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FIFA 회장에 전화한 발로건 징계…18명 위원회, 위원장 혼자 ‘1년 유예’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6.07.13 15: 48

폴라린 발로건의 한 경기 출전정지를 멈춘 사람은 FIFA 징계위원 18명 가운데 한 명뿐이었다.
영국 ‘더 타임스’는 13일(한국시간) 모하메드 알 카말리 FIFA 징계위원장이 다른 위원 17명에게 의견을 묻지 않은 채 발로건의 징계 집행 유예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뒤 나온 처분을 둘러싼 물음이 더 커졌다.
사건은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미국-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2-0으로 이겼지만 발로건은 후반 19분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발로건은 전반 미국의 선제골을 넣었다. 문제의 장면에서는 보스니아 수비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와 공을 다투다가 상대 발목을 밟았다. 주심은 처음에는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실의 권고를 받은 뒤 화면을 다시 보고 위험한 반칙으로 판단해 빨간색 카드를 꺼냈다.
미국은 추가시간을 포함해 남은 30분 넘는 시간을 10명으로 뛰고도 두 골 차 승리를 지켰다. 발로건은 판정에 격하게 맞서지 않고 경기장을 떠났다. 미국 선수단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고의성이 없는 충돌이었다며 판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월드컵에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 다음 한 경기에 자동으로 나설 수 없다. 미국의 다음 상대는 벨기에였다. 발로건은 원칙대로라면 7일 오전 9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16강전에 결장해야 했다.
FIFA 징계위원회는 5일 발로건의 행위가 징계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한 경기 출전정지를 부과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통상적인 절차였다. 이어 징계의 ‘집행’을 1년 동안 유예했다. 1년 안에 비슷한 위반을 저지르지 않으면 발로건은 정지 경기를 소화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다.
빨간색 카드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반칙 판정도 지워지지 않았다. FIFA는 한 경기 정지를 선고한 뒤 그 처분을 곧바로 집행하지 않았을 뿐이다. 발로건은 유예 덕분에 벨기에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징계 규정에는 일정한 조건에서 처분의 전부나 일부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징계위원장이 단독으로 사건을 결정하거나 다른 위원에게 맡길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 알 카말리 위원장 혼자 결론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규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논란은 처분의 대상과 시점에서 커졌다. 월드컵 퇴장에 따라 자동으로 붙는 다음 경기 정지가 대회 도중 유예된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FIFA가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어떤 사정이 일반적인 자동 정지를 멈출 만큼 특별했는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가 공개됐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자신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연락해 장면을 다시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인정했다. 처음에는 레드카드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발로건이 벨기에전에 뛰지 못한다는 설명을 듣고 움직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느린 화면이 충돌을 실제보다 더 거칠게 보이게 만들었다는 취지로 판정을 비판했다. 미국이 공동 개최국이고 대통령이 FIFA 회장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상황에서 나온 전화였다. 스포츠 징계 절차에 국가 정상의 요청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형평성 논쟁은 피하기 어려웠다.
전화가 결정의 원인이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FIFA는 징계기구가 독립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도 자신은 재검토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판티노가 알 카말리 위원장에게 특정 결론을 지시했다는 자료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결정 과정은 닫혀 있었다. 18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나머지 17명이 사건을 검토하지 않았고, 서면 판단 이유도 공개되지 않았다. 규정상 가능한 단독 결정과 외부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결정은 같은 말이 아니다.
벨기에는 즉시 문제를 제기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상대 핵심 공격수가 자동 정지를 피하면서 자신들이 직접 영향을 받았다며 결정을 뒤집어 달라고 요구했다. FIFA 항소위원회는 벨기에가 원 징계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발로건은 시애틀에서 열린 16강전에 출전했다. 미국은 벨기에에 1-4로 져 대회를 마쳤다. 징계 유예가 미국의 8강 진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자동 정지를 멈춘 과정은 월드컵이 끝나기 전까지 남을 선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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