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경기 타율 4할1푼9리(31타수 13안타) 1홈런 10타점 8득점, OPS 1.095. 숫자만 놓고 보면 ‘주전 타자’ 그 이상이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전병우에게 봄날이 찾아왔다. ‘명품 조연’, ‘슈퍼 백업’으로 불리던 그는 김영웅의 햄스트링 부상 공백 속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흐름은 뜨겁다. 지난 18일 대구 LG 트윈스전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특히 2-0으로 앞선 5회 달아나는 우월 3점 홈런 한 방을 날리며 7-2 승리를 이끌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5회 르윈 디아즈의 적시타와 전병우의 3점 홈런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며 “최근 전병우의 활약이 두드러져 고무적이다. 오늘도 덕분에 이겼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병우는 “첫 타석에서는 변화구를 생각했는데 직구가 계속 들어왔다. 오늘은 직구 승부가 많을 것 같다고 판단했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직구 타이밍에 집중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돌아봤다. 상대의 패턴을 읽고, 그에 맞춰 대응한 결과였다.
시즌 첫 홈런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첫 홈런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작년에 홈런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 좋은 느낌의 홈런이 나왔다. 계속 나가다 보면 더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미소 지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달라진 마음가짐이다. 야구가 잘 풀리니 하루하루가 기대다. 전병우는 “요즘 야구장 나오는 게 너무 즐겁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되고 설렌다. 좋은 생각을 하면서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백업의 시간’이 있다. 그는 “삼성에서 주전으로 꾸준히 나간 적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 타석, 한 경기가 더 소중하다”며 “대타로 나갈 때처럼 지금도 한 타석 한 타석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전은 한 번 못 쳐도 다음 기회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 집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전광판에 찍힌 4할 타율은 자신감을 키운다. 하지만 그는 이를 ‘운’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선은 수비에 더 향해 있다. 전병우는 “공격보다 수비가 더 긴장된다. 수비에서 실수 하나가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회는 왔고, 그는 놓치지 않고 있다. 전병우는 “더 많은 경기에 나가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조연’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그의 봄날은 쉽게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