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된 故 김창민 감독(향년 40세)의 죽음 뒤에 숨겨진 비극적인 진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공분과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단순 사고가 아닌 '폭행 피해'로 인한 사망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31일 연합뉴스 보도 등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故 김창민 감독은 지난해 10월 20일 경기도 구리의 한 24시간 식당에서 폭행 피해를 당했다. 당시 김 감독은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이 "돈가스가 먹고 싶다"고 하자 아들을 데리고 식당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식사 도중 옆 테이블 손님과 소음 문제 등으로 시비가 붙었고, 몸싸움 과정에서 주먹으로 가격당한 김 감독은 바닥에 쓰러졌다는 전언. 이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김창민 감독의 여동생은 지난해 11월 "지난달 20일 뇌출혈로 쓰러진 오빠는 가족 모두의 간절한 바람에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7일 뇌사 판정을 받은 후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소중한 새 생명을 나누고 주님 곁으로 떠났다"라고 밝혔다. 이어 "겉으로는 강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여린 사람이다. 오빠를 기억해주는 분들께서는 부디 먼 곳에서나마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도록 기도해주고 추억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덧붙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감독은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군대 제대 후 영화 제작 일을 시작하여 작화팀, 각본, 연출 등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했다.
고인은 남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했고, 영화를 통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길 원했다고.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사람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함께 이야기하고 위로하길 원했던 따뜻한 사람이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아, 영화로 네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했고, 이제야 너의 작품들이 세상이 나오게 됐는데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떠나는구나. 너의 이름으로 영화제를 만들어 하늘에서라도 볼 수 있게 할 테니, 하늘에서는 편하게 잘 지내렴. 사랑한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 감독은 2016년 '그 누구의 딸'로 경찰 인권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대장 김창수', '마녀', '마약왕', '천문: 하늘에 묻는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소방관' 등 다수의 웰메이드 작품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처럼 생전 실력을 인정받은 영화인이었던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웠다. 평소 "삶의 끝에 다른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뜻을 자주 전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심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영면에 들었다.
유족 측은 "대학병원이 근처였음에도 이송이 1시간이나 지체돼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수개월째 수사가 지연되고 구속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해치사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에 대해 경찰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결국 피의자는 지난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는 "아들을 위해 돈가스 먹으러 간 아빠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4명을 살린 영웅인데 가해자 처벌이 너무 가볍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등 고인을 추모하고 엄벌을 촉구하는 의견이 크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고인은 아들을 둔 평범한 아빠이자 열정 넘치는 영화인이었다. 고인이 남긴 숭고한 나눔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그리고 억울함을 풀기 위한 명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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