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LAFC)의 이름은 트로피보다 더 큰 상징이 됐다. MLS 무대에 선 지 불과 3개월 만에 그는 미국 축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신인상은 놓쳤지만, 리그 전체의 관심과 시선을 단숨에 바꿔놓은 주인공이었다.
MLS는 5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올해의 신인으로 샌디에이고FC의 안드레스 드레이어(27)를 선정했다. 미디어, 선수, 구단 관계자 투표에서 70%를 넘는 압도적 지지를 얻은 드레이어가 1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은 평균 6.3%(미디어 7.91%, 선수 7.27%, 구단 3.7%)로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단 3개월간의 활약으로 이 정도 지지를 얻은 사례는 MLS 역사상 전례가 없었다.
MLS 신인상은 ‘루키’라는 개념과는 다르다. 유럽이나 남미 출신의 경력자라도 리그 첫 시즌이면 후보가 될 수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을 보낸 베테랑이지만 MLS에선 데뷔 시즌이었기에 후보에 포함됐다. 특히 시즌 도중 합류해 절반 이하만 소화했음에도 2위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인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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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어는 정규리그 34경기에서 19골 19도움을 기록하며 사실상 MVP급 활약을 펼쳤다. 또 다른 후보 필립 싱케르나겔(시카고 파이어)도 15골-15도움으로 시즌 내내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10경기 출전으로 9골 3도움을 기록했다. 수치로는 적지만, MLS 판도 자체를 흔들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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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S 사무국은 “손흥민과 리오넬 메시의 합류 이후 리그 시청률이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며 “특히 손흥민의 영향력은 경기장 안팎에서 동시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손흥민이 출전한 경기의 평균 시청자 수는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방송사들은 ‘손흥민 전용 카메라’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MLS 관계자는 “손흥민이 나서는 날이면 TV 시청률, 관중 수, 굿즈 판매가 동시에 폭발한다”고 전했다.
USA 투데이는 “리오넬 메시가 3년 연속 MLS 유니폼 판매 1위를 지켰지만 손흥민은 단 10경기 만에 누적 판매량 2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MLS 공식 파트너 파나틱스 네트워크는 “손흥민의 유니폼은 입단 발표 72시간 만에 미국 내 전체 스포츠 선수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며 “이는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기록”이라고 발표했다.
비록 신인상 트로피는 놓쳤지만 손흥민의 존재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팬들은 “손흥민은 3개월 만에 MLS의 얼굴이 됐다”고 평가했다. MLS 사무국 역시 “올 시즌 리그의 흥행 구조를 바꾼 선수는 손흥민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미 MLS ‘올해의 골’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지난 8월 FC댈러스전에서 터진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은 팬 투표 43.5%를 얻어 리오넬 메시를 제치고 선정됐다. 데뷔 두 달 만에 리그 최고 장면을 만든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손흥민의 영향력은 계속됐다. 3일 오스틴FC와의 2차전에서 그는 전반 21분 왼발 선제골에 이어 부앙가의 추가골을 도우며 1골 1도움으로 활약했다. LAFC는 4-1로 승리하며 시리즈 2연승으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다음 상대는 토마스 뮐러가 이끄는 밴쿠버 화이트캡스다. 유럽 무대를 지배했던 두 스타의 재회는 현지에서도 큰 화제다. 현지 언론은 “손흥민과 뮐러의 맞대결은 MLS가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이제 미국 축구는 스타를 수입하는 리그가 아니라, 세계가 바라보는 무대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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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게 상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 3개월 만에 리그의 구조를 바꾸고, MLS의 위상을 세계로 끌어올린 ‘손흥민 효과’. 그것이야말로 이번 시즌 가장 값진 결과였다. /10bird@osen.co.kr