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7의 반 더 벤, 5m 차이로 손흥민 못 넘었다..."메시가 몸에 들어온 줄"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11.07 17: 30

미키 반 더 벤(24, 토트넘 홋스퍼)이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혼자 67.7m를 폭풍 질주해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여전히 '72.3m의 사나이' 손흥민(33, LAFC)의 그림자 아래였다.
토트넘 홋스퍼는 6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키 반 더 벤이 코펜하겐전에서 믿기 힘든 장거리 드리블 골을 완성했다"라며 "그의 질주는 UEFA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골로 연결된 가장 긴 드리블 기록"이라고 밝혔다. 토트넘 수비수가 단독 돌파로 대회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구단에 따르면 반 더 벤은 자신 진영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공을 잡은 뒤 그대로 상대 진영 깊숙이 돌진, 총 67.7m를 달린 끝에 왼발로 마무리했다. 종전 기록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가 2024년 도르트문트전에서 세운 64.4m였다. 반 더 벤은 이 수치를 3m가량 넘어섰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단은 곧바로 한 이름을 꺼냈다. 바로 손흥민이었다. 토트넘은 "이번 반 더 벤의 골이 챔피언스리그 최장 드리블 득점으로 기록되긴 했지만, 여전히 2019년 번리전에서 손흥민이 세운 72.3m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라며 "그날 손흥민은 혼자 하프라인 아래에서 출발해 상대 수비진을 모조리 제치고 닉 포프를 뚫었다. 전설은 여전히 손흥민이다"라고 전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 더 벤의 원더골은 5일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4라운드 코펜하겐전에서 나왔다. 토트넘은 이날 브레넌 존슨, 윌손 오도베르, 반 더 벤, 주앙 팔리냐의 연속골로 4-0 대승을 거뒀다. 전반 19분 존슨이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초반 추가골이 이어졌다. 후반 12분 존슨이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음에도 경기 흐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19분, 반 더 벤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자신의 박스 부근에서 공을 가로챈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폭발적인 속도를 앞세워 상대 수비 다섯 명을 차례로 따돌리며 하프라인을 가볍게 넘어섰고, 마지막으로 골키퍼마저 제친 뒤 왼발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10명이 된 토트넘을 완전히 안심시킨 '쐐기골'이었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열광했다. 'BBC'는 "반 더 벤이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남을 명장면을 만들었다. 손흥민과 베일, 메시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언급될 정도"라고 평했다. 해설위원 오언 하그리브스는 "지금까지 본 중 가장 완벽한 솔로골 중 하나다. 상대 수비가 투명인간인 줄 알았다. 완벽한 밸런스와 파워, 그리고 마무리까지. 올 시즌 최고의 골이다"라며 감탄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흥민의 2019년 번리전 장면도 다시 회자됐다. 당시 손흥민은 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고 무려 70m 이상을 혼자 내달린 뒤, 6명의 수비수를 제치며 득점했다. 이 골로 그는 2020년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반 더 벤의 골과 완벽히 닮은 흐름이다. 현지 팬들은 "이제는 반 더 벤 차례"라며 푸스카스상 수상을 요구했고, 토트넘 공식 채널 또한 두 장면을 나란히 게시하며 "그냥 상을 지금 줘야 한다"라고 농담 섞인 글을 올렸다.
'풋볼 런던'은 "그가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질주로 토트넘 팬들을 전율시켰다. 손흥민의 번리전 골을 그대로 떠올리게 했다"라고 평했고, '데일리 메일'은 "반 더 벤의 골은 베일, 손흥민, 그리고 클럽의 영웅들을 잇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전했다.
손흥민도 직접 반응했다. 토트넘 공식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 "와우… 그냥 와우(Wow… just wow)"라는 짧은 댓글을 남기며 후배의 장면을 칭찬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 역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리오넬 메시가 반 더 벤으로 환생한 것 같다. 수비수를 무시하고 전진하더니 완벽하게 마무리했다"라며 "요즘 나에게 화가 났다고 하던데, 경기 후 이런 골을 넣을 거라면 계속 화내도 좋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더 벤의 믿기 어려운 질주조차 손흥민의 전설적인 72.3m 골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5m 차이지만, 그 사이엔 역사와 맥박이 있다. 여전히 토트넘 팬들의 뇌리에 가장 길고 찬란한 장면은 '그날의 손흥민'이다. /reccos2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