 국민에게 스포츠 경쟁에서 발생하는 의견 차이가 결코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선수들을 향한 협박이나 폭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다"며 자제를 부탁하며 검찰에 협박을 가한 이들을 신속히 수사하고 기소할 것을 촉구했다.

위협을 느낀 캄파스는 귀국을 포기한 채 종적을 감춘 상태다. 원래 그는 산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 후안 페르난도 킨테로 등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밴쿠버에서 보고타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캄파스의 행방은 알 수 없다. 그가 미국에 남아 있는지, 아니면 자신이 뛰고 있는 로사리오 센트랄에 합류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이동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로사리오 센트랄은 캄파스가 다시 팀에 합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을 들은 해설가 카밀로 핀토는 "캄파스가 득점 기회를 놓쳤다는 이유로 협박을 받아 콜롬비아로 돌아가지 못했다니? 94년 안드레스 사건처럼 끔찍한 일을 되풀이하려는 팬들이 있다니 정말 역겹다. 게다가 5살짜리 딸아이는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가? 멍청이들!!"이라고 분노했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콜롬비아에서 비슷한 비극이 일어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1994년 월드컵 당시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자책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열흘 뒤 그는 고국의 한 술집 주차장에서 총에 맞고 사망했다. 한때 캐나다 대표팀을 지휘했던 밥 레나르두지 전 감독은 "캄파스에겐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있다. 정말 매우 슬프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겹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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