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이 된 라민 야말이 자신의 선수 생활에서 가장 큰 경기를 앞뒀다.
스페인은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을 치른다. 야말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맞대결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았다.
야말은 14일 댈러스 스타디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19번째 생일을 맞은 직후였다. 그는 최근 자신의 공격포인트가 기대보다 적다는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골과 도움 숫자보다 스페인이 네 팀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먼저 꺼냈다.

프랑스를 향한 말도 거두지 않았다. 벨기에를 꺾은 뒤 프랑스가 스페인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던 야말은 오해가 아니었다고 했다. 스페인은 프랑스를 겁내지 않으며, 공이 움직이면 경기장에서 답하면 된다는 태도였다.
긴장한 기색도 없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동생의 머리를 잘라주기로 했다고 답했다. 세계가 지켜보는 준결승을 앞두고도 일상의 약속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말이었다. 압박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했다.

야말의 자신감에는 최근 맞대결 결과가 깔려 있다. 스페인은 유로 2024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2-1로 꺾었다. 당시 16세였던 야말은 왼발 동점골을 터뜨렸다. 2025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준결승에서도 스페인이 5-4로 이겼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숫자가 폭발적이지 않았다. 상대 수비는 야말이 공을 받기 전부터 두 명을 붙였다. 오른쪽에서 왼발로 안쪽을 파고드는 길을 막고, 패스를 내주면 곧바로 중앙을 좁혔다. 야말은 직접 마무리보다 수비를 끌어내는 역할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스페인은 그 공간을 다른 선수들이 이용했다. 11일 오전 4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8강에서는 파비안 루이스가 선제골을 넣고 미켈 메리노가 후반 막판 2-1 결승골을 터뜨렸다. 야말이 골을 넣지 않아도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프랑스전은 다른 속도로 흐를 수 있다. 프랑스는 공을 오래 잡지 않아도 킬리안 음바페와 우스만 뎀벨레의 침투로 단숨에 골문까지 간다. 스페인이 야말 쪽에서 공격을 길게 이어가다 공을 잃으면 반대편 뒷공간이 바로 열린다.
프랑스는 야말이 왼발로 접는 순간 측면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함께 붙일 수 있다. 두 명이 몰리면 페드리와 파비안 루이스가 중앙의 빈칸을 노린다. 야말은 직접 골을 넣지 않아도 수비의 모양을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야말에게도 수비 가담이 필요하다. 프랑스 왼쪽 수비수의 전진을 따라가고, 공을 되찾는 순간 다시 오른쪽 터치라인으로 벌려야 한다. 공격 한 번만 기다리는 경기가 아니라 90분 동안 공수 간격을 맞춰야 하는 준결승이다.
그럼에도 야말은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스페인 선수 모두가 우승 장면을 그리고 있다며 결승 진출 뒤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열아홉 살 생일 선물로 원하는 것도 승리 하나였다.
등번호는 19번이고 나이도 19세가 됐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댈러스의 한 경기다. 야말은 프랑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다시 말했다. 이제 왼발로 그 말을 받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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