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 출신 명장' 포옛의 수비철학, '36살' 홍정호도 놀랐다..."말이 되냐 생각했는데, 감독님께 많은 걸 배웠어"[오!쎈 인터뷰]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11.07 11: 01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36, 전북현대)가 처음엔 거스 포옛 감독의 수비 전술을 의심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전북 현대는 5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 내 이벤트 홀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우승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포옛 감독과 주장 박진섭을 시작으로 이승우와 송범근, 전진우, 최철순, 홍정호가 참석했다.
지난 시즌 강등권까지 추락했던 아픔을 딛고 '명가 재건'에 성공한 전북이다. 전북은 포옛 감독의 지휘 아래 환골탈태하며 지난 33라운드 수원FC전 승리를 끝으로 K리그1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그 덕분에 전북은 한국 프로축구 최초로 '라 데시마'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09년 첫 우승 이후 2010년대 전북 왕조를 일군 최강희 감독 시절의 기록에 이어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 2021년 이후 4년 만의 정상 등극이자 2018년 이후 첫 조기 우승이다.
홍정호의 역할이 컸다. 시즌 초반 불안했던 전북의 수비는 홍정호가 주전으로 자리 잡은 뒤 리그 최소 실점팀으로 변모했다. 포옛 감독도 박진섭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홍정호를 주전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결정을 내린 뒤 팀이 살아났다고 되돌아봤다.
녹슬지 않은 철벽 수비로 전북의 우승을 이끈 홍정호. 4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나도 2021년 이후로 팀이 좀 내려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작년엔 강등 위기까지 겪었다. 올 시즌 시작하면서 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라며 "감독님이 부임하시고 선수들을 많이 깨웠다. 선수들의 장점을 잘 꺼내주셨다. 그 덕분에 팀이 감독님 부임 첫 해부터 우승할 수 있었다.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 다음은 홍정호와 일문일답.
- 후배들을 위해 회식비를 쾌척했다고 이승우가 미담을 공개했다.
후배들이 너무 귀엽다. 선배들을 이렇게 좋아해줘서 고맙다. 맛있는 거 먹는다길래 후원 좀 했다. 그랬더니 회장님이라고 놀린다. 팀 분위기가 정말 좋은 것 같다
- 전북의 레전드로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 한 자리를 차지했는데.
아직까지는 전설로 한 파트를 맡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구단에서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 아직 부족하지만, 역사에 남을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 이승우가 제2의 홍정호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승우가 얘기해주면 너무나 기분이 좋다. (최)철순이 형은 한 게 너무 많기 때문에 나를 목표로 삼은 것 같다. 나도 별 5개 우승을 했으니까 승우가 그 이상으로 기록을 깨주면 좋겠다.
- 시즌 초반 팀이 어려울 때 베테랑으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초반에 나도 많이 못 뛰었다(웃음). 우리가 경기를 못해서 졌다기보다는 결과가 잘 안 따라왔다.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망하지 말고 계속 준비하면 좋은 결과도 따라올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작년에 힘든 시간을 겪다 보니까 또 반복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또 강등권에 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무패 행진으로 이어진 것 같다. 뒤에서 다른 선수들도 묵묵히 받쳐주고 원팀으로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모두에게 고맙다. 그러다 보니 출전하는 선수들도 열심히 뛸 수밖에 없었다.
- 팀 문화와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들었는데.
감독님이 부임하면서 축구 외적으로 터치를 안 하셨다. 선수들에게 자유를 주셨다. 선수들이 워낙 축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전북은 언제나 위에 있어야 하는데 힘든 시기를 겪었다. 분명 훈련 때는 좋았는데 경기장에선 결과가 안 따라오곤 했다. 거기서 스트레스를 줄여주셨다. 선배들이 항상 얘기해봤자 좋을 게 없다. 시대가 바뀌었다. 후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게 중요하다. 또 승우나 (송)범근이처럼 중간다리 선수들이 워낙 분위기를 잘 이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 최소 실점 비결이 무엇인가. 포옛 감독의 수비 전술은 어떻게 다른 건지.
동계 훈련 때부터 감독님의 수비 철학에 의심이 많았다. 이건 안 된다 싶었다. 이게 말이 되냐고 생각했다. 실제로 연습 경기에서 실점도 많았고, 안 맞는 부분도 많았다. 시즌 들어가면 분명히 탈이 날 거라고 의심했다. 나처럼 의심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우리 팀이 끈끈해지고 좋아졌다. 그걸 보면서 내가 수비하는 방식에서 많이 깨우쳤다. 감독님께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맨투맨이다. 그에 따라 실점을 덜하고, 자리를 잡고 변화가 많았다. 그 덕에 무실점 경기도 많고, 수비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 몇 살까지 뛸 생각인지.
계속 부상에 시달렸던 선수라 올 시즌에도 걱정이 많았다. 감사하게도 부상 없이 잘하고 있다. 많은 나이까지는 아니지만, 몸이 되는 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 K리그 MVP 출신으로서 '수상 후보' 박진섭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섭이가 MVP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승팀에서 나와야 한다. 올 시즌 성적만 보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능력과 결과를 보여줬다. 전북이 잘 될 수 있던 이유도 진섭이가 미드필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 주장으로서 팀을 너무나 잘 이끌어줬다. 진섭이를 많이 뽑아주시면 좋겠다.
- 구단과 거취 이야기를 나눴는지.
민감한 질문일 수 있지만, 아직 전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 구단과 얘기한 건 없지만,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전북 말고 다른 팀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나도 철순이 형처럼 전북에서 멋지게 마무리하는 게 바람이다. 그러길 기다리고 있다. 좋은 얘기가 오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전북 팬들에게 한마디.
2021년 이후에 계속 안 좋은 모습을 보일 때도 항상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 주신 덕분에 올 시즌 우승할 수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지만,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 어느 경기장에 가든 가장 많이 와주시는 전북 팬분들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경기할 때마다 응원 소리가 다 들린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잘 전달된다. 앞으로도 미우나 고우나 뒤에서 많이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우리 선수들도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겠다.
/finekosh@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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