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신유빈, 中 부상 아니었으면 절대 우승 못 했다" 중국 탁구, 충격 컸나...'NO 세리머니' 배려에도 깎아내리기 등장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12.15 11: 51

'탁구 최강국' 중국이 패배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쑨잉사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 조에 패할 일은 없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혼합복식 간판' 임종훈-신유빈 조는 13일(한국시간) 홍콩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파이널스 2025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를 3-0(11-9 11-8 11-6)으로 대파하며 대회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특히 WTT 파이널스이기에 더욱 뜻깊은 우승이다. WTT 파이널스는 그랜드 스매시와 챔피언스, 컨텐더 성적을 종합해 한 해 동안 가장 좋은 성적을 낸 16명(남녀단식), 8개 조(혼합복식)만 초청받는 '왕중왕전'격 대회다. 혼합복식은 이번에 처음 도입됐다.

그런 무대에서 한국 탁구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것. 지금까지 한국 선수가 결승 무대를 밟아보는 일조차 없었지만, 임종훈과 신유빈은 사상 첫 결승행에 이어 금메달까지 목에 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동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두 선수가 함께 만들어낸 또 하나의 쾌거다.
임종훈-신유빈은 만리장성 같았던 왕추친-쑨잉사의 벽을 마침내 넘어섰다. 왕추친과 쑨잉사는 각각 남녀 단식 세계 랭킹 1위를 자랑하는 강자다. 임종훈과 신유빈은 지난해 파리 올림픽, 올해 도하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이들을 만나 연달아 패했다. 통산 전적은 이날 경기 전까지 6전 6패였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에선 달랐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3-0 완승을 거두며 '6전 7기'에 성공했다. 그것도 금메달이 걸려있는 승부였기에 더 값졌다. 왕추친-쑨잉사 조는 18개월 동안 패배가 없었지만, 임종훈과 신유빈에게 덜미를 잡히며 국제 무대 연승 기록이 29에서 멈추게 됐다.
결승전답게 1게임부터 접전이 펼쳐졌다. 임종훈-신유빈은 9-9 동점에서 임종훈의 공격으로 게임 포인트에 도달했고, 왕추친의 범실로 리드를 잡았다. 2게임에선 9-4로 앞서나가다가 내리 4실점하며 9-8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이후 연달아 득점하며 게임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임종훈과 신유빈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둘은 3게임 초반 3-4로 끌려갔으나 금세 6-5로 점수를 뒤집었다. 그리고 10-6에서 왕추친의 공격이 테이블을 벗어나며 임종훈-신유빈 조의 우승이 확정됐다. 같은 날 열린 준결승에서 혼합복식 '세계 1위' 린스둥-콰이만(중국) 조를 3-1로 꺾은 데 이어 중국 탁구를 하루에 두 차례나 무너뜨린 임종훈-신유빈이다.
신유빈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주 끝난 국제탁구연맹(ITTF) 혼성단체 월드컵에서 무릎을 다쳐 2스테이지를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펄펄 날았다. 신유빈은 임종훈과 호흡을 맞추며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게임스코어 3-0으로 끝냈고, 준결승과 결승에서도 중국 조를 잡아내며 한국 탁구의 새 역사를 쓰는 데 성공했다. 
반대로 쑨잉사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는 임종훈-신유빈 조와 결승전이 열리기 약 80분 전 여자 단식에서 발목을 접질려 기권했기 때문. 그럼에도 쑨잉사는 붕대를 감은 채 부상 투혼을 펼쳤지만,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왕추친-쑨잉사는 18개월 만에 패배하며 30연승이 좌절됐다.
중국 '넷이즈'는 "경기 전 왕추친은 여러 차례 쑨잉사에게 '다리를 잘 보호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녀가 공을 살리는 습관 때문에 부상이 악화될까 걱정했다"라며 "쑨잉사는 발목 부상으로 이동에 영향을 받았다. 왕추친은 여러 차례 쑨잉사의 달리기 부담을 줄이고 파트너를 최대한 도우려 했지만, 패했다"라고 아쉬워했다.
경기 후 훈훈한 모습도 나왔다. 임종훈과 신유빈은 쑨잉사의 부상을 알고 있는 만큼 우승 직후 기쁨을 자제했고, 상대에게 다가가 포옹과 악수를 나눴다. 신유빈은 쑨잉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상 상태를 묻기도 했다. 왕추친-쑨잉사 조도 시상대에서 임종훈-신유빈 조를 웃으며 축하했다.
다만 중국 내에선 왕추친-쑨잉사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눈치다. 실력으로 진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부상 여파로 졌을 뿐이라는 것.
넷이즈는 "WTT 파이널스 결승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임종훈과 신유빈은 경기 후 축하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쑨잉사의 부상이 없었다면 결코 우승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임종훈-신유빈의 우승을 깎아내리려 했다.
다가오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선 왕추친-쑨잉사 조가 임종훈-신유빈 조를 상대로 3-0으로 이길 거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임종훈과 신유빈이 마침내 첫 승리를 거두면서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26년 세계선수권, 2028년 LA 올림픽까지 한국 탁구와 중국 탁구의 혼합복식 승부가 더욱 관심을 모으게 됐다.
하지만 임종훈과 신유빈은 인터뷰에서도 중국 선수들을 먼저 챙기며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임종훈은 "몸 상태가 다들 좋지 않았다. 유빈이도 그렇고, 쑨잉샤도 부상당했다. 왕추친도 많은 경기로 힘들 텐데 끝까지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라며 "프로페셔널하게 경기해 준 왕추친, 쑨잉사 선수한테 고맙다. 유빈이한테도 굉장히 고맙다"라고 말했다.
신유빈 역시 "옆에서 종훈 오빠가 많이 도와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운동선수들은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다 같이 힘내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경쟁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영어로 "잉사 언니, 테이크 케어(몸조심해)"라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관중들은 큰 박수갈채를 보냈다.
많은 중국 팬들도 임종훈과 신유빈의 매너를 높이 평가했다. '소후'는 "신유빈과 임종훈은 신상식에서 쑨잉사에게 낙담한 기색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웃음을 터트렸다. 두 한국 선수의 '따뜻한 행동'은 중국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선수들은 부상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서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신유빈 선수는 정말 착하다! 대회 조직위원회보다 훨씬 양심적이다", "얼굴만 봐도 착해 보인다", "한국은 원래 예의 바른 나라다. 쑨잉사가 다친 걸 알아서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신유빈이 쑨잉사 어깨를 토닥여주기까지 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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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WTT, 올림픽, 넷이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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