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박해수가 ‘허수아비’ 속 강태주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밝혔다.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는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주연 배우 박해수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허수아비’는 1988년 강성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놈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작중 박해수는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을 쫓는 강성경찰서 형사 강태주 역을 맡았다.

작품 속 등장하는 강성연쇄살인사건은 실제 1980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경기 화성 등에서 벌어졌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그런 만큼 작품에 임하는 데 있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밝힌 박해수는 “실화 배경인 것도 있고 그걸 겪어야 하는 인물과 상황, 그리고 강태주가 과거에 느꼈던 트라우마, 앞으로 30년 뒤의 인생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그냥 표현만 하는 게 아니라 공감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너무 많은 결이 있고, 많은 고통을 겪고 또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고, 그걸 견딘 시간까지 연기해야 하는 것에 대해 배우로서 두렵고 긴장도 많이 됐는데 도전의식이 컸다. 다행히 그때 (이)희준이 형이 있었고 (곽)선영이, (정)문성이 형, (서)지혜, (송)건희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 고민했던 것보다 촬영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처음에 리딩했을때는 너무 무서웠다. 희준이 형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배우들한테 ‘척’하지 말자는 얘기를 했다. 드라마 안에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 말고 진짜 인간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더라. 그러지 않으려고 부단히 얘기도 많이 나눴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워낙 이 작품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하셨다 보니 많이 물어보면서 임했다”고 설명했다.
박해수는 “제가 강태주라는 인물을 만난 건 연기 인생에서도 큰 변환점이다. 사실 정말 큰 기회였고 도전이었다. 다신 이런 인물, 이런 삶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까지도 이런 인간이 있을까 생각한다. 많이 배웠고, 인간인 나로서 많이 부끄러웠다. 옆에 강태주라는 한 인간이 옆에 계신다면 많이 부끄러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에 어떤 점에서 도전이었는지 묻자 “불완전한 인간이어서”라고 답했다.
그는 “완성형 형사나 셜록 홈즈가 아니고 사건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순간순간 좌초될 것 같은 스스로를 붙잡는 것들이 어떤 힘인지, 내가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사건을 다 만나고 그 고통들을 내가 어떻게 진짜 아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상실되는 것들에 있어서 배우로서 감당할 수 있을까, 그걸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많았다. 어른이 된 태주를, 내가 감당하지 않고 본적 없는 시간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반면으로 내가 만약 그 나이대의 강태주였으면 그런 이상향 같은 어른을 표현하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30년 동안 힘들고 외로움을 견디며 살았고 그 외로움이 당연히 자기의 숙제 같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후회를 인정하고 사람들한테 다시 나갈 수 있는 인물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서 금방 잘 빠져나오는 편이라는 그는 “‘허수아비’ 촬영이 끝났을 때는 사실 속 시원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문득 계속 들어와 있더라. 안 나가는 것 같고, 내방에 누가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방송이 시작되니까 다시 그 감정으로 제가 들어가 있더라. 오늘도 아침에 나왔을 때 막방이고 강태주를 보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혼자 아련하게 비비크림 바르고 아기 바지 입히고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먹먹하게 계속 남아있다. 오늘 끝나면 괜찮을까 생각도 든다. 오랜만에 좋은 인물을 만난 것 같아서 보내기 아쉽다”고 여운을 전했다.
박해수는 ‘허수아비’에 대해 “제 인생에서 진짜 큰 변환점이 된 작품이다. 배우로서 ‘허수아비’ 전에 연기적인 고민이 많았다. 꽤 큰 시기였다. 무서운 시기가 왔는데 이 작품을 만나면서 배우들, 감독님, 작가님한테 너무 감사하단 말을 했다. 제가 진짜 어려웠던 시기였다. 내가 이걸 극복 못 하면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는데, 그때 감독님이 이 작품을 만나게 해주고 강태주라는 인물 만나면서 제가 위로를 너무 많이 받아서 저한테 너무 감사한 작품이기도 하고. 많이 사랑해 주신 거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상상도 못 했던 상황이 온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 이 작품이 오래 기억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당시의 고민에 대해 묻자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서 더 인간적인 면모를 내가 못 들여다보는 게 아닌가 싶었다. 드라마의 기능적 요소로 존재하는 건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그 인물. 한 인간. 누군가 툭 튀어나오는 존재를 만들지 못하는 게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아직 굉장히 부족하구나 싶었다. 그때 살아있을 만했던 인물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뭘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스터디도 하고 코칭도 많이 받았다”며 “이번 작품은 그냥 흔들리는 대로 내버려뒀다. 대신 애쓰려고 하는 어떤 의지만 뒀다. 사람은 결국 결괏값이 아니라 의지가 생기거나 행동하는 게 나오면 인간 같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그게 불안할지언정, 완성되지 않아서 멋있지 않아도 허세는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깨달음을 전했다.
이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계속 찾으려고 하고 있다. ‘허수아비’에서는 많은 인물들이 다 그렇게 연기했고, 작품에서 그렇게 움직이고 있어서 시청자한테 사랑받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이 기억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배우는 잊혀도 상관없지만 이 작품이 하는 이야기.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기억해 주시면 평생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소망했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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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H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