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지성(45)과 파트리스 에브라(45)가 14년 만에 다시 뭉친다.
OGFC와 수원 삼성 레전드 팀은 19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이번 경기는 박지성을 비롯해 프리미어리그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설들이 '슛포러브'와 함께 창단한 신생 독립 팀 OGFC의 첫 경기다.
OGFC는 '해버지' 박지성과 웨인 루니, 리오 퍼디난드, 라이언 긱스, 파트리스 에브라 등 현역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올드 트래포드를 누볐던 선수들이 뭉친 팀이다. 이들은 현역 시절 최고 승률 73% 돌파를 목표로 내걸었다. 화려한 선수단에 더불어 에릭 칸토나가 지휘봉을 잡고, 마이클 펠란이 코치로 합류했다.

이에 맞서는 수원 삼성은 구단 레전드이자 FA컵 우승을 이끈 서정원 감독이 팀을 지휘한다. 2011년 경기 도중 심정지로 은퇴했던 '영록바' 신영록이 코치를 맡는다. 선수단도 이운재, 곽희주, 송종국, 김두현, 고종수, 이관우, 조원희, 염기훈 등 국내 선수들은 물론이고 데니스, 산토스 등 수원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 전설들까지 가세하며 화려한 스쿼드를 완성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지성과 에브라는 OGFC 첫 경기를 앞둔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박지성은 "이 선수들이 같이 뛴 게 2009년이 마지막이었던 거 같다. 다시 한국에서 경기를 하게 돼서 기쁘다. 선수들도 다시 모였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다. 한국 팬들이 얼마나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상대팀에도 아는 선수들이 많고, 수원은 내가 자고 나라며 축구의 꿈을 키운 도시이기도 하다. 많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뒤이어 말문을 연 에브라는 먼저 한국말로 "천재입니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너무나 기쁘다. 한국은 내게 제2의 고향이다. 슛포러브 측에서 여행과 숙소 모두 만족스럽게 준비해주셨다. 시차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핑계가 될 수 없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항상 준비해 왔다. 수원이 좋은 팀인 걸 알고, 하이라이트도 많이 봤다. 우리도 진지하게 준비했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팬분들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 이하 박지성, 에브라와 일문일답.
- 오랜만에 만나서 가장 반가운 선수는?
박지성: 종종 다른 이벤트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을 봤다. 안데르손이나 앨런 스미스는 정말 거의 처음 보는 거다. 모습이 많이 달라져서 인상 깊었고, 오랜만에 봐서 기뻤다. 같이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아 들떠 있다. 웃긴 모습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에브라: 퍼디난드는 같이 두바이에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난다. 선수들과는 '왓츠앱' 단톡방이 있어서 자주 연락하고 있다. 다만 안데르손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녀서 항상 궁금했고, 가장 기대됐다. 긱스도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사실 이렇게 모든 선수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 오늘 아침에도 화성 행궁을 방문했다. 이렇게 가족 같은 선수들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승리감을 맛보고 있다
- K리그의 수원 경기장을 방문한 소감은? 한국 축구 최고의 전설 박지성과 다시 같이 뛰게 됐다.
에브라: 꿈만 같다. 너무나 오랜만에 박지성과 같이 뛰게 됐다. 2012년 이후 처음 같다. 사실상 형제인 박지성과 함께 뛸 수 있어 행복하다. 경기장도 좋고, 수원은 한국에서 가장 큰 팬덤을 갖고 있는 클럽이라고 들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왕년을 떠올리게 된다. 박지성과 패스를 한 번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정말 꿈만 같을 거다. 알다시피 박지성은 무릎 수술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고맙다.
-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컨디션은 어떤지.
박지성: 회복이 순조롭게만 이뤄지진 않았다.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확실히 불안감을 안고 있다. 그래도 오늘 팬들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10분~15분 정도는 뛰지 않을까 싶다.
에브라: 안 된다. 안 된다. 박지성은 90분을 뛰어야 한다.

- 패스를 한 번이라도 주고받고 싶다는 에브라의 말을 들은 소감은? 따로 꿈꾸는 장면이 있는지.
박지성: 그렇게까지 생각해 줄 줄은 몰랐다. 놀랍고, 고맙다. 수술을 결심하기 상당히 어려웠는데 그 한마디가 '수술해야겠구나' 생각하게 한 결정적 원인이었다. 나 역시 기대하고 있다. 회복 속도가 더뎌서 완전한 몸 상태로 같이 경기할 수 없는 건 아쉽다. 그래도 한국에서 한 경기장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기대된다.
- 경기를 앞두고 맞대결이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면?
박지성: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서 어떻게 말해야 할진 모르겠다. (조)원희가 어떤 포지션에서 뛸지 모르겠다. 아마 윙백을 볼 거 같은데 내가 그쪽으로 안 갈 거 같다. 그쪽으로 가게 된다면 돌파를 시도해보겠다. 그러면 원희에게 안 좋은 추억을 남길 수도 있다. 100%가 아닌 내게 당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어서 다른 쪽으로 가보려 한다.
에브라: 수원 선수 중에는 염기훈이 가장 위협적인 거 같다. 왼발이 뛰어난 공격수로 알고 있다. 득점력도 갖춘 선수다. 현역 시절 때도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 선수들의 활동량과 기술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생 수비해왔기 때문에 오늘은 미드필더나 공격수로 뛰고 싶다. 또 수비를 시키려 한다면 팀 동료들의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올라가고 싶다(웃음).
- 수원에서 자고 나랐고, 이 경기장에서 프랑스전 득점을 하며 2002 월드컵까지 갔다. 소감이 남다를 거 같은데.
박지성: 수원에서 자랐고, 유년기 축구를 했던 곳이다. 수원에서 프로 축구선수와 국가대표라는 꿈을 키웠다. 내게 남다른 도시인 건 당연하다. 2002 월드컵을 위해 만들어진 경기장이고, 이전에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 삼성 볼보이를 했다. 이후에는 프랑스를 상대로 득점하고, 월드컵을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던 곳이다. 의미 있는 곳에서 다시 경기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 상당히 기대가 많이 되는 경기다.
에브라: 내가 알기로 박지성이 수원 삼성 입단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그때 박지성을 떨어뜨렸던 담당자를 따로 만나고 싶다. 주소나 전화번호를 아는 분이 있다면 제보 바란다.

- 타국에서 이런 이벤트 매치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한국 팬들의 특별한 사랑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에브라: '땡큐, 고마워'라고 말하고 싶다. 팬들의 존중과 사랑에 대해 감사하다. 공항에 입국했을 때 한 팬이 내 어릴 적 사진에 수염을 합성한 사진을 선물로 줬다. 한국에서만 겪은 경험이었다. 이 경기를 조직해 준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라커룸과 경기 준비, 유니폼, 경기장 등 모든 게 완벽하다.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없다.
박지성은 알겠지만, 내 성격은 직설적이다. 부정적인 게 있다면 바로 말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프로 그 이상이었다. 몇몇 자선경기에서 뛰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너무나 감사하다.
- 황희찬의 울버햄튼이 강등 직전이다. 박지성부터 이어져 오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명맥이 끊길 수도 있는데.
박지성: 울버햄튼이 강등이 유력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 선수를 볼 수 없을 거라 단정하긴 이르다. 다만 유럽 1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더 좋은 선수들을 만들어야 하는 한국 축구의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선수들이 도전해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에브라: 한국 팬들의 아쉬움을 이해하지만, 살짝 놀랍기도 하다. 프리미어리그가 유일한 축구 리그는 아니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도 있고, 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설령 프리미어리그에 한국 선수가 없게 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표팀에 훌륭한 선수들이 있는지에 신경 쓰고, 이강인처럼 뛰어난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시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프리미어리그 외에도 축구는 항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모든 리그에는 각자의 도전과 경쟁이 있다. 한국 팬들께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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